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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22. 고통의 장을 넘기는 마지막 사람3

Joyfule 2009. 3. 9. 01:27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22. 고통의 장을 넘기는 마지막 사람3  
    아직도 우리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란다. 
    기독교도가 되기를 강요받지도 않고, 
    만약 그렇다고 해도 우리를 대신해서 변호해줄 너희 아버지 같은 분이 있으니까. 
    오빠가 슬픈 듯 미소지었다.
    이 마을의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생각하기만을 바랄 뿐이에요. 
    우리 마을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가를 알면 너도 놀랄 거야. 
    그게 누군데요? 
    오빠의 목소리가 한층 커졌다.
    이 마을에서 톰 로빈슨을 조금이라도 도와주려는 사람이 누구죠, 누구냐구요? 
    우선 그의 흑인친구들이 있겠지. 그리고 우리 같은 사람들, 
    그러니까 테일러 판사님이나 헥 테이트 씨 같은 분들이다. 
    잠깐 먹는 일을 멈추고 생각 좀 해보렴, 젬. 
    테일러 판사님이 그런 청년의 변호사로 왜 아버지를 지명했는지 생각 안 해봤니? 
    거기엔 분명 이유가 있는 거야. 
    이것은 생각해볼 만한 일이었다. 
    관선 변호사는 신출내기 변호사인 맥스웰 그린 씨에게 주어지는 것이 관례였던 것이다.
    그걸 생각해보렴. 그건 우연이 아니야. 
    나는 지난밤 현관에 앉아 기다렸단다. 
    너희들이 길가에 나타나길 기다리고 또 기다렸지. 
    그러면서 생각했단다. 
    애티커스 핀치는 이기지 않았다고. 아니, 이길 수 없었다고. 
    하지만 그는 이 정도의 재판으로 배심원들을 그렇게 오랫동안 
    고민하게 만든 최초의 변호사였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내 자신에게 말했단다. 
    그래, 우리는 걸음을 내딛고 있는 거야. 
    지금은 아가의 걸음마 정도지만 그것도 걸음은 걸음이라고 말이다. 
    듣고 보니 조금은 풀리는 것 같아요. 
    기독교도인 판사나 변호사가 이교도의 배심원들을 바꾸어놓을 순 없을까요? 
    오빠가 계속 중얼거렸다.
    제가 자라면 ,,, . 
    그래. 그것이 바로 네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해야 할 일이란다. 
    머디 아줌마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리는 머디 아줌마네 집의 새로 지은 그늘진 계단을 내려와 
    따뜻한 햇볕 속으로 들어갔다. 
    에이베리 아저씨와 스테파니 크러포드 아줌마가 
    인도로 내려가 스테파니 아줌마네 집 앞에 서 있었다. 
    그때 라이첼 아줌마가 그들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난 자라면 서커스단의 광대가 될 거야. 
    딜이 말했다.
    오빠와 내가 그 자리에 멈추었다.
    광대 말이야, 
    난 세상에서 웃기는 일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한 가지도 없어. 그
    러니까 서크스단에 들어가서 실컷 웃어버릴 거야. 
    넌 취소하게 될걸. 
    오빠가 말을 받았다.
    광대들은 슬퍼. 사람들은 바로 그걸 보고 웃는 거야. 
    그렇다면 새로운 종류의 광대가 되지 뭐. 
    무대 한가운데에 그들을 보고 웃어줄 거야. 
    어 저기 좀 봐. 
    딜이 가리켰다.
    저 아줌마들 모두 마귀할멈의 빗자루라도 타야겠는걸. 
    라이첼 이모는 이미 탄 것 같구. 
    스테파니 아줌마와 라이첼 아줌마가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어대고 있었다. 
    딜이 본 것은 사실이었다.
    오, 맙소사. 
    오빠가 숨을 크게 쉬었다.
    저걸 안 봤다면 큰일날 뻔 했는데. 
    무엇인가 잘못 되어가고 있었다. 
    에이베리 아저씨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재채기를 해대고 있었는데, 
    더이상 다가가면 우리가 날려갈 것 같았다. 
    스테파니 아줌마는 흥분에 떨고 있었고, 라이첼 아줌마는 딜의 어깨를 잡고 말했다.
    너희들 뒷마당에 가 있어. 위험한 사람이 오고 있단다. 
    무슨 일인데요? 
    내가 물었다.
    아직 못 들었니? 온 마을에 퍼졌는데 ,,, . 
    그때 알렉산드라 고모가 문 앞에 나타나 우리를 불렀지만 때는 늦고 말았다. 
    스테파니 아줌마가 이미 우리에게 말해버린 뒤였던 것이다. 
    그 이야기는 이랬다. 
    그날 아침 봅 이웰이 우체국 코너에서 아버지를 보자 얼굴에 침을 뱉고는 
    기어이 해치우고야 말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