━━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8.거짓은 또다른 거짓을 낳고

Joyfule 2009. 2. 16. 01:21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8.거짓은 또다른 거짓을 낳고   
      누군가 또 호명되었다.
    마옐라 바이올렛 이웰! 
    젊은 아가씨가 증인석으로 걸어나갔다. 
    그녀는 손을 들어 진실을, 모든 진실을, 오직 진실만을 말해 
    신의 가호가 있기를 서약했다. 
    그녀는 다소 허약해보였지만 
    우리를 마주하여 증인석에 앉자 본래의 모습이 드러났다. 
    거친 노동에 단련되어 있는 단단한 체구의 여자였다.
    메이컴에서는 사람들이 목욕을 매일하는지, 
    아니면 연중행사로 하는지 쉽게 알아볼 수 있었다. 
    조금 전의 이웰 씨도 마치 밤새껏 물에 불렸다가 
    그를 보호하고 있던 때를 한 겹 벗겨낸 흔적이 피부에 민감하게 나타나, 
    마치 끊는 물에 덴 듯한 모습이었다. 
    마옐라도 거의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는 갑자기 이웰 집 마당의 빨간색 제라늄을 떠올렸다.
    길머 씨는 마옐라에게 지난해 십일월 이십일일 저녁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배심원들을 향해 있는 그대로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마옐라는 말없이 앉아만 있었다.
    그날 저녁 무렵 당신은 어디에 있었습니까? 
    길머 씨가 끈기있게 질문했다.
    현관 위. 
    무슨 현관입니까? 
    하나밖에 없어요. 앞 현관. 
    현관에서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아무 것도 안 했어요. 
    테일러 판사가 거들었다.
    일어난 일을 사실대로 말하도록 해요. 할 수 있지요? 
    마옐라는 그를 쳐다보더니 갑자기 눈물을 쏟았다. 
    그리곤 입을 막고 흐느껴 울었다. 
    테일러 판사는 잠시 동안 그대로 내버려두었다.
    자, 됐어요. 그만하도록. 
    아가씨가 진실을 말하는 이상 이곳에선 누구도 두려워할 게 없어요. 
    모든 것이 생소하겠지만 부끄러워할 것도 두려워할 것도 없습니다. 
    무엇을 두려워합니까? 
    마옐라는 입을 막고 무슨 말인가 중얼거렸다.
    뭐라구? 
    판사가 다시 물었다.
    저 사람. 
    그녀는 아버지를 가리키며 흐느꼈다.
    핀치 씨? 
    그녀는 고개를 힘껏 끄덕이며 말했다.
    저에게도 아빠에게 하듯 할까봐 무서워요. 
    아빠가 왼손잡이인 걸 밝혀내듯이요 ,,, . 
    테일러 판사는 그의 숱많은 머리를 긁적거렸다. 
    사실 그도 이런 종류의 문제에는 한 번도 직면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몇 살이지? 
    스물한 살이요. 
    테일러 판사는 목청을 가다듬고 
    달래는 듯한 어조로 말하려 애쓰면서 신음하듯 말을 이었다.
    핀치 씨는 증인에게 무섭게 하지 않아요. 
    그렇게 한다고 해도 내가 말릴 테니까. 
    내가 여기 앉아 있는 이유 중 하나도 그것이지. 
    자, 다큰 아가씨니까 똑바로 앉아서 증언을, 
    일어난 일을 말하도록 해요. 그럴 수 있겠지요? 
    나는 오빠에게 속삭였다.
    무슨 속셈이 있는 걸까? 
    오빠는 눈을 가늘게 뜨고 증인석을 내려다보았다.
    아직도 말을 안 하고 있어.
    판사님이 자길 가엾게 여기도록 만들려는 속셈이야. 그래도 ,,, 
    어휴, 모르겠다. 
    자신을 진정시킨 마옐라는 아버지에게 섬뜩한 눈길을 주고는 길머 씨에게 말했다.
    네, 검사님. 저는 현관에 있었구요, 
    그리고 ,,, 그리고 그가 따라왔어요. 그러니까. 
    저 오래된 쉬퍼로브가 마당에 있었거든요. 
    아빠가 불쏘시개감으로 가져오셨어요. 
    하지만 전 너무 힘이 들어서 ,,, 그때 그가 지나갔어요. 
    그가 누굽니까? 
    마옐라는 톰 로빈슨을 가리켰다. 이때 길머 씨가 말했다.
    난 좀더 자세한 진술을 요청해야겠습니다. 
    서기는 몸짓을 글로 옮길 수는 없습니다. 
    저기 있는 로빈슨. 
    그녀가 대답했다.
    그리곤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제가  검둥아 이리와, 
    오 센트를 줄 테니 이 쉬퍼로브 좀 잘게 쪼개줘  이렇게 말했어요. 
    그는 그 일을 간단히 끝내주었죠. 
    그래서 그가 마당을 들어오게 되었고, 
    난 동전을 가지러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가 따라오는지도 모르고 돌아서보니 바로 내 뒤에서 달려들었어요. 
    네, 맞아요. 
    내 목을 조이며 욕을 하고 추잡한 말을 했어요.
     저는 맞서 싸우려 소리쳤지만 그가 내 목을 잡고 때리고 또 때렸어요 ,,, . 
    길머 씨는 마옐라가 마음을 가라앉히기를 기다렸다. 
    그녀는 땀에 젖은 손수건을 비비 틀었다. 
    얼굴을 닦으려고 손수건을 펼쳤을 때는 
    그녀의 뜨거운 손바닥에 있는 손수건이 온통 주름투성이가 되어 있었다. 
    그녀는 길머 씨가 계속 질문하기를 기다렸으나 하지 않자 
    스스로 얘기를 이어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