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9. 진실 3.

Joyfule 2009. 2. 25. 07:41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19. 진실 3.   
    아닙니다, 변호사님. 다른 것이었습니다. 
    천장에 거의 닿을 정도의 높이였습니다. 
    그래서 시키는 대로 상자를 내려놓으려는데 그녀가 ,,, 
    그녀가 ,,, 제 다리를 붙들었습니다. 핀치 변호사님, 
    전 너무나 놀라서 휙 뛰어내리다 의자를 넘어뜨리고 말았습니다. 
    그것은 그 방의 유일한 가구였는데 제 발이 걸리는 바람에 넘어져버린 겁니다. 
    전 신께 맹세합니다. 
    그 의자를 넘어뜨린 후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톰 로빈슨은 마비된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를 쳐다보고는 배심원석을 지나 
    한쪽 구석에 앉아 있는 언더우드 씨에게로 눈길을 보냈다.
    피고는 모든 진실을 말하리라 맹세했습니다. 
    일어난 일을 말해주시겠습니까? 
    톰은 초조한 듯 손을 입으로 갖다댔다.
    그 이후 무슨 일이 일어났습니까? 
    대답하시오. 
    테일러 판사가 재촉했다. 
    시거의 3분의 1이 이미 사라져 있었다.
    핀치 변호사님, 전 넘어뜨린 의자를 돌아 섰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덮쳐왔습니다. 
    당신을 덮쳤다구요? 맹렬하게? 
    아뇨, 변호사님. 그녀는 ,,, 그녀는 ,,, 저를 껴안았습니다. 
    제 허리를 안았습니다. 
    이번에야말로 테일러 판사의 의사봉이 쾅 하고 내려쳐졌다. 
    그때 법정 위에 박혀 있던 전등에 불이 들어왔다. 
    아직 어둠이 깔리지는 않았지만 
    오후의 태양은 창문 왼쪽으로 밀려가 있었다. 
    테일러 판사가 신속하게 소란스러워진 법정 분위기를 바로잡았다.
    그리고 그녀가 어떻게 했습니까? 
    증인은 힘겹게 침을 삼켰다.
    그녀는 천천히 다가와서 제 뺨에 키스했습니다. 
    어른과는 한 번도 키스한 적이 없었다며 
    검둥이와 키스하는 편이 낫겠다고 속삭였습니다. 
    아버지가 자신을 돌봐주지 않는다면서  
    내게 키스해줘, 검둥아 라고 했습니다. 
    이러면 안 된다고 뿌리치며 뛰어나가려는데 
    문 앞을 가로막고 비켜주지 않았습니다. 
    전 그녀를 밀어야만 했습니다. 
    그녀를 해칠 마음은 조금도 없었습니다. 
    핀치 변호사님. 그래서 제발 내보내달라고 사정하고 있는데, 
    바로 그때 이웰 씨가 창문 밖에서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가 뭐라고 하던가요? 
    톰 로빈슨이 다시 침을 삼키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말씀드리기가 불편한데요 ,,, 
    여러분과 아이들 앞에선 좀 곤란한 말입니다. 
    그가 뭐라고 했습니까, 톰?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당신은 배심원들에게 증언해야 합니다. 
    톰 로빈슨은 눈을 감았다.
    너, 이 망할 매춘부 같은 년, 
    내 손으로 죽여버리고 말 테다 라고 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어떻게 됐습니까? 
    전 있는 힘을 다해 도망쳐나왔습니다. 
    그래서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릅니다, 변호사님. 
    톰, 당신은 마옐라 이웰을 강간했습니까? 
    그러지 않았습니다, 변호사님. 
    전에 그녀를 괴롭힌 일이라도 있습니까? 
    핀치 변호사님, 그녀를 해칠 생각은 조금도 없었습니다. 
    그녀를 밀어버리려 하거나, 달려들어 강간하려 들지 않았습니다. 
    전 아무 짓도 안했습니다. 
    그들의 행동이 눈앞에서 아른거렸다. 
    톰 로빈슨의 태도는 아버지만큼이나 훌륭해보였다. 
    그러나 훗날 아버지가 그 일을 꺼내 자세히 설명해줄 때까진 
    톰의 난처한 입장에 대해 그 미묘한 부분까지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어떤 상황에 처해지더라도 감히 백인여자를 밀어버릴 수 없는 입장이었고, 
    살아남기 위해 도망치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도망이 죄를 저질렀다는 확실한 증거였다니 ,,, .
    톰, 당신은 이웰 씨에게 돌아가거나, 
    혹은 그가 당신에게 무슨 말을 했습니까?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변호사님. 
    무슨 말인가 했지만, 전 이미 그곳을 나와 있었습니다. 
    됐습니다. 
    아버지가 세밀하게 말을 끊었다.
    무슨 소리를 듣긴 했습니까? 
    그렇다면 이웰 씨는 누구에게 말한 것입니까? 
    마옐라 양을 보며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도망쳤습니까? 
    그런 것 같습니다, 변호사님. 
    왜 도망쳤습니까? 
    전 두려웠습니다, 변호사님. 
    무엇이 두려웠습니까? 
    변호사님도 저 같은 검둥이였다면 역시 겁나셨을 겁니다. 
    아버지가 자리에 앉자, 이번에는 길머 씨가 증인석을 향해 나아갔다. 
    그가 증인 앞으로 가기도 전에 
    링크 디스 씨가 방청석에서 일어나 소리쳤다.
    제가 여러분들께 한 가지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저 사람은 제가 팔 년째 데리고 있지만, 
    한 번도 말썽을 일으킨 적이 없습니다. 한 번도. 
    조용히 하시오, 선생! 
    테일러 판사가 잠에서 완전히 깨어난 모습으로 고함쳤다. 
    소리를 지르느라 얼굴은 새빨개졌고, 
    시거를 입에 물고 있었지만, 그 말소리는 기적적으로 방해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