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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22.고통의 장을 넘기는 마지막 사람 2.

Joyfule 2009. 3. 8. 00:22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22.고통의 장을 넘기는 마지막 사람 2.    
    딜이 현관으로 들어서는 소리가 들렸으므로 칼퍼니아 아줌마는 
    아버지가 손도 안 댄 아침 식사를 그대로 테이블에 남겨놓았다. 
    딜은 토끼이빨을 드러내며 어젯밤 일에 대한 라이첼 아줌마의 반응을 전했다. 
    그건 우리 아버지가 계란으로 바위를 친 격이라는 것이었다.
    나도 그 말씀은 알아들었지.
    닭다리를 조금조금씩 뜯으며 딜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오늘 아침 이모는 별로 말씀을 안 하셨어. 
    어젯밤 내가 어디 있는지 걱정하느라 한숨도 못 주무셨다는 거야. 
    나를 찾으러 보안관한테 갔었지만, 그는 참관중이었다나봐. 
    딜, 너 이제 말도 없이 어디로 가는 짓은 그만해. 
    그건 네 이모를 더욱 화나게 할 뿐이야. 
    오빠의 충고에 딜이 한숨을 깊이 내쉬었다.
    난 내가 어디에 갈 건지 수천 번도 더 얘기했어. 
    단지 이모가 옷장에서 너무 여러 번 뱀을 본 것이 문제야. 
    그건 아줌마들은 아침 식사 때마다 오백 밀리리터 정도의 술을 마셔야 할 테니까. 
    그날도 이모는 술을 두 잔 가득 마신 것이 분명해. 보면 알아.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딜. 
    알렉산드라 고모가 꾸짖듯이 말했다.
    세상을 비꼬는 듯한 그런 말은 아이들에게 어울리지 않아. 
    전 비꼬는 게 아니에요, 아주머니. 
    있는 그대로를 말하는 거예요. 절대 비꼬지 않아요. 
    말하는 그 태도가 문제야, 그 태도가. 
    오빠는 고모를 향해 두 눈을 반짝였지만, 딜에게 시선을 돌려 말했다.
    나가자, 그리고 저 롤러스케이트 네가 가져도 좋아. 
    우리는 현관 밖으로 나왔다. 
    스테파니 크러포드 아줌마가 
    머디 애킨슨 아줌마, 에이베리 아저씨와 정신없이 이야기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우리를 한 번 돌아보곤 이야기를 계속했다. 
    오빠가 총소리 비슷한 이상한 소리를 냈다.
    난 어른들이 형을 쳐다보는 눈빛이 싫어.
    마치 무슨 일을 저지르기라도 할 것처럼 살펴보거든. 
    머디 아줌마가 오빠를 큰소리로 불렀다. 
    오빠가 끙끙거리며 그네에서 몸을 일으켰다.
    같이 가줄게. 
    딜이 말했다.
    스테파니 아줌마의 코는 호기심으로 벌름거렸다. 
    우리가 법정으로 가도록 누가 허락했는지 정말 알고 싶어하는 눈치였다. 
    아줌마가 우리를 직접 본 것은 아니었지만, 
    우리가 흑인 발코니에 있었다는 소문이 오늘 아침 마을 전체에 퍼져 있었다. 
    아버지가 우리를 그곳에 세운 것인지, 
    그런 일을 그토록 가까이서 보게 해도 되는 것인지, 
    내가 그 모든 걸 알아들었는지,
    아버지가 참패하는 광경을 보는 것이 우리를 미치게 하지는 않았는지 등등이었다.
    그만하지, 스테파니. 
    머디 아줌마의 말투는 치명적이었다.
    난 오늘 현관에 앉아 아침나절을 다 보낼 순 없어. 
    젬 핀치, 너와 네 친구들에게 내가 만든 케이크를 대접하고 싶은데. 
    난 다섯시부터 일어나 케이크를 만들었으니까. 
    물론 그러겠다고 대답하는 것이 좋을 거야. 
    그럼 우린 이만 실례할게요, 스테파니, 그리고 에이베리 씨. 
    머디 아줌마의 싱크대 위에는 케이크 한 개와 작은 케이크 두 개가 놓여 있었다.
    작은 것이 세 개 있어야 할 텐데 ,,, 혹시 머디 아줌마가 딜을 잊은 건 아닐까 ,,, . 
    하지만 그녀가 큰 케이크에서 한 조각을 잘라 딜에게 줄 때야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
    케이크를 먹으며 이것이 머디 아줌마가 이야기를 꺼내는 방법이라는 걸 알아차렸다. 
    언제나 변함없는 방식이었다. 
    그녀는 식탁의자에 조용히 앉아 우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갑자기 말을 꺼냈다.
    너무 마음 상해할 건 없다, 젬. 
    일이란 겉에서 보는 것처럼 그렇게 나쁜 것만은 아니란다. 
    머디 아줌마는 무언가를 장황하게 말하고 싶을 땐 손가락을 펴서 
    무릎 위에 놓고 틀니가 잘 고정되도록 손보곤 했다. 
    그럴 때면 우리는 잠자코 기다렸다.
    내가 얘기하고 싶은 건 간단히 말해서, 
    이 세상에는 우리들이 하기 싫어하는 일을 대신하려고 태어난 사람들이 있다는 거야. 
    네 아버지가 그런 분들 중 한 분이시다. 
    어휴! 
    오빠가 소음을 냈다.
    이거 원. 
    어휴라든가 이거 원이라고 말하지 말아요, 젬 선생. 
    머디 아줌마가 오빠의 숙명론자적인 소음을 알아채고 응수했다.
    너희들은 내 말 뜻을 알아듣기엔 아직 어리다. 
    오빠가 먹던 케이크를 쳐다보며 말했다.
    누에고치 안에 있는 번데기 같은 거예요.
    바로 그거예요. 따뜻한 둥지에 감싸인 채 잠들어 있는 ,,, 
    전 메이컴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하다고 생각했어요. 
    최소한 그렇게 보였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