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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9. 진실 2.

Joyfule 2009. 2. 24. 00:52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9. 진실 2.   
    그녀의 동생들은 어디에 있었습니까? 
    그애들은 언제나 집 주변에 있었습니다. 
    제가 일하는 걸 보기도 하고 창문가에 있기도 했습니다. 
    마옐라 양이 당신에게 말을 했습니까? 
    네, 변호사님. 그녀는 제게 말을 했습니다. 
    톰 로빈슨이 증언을 해 나아감에 따라 
    마옐라 이웰은 이 세상 누구보다도 외로운 아가씨라는 생각이 밀려왔다.
    이십오 년 동안 집에만 갇혀 있어야 했던 
    부 래들리보다도 더 외롭게 생각되었다.
     친구가 있느냐는 아버지의 질문에도 무슨 말인지조차 모르는 듯했고 
    오히려 자신을 조롱한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
    그녀는 오빠가 혼혈아라고 부르는 아이들만큼이나 비참해 보였다. 
    백인들은 짐승 같은 생활을 한다고 상대하려 들지 않았고, 
    흑인들은 백인이라고 외면했던 것이다. 
    그녀는 흑인 친구를 좋아하는 돌퍼스 레이먼드 씨와도 달랐다. 
    그녀는 강둑의 땅을 소유하고 있지도 않았고, 
    전통있는 가문 출신도 아니었던 것이다. 
    이웰 사람들에 대해 그들 나름의 살아가는 방식일 뿐이라고 
    말해주는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메이컴 사람들은 성탄절 구호품과 복지기금을 건네주며 경멸을 나타낼 뿐이었다.
    톰 로빈슨은 분명 그녀를 인간적으로 대해준 유일한 사람이었으리라. 
    그런데도 자신을 겁탈했다며 마치 더러운 것이라도 되는 듯 
    발끝으로 내려다보는 것이었다.
    당신은. 
    아버지의 질문이 나의 명상을 방해했다.
    이웰 집에 마음대로 들어간 적이 있습니까? 
    다시 말하면 권유를 받지 않고도 그곳에 발을 들여놓은 적이 있습니까? 
    아닙니다, 핀치 변호사님. 
    전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습니다. 전 그렇게 하지 않았습니다, 변호사님. 
    언젠가 아버지가 증인이 거짓말을 하는지 진실을 말하는지는 
    그 표정보다 말소리로 알아볼 수 있다고 말한 것이 떠올랐다. 
    나도 그 방법을 응용했다. 
    즉 톰은 그것을 울먹이지도 않고 차분하게 세 번이나 부정했다. 
    그렇게 여러 번 부인했음에도 불구하고 
    난 그를 믿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그는 품행이 반듯한 흑인으로 보였다. 
    행동거지가 바르다면 자기 멋대로 남의 집 마당에 들어가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톰, 지난해 십일월 이십일일 저녁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아래층 방청객들은 숨을 몰아쉬며 몸을 반쯤 내밀었다. 
    우리 뒤쪽에 있는 흑인들도 마찬가지였다. 
    톰은 검은 벨벳 같은 흑인이었다. 
    번들거리지 않는 부드러운 검은 벨벳, 
    두 눈이 하얀 이와 함께 검은 얼굴 위에서 반짝였다. 
    불구만 아니었다면 훌륭한 인간의 표본이었을 것임을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핀치 변호사님, 
    그녀도 말했듯이 저는 그날 저녁 평상시처럼 집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마옐라 양이 현관에 나와 있었습니다. 
    그날은 정말 조용했는데 전 왜 그렇게 조용한지 몰랐습니다. 
    왜 그런지 지나가면서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그때 그녀가 울 안으로 들어와 잠깐 해줄 일이 있다고 했습니다. 
    들어가서 불쏘시개감이라도 쪼갤 일이 있나 둘러보았지만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그때 그녀가 제 할 일은 집 안에 있다고 했습니다. 
    낡아빠진 문의 경첩이 떨어졌다면서 
    그건 왜 그리 빨리 떨어지는지 모르겠다고 투덜댔습니다. 
    그래서 스크루드라이버가 있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했습니다. 
    나는 계단을 올라갔고, 그녀의 손짓에 따라 현관 안으로 들어가 문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문은 아무 이상이 없어 보였습니다. 
    앞뒤로 당겨보았지만 아주 멀쩡했습니다. 
    그때 그녀는 내 앞에서 문을 닫았습니다. 
    변호사님, 저는 그곳이 왜 그렇게 조용한지 의심스러웠습니다. 
    아이들이 한 명도 없었으니까요. 
    그래서 아이들은 모두 어디 갔느냐고 물었습니다. 
    톰의 검정 벨벳 같은 피부가 빛나기 시작했고, 
    그는 손을 얼굴로 가져갔다. 
    잠시 후 다시 진술을 시작했다.
    전 아이들이 어디 갔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녀는 미소를 지으면서 아이들은
    아이스크림을 사먹으로 시내로 나갔다고 했습니다. 
    그리곤 오 센트짜리 동전 일곱 개를 모으는 데 십 년은 걸린 것 같지만 
    마침내 해내고야 말았다고 덧붙였습니다. 
    톰의 불안함이 후텁지근한 실내온도 때문만은 아닌 듯했다.
    그리고 뭐라고 했습니까, 톰? 
    아버지가 물었다.
    동생들에게 그렇게까지 하다니 정말 훌륭하다고 말했더니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느냐며 샐쭉거렸습니다. 
    전 그녀가 제 말 뜻을 잘못 이해한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은 돈을 모아서 동생들에게 
    아이스크림을 사준 것이 훌륭했다는 의미였거든요. 
    난 피고를 이해합니다, 톰. 계속하십시오. 
    전 할 일이 없으니 집으로 가야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또 할 일이 있다고 하더군요. 
    제가 다시 물었더니 의자 위에 올라가 
    쉬퍼로브에서 상자를 내려달라고 했습니다. 
    피고가 쪼갰던 쉬퍼로브는 아니었겠지요? 
    그 증인은 미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