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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8. 거짓은 또다른 거짓을 낳고 4

Joyfule 2009. 2. 19. 05:20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8. 거짓은 또다른 거짓을 낳고 4   
    마옐라 양, 이건 간단한 질문입니다. 
    다시 한 번 물어보겠습니다. 
    그가 당신을 구타한 것을 기억합니까? 
    아버지의 목소리는 평정을 잃어버린 채 메말라 있었고, 
    직업적인 어투로 변해 있었다.
    그가 당신의 얼굴을 구타한 걸 기억합니까? 
    아뇨, 기억할 수 없어요. 아니, 내 말은 ,,, 그는 나를 때렸어요. 
    그것이 답변입니까? 
    예? ,,, 네, 그가 때렸어요. 전 기억 못해요. 
    그냥 기억할 수 없어요 ,,, 모든 일이 너무 빨리 일어나서 ,,, . 
    테일러 판사가 마옐라를 엄하게 쳐다보며 주의를 주었다.
    울지 말아요, 아가씨. 
    판사가 계속 말하려는데 아버지가 제지했다.
    울고 싶다면 울게 놔두십시오, 판사님. 
    우리에겐 충분한 시간이 있으니까요. 
    마옐라가 격분한 듯 코웃음을 치고는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어떤 질문을 해도 전 답변할 거예요. 
    나를 놀리고 조롱하고 ,,, 그렇죠? 
    무슨 질문이든 대답하겠어요. 
    그래야지요, 마옐라 양. 몇 가지만 더 질문하면 됩니다. 
    길진 않을 겁니다. 피고가 당신을 유혹했다고 했지요? 
    정확히 누구를 말하는지 확인하고 싶습니다. 
    누가 당신을 강간했는지 확인할 수 있겠습니까? 
    바로 저기 저 사람이에요. 
    아버지가 피고 쪽으로 돌아섰다.
    톰, 일어서십시오. 
    마옐라 양이 당신을 충분히 볼 수 있도록. 
    마옐라 양, 이 사람입니까? 
    톰 로빈슨의 탄탄한 어깨가 그의 얇은 셔츠 아래서 경련을 일으켰다. 
    그는 오른손으로 의자 등받이를 짚고 서 있었다. 
    기묘한 불균형으로 보였는데, 단지 서 있는 자세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의 왼팔은 오른쪽에 비해 족히 십이 인치는 짧았으며, 
    옆구리에 매달려 있었고, 그 팔 끝에는 오그라든 작은 손이 붙어 있었다.
    발코니 이쪽 멀리에 있는 나도 그 팔은 아무 쓸모가 없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스카웃! 
    오빠가 숨을 몰아쉬었다.
    스카웃, 봐! 목사님, 그는 불구자예요. 
    리버렌드 사이크스 목사는 내 쪽으로 몸을 기울여서 오빠에게 속삭였다.
    그는 면사기계에 저렇게 되었단다. 
    소년시절, 돌퍼스 레이먼드 씨의 조면기계에 저렇게 되었지 
    ,,, 뼈에서 살이 전부 발라지고 죽도록 피를 흘렸지. 
    이 사람이 당신을 강간했습니까? 
    분명해요. 
    아버지의 다음 질문은 한 마디로 충분했다.
    어떻게? 
    마옐라가 발광을 하듯 소리쳤다.
    그가 어떻게 했는지는 나도 몰라요. 어쨌든 그랬어요. 
    너무나 갑작스럽게 일어난 일이었다고 했잖아요. 전 ,,, . 
    자, 다시 냉정하게 생각해봅시다. 
    아버지가 계속하려 하자,
     길머 씨가 이의를 제기했다. 
    부적합하거나 아주 경우 없는 건 아니었다. 그
    래도 아버지는 증인을 무서운 얼굴로 노려보았다.
    테일러 판사는 호탕하게 웃어댔다.
    길머 씨, 그는 심하게 하지는 않을 거요. 
    그렇다 해도 저 아가씨가 그를 가만두진 않을 테니까. 
    테일러 판사만이 법정 안에서 웃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젖먹이들조차도 소리내지 않았다. 
    나는 갑자기 아가들이 엄마 젖무덤에 질식된 것이 아닐까 하고 의아해 했다.
    자. 
    아버지가 시작했다.
    마옐라 양, 당신은 피고가 목을 조르고 때렸다고 증언했습니다. 
    그가 몰래 다가와서 욕을 했고, 돌아보니 그가 거기 있었다고 했습니다. 
    아버지는 등을 보인 채 단어 하나하나를 발음하면서 
    손마디로 테이블을 가볍게 두드렸다.
    당신은 모든 증언을 재고할 의향이 있습니까?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말하라는 거예요? 
    아니, 일어났던 일을 말하시오. 
    전 이미 다 말씀드렸어요. 
    당신이 돌아보니 그가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당신 목을 졸랐다고. 
    네. 
    그 다음 목을 놓고 당신을 때렸습니까? 
    그랬다고 이미 말씀드렸어요. 
    그가 당신의 왼쪽 눈을 오른쪽 주먹으로 멍을 들여놨다는 겁니까? 
    전 머리를 재빨리 숙였기 때문에 주먹이 빗나갔어요. 
    그랬어요, 전 피했고 빗나갔어요. 
    마옐라는 마침내 빠져나갈 구멍을 찾아낸 것이었다.
    조금 전만 해도 기억을 못하더니 갑자기 선명히 떠오르게 되었군요, 
    그렇죠? 
    전 단지 그가 날 때렸다고 말했어요. 
    좋아요, 그가 당신 목을 조르고 때리고 강간했죠? 맞습니까? 
    그래요. 
    아가씬 건강한 사람이오. 
    그러는 동안 당신은 무엇을 했소? 
    그냥 거기 서 있었소? 
    전 소리지르고, 걷어차고, 싸웠다고 했어요 ,,, . 
    아버지가 손을 뻗어 안경을 벗었다. 
    잘 보이는 오른쪽 눈으로 증인을 노려보며 질문을 퍼붓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