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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23. 이유 있는 의혹 1

Joyfule 2009. 3. 10. 08:23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23. 이유 있는 의혹 1   
    제발 봅 이웰이 씹는 담배라도 좀 삼가했으면 좋았을걸. 
    그 봅 이웰에 대해 아버지는 그렇게 말했을 뿐이었다.
    스테파니 크러포드 아줌마 말에 의하면 아버지가 우체국을 지나는데 
    이웰 씨가 다가가 욕을 퍼붓고 침을 뱉더니 죽이겠다고 협박했다는 것이다. 
    스테파니 아줌마는 시장을 가느라 그 상황을 보고 들을 수 있었다고 
    두 번이나 강조하며 자세히 설명해나갔다. 
    그때 아버지는 눈 하나 깜빡않고 손수건을 꺼내 얼굴을 닦고는 
    이웰이 아무리 욕설을 퍼붓고 거칠게 행동해도 가만히 있었다고 했다. 
    전쟁에 참여했던 재향군인인 이웰 씨는 아버지의 조용한 반응에 더욱 화가 났을 게 틀림없었다.
    대단한 인간이라서 나 따위와는 상대하지 않겠다 이거지. 
    이 검둥이 옹호자, 더러운 놈아. 
    아니, 난 싸우기엔 너무 늙었어. 
    이웰 씨의 독설에 아버지는 간단히 대답하고 나서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서성거렸을 뿐이었다고 했다. 
    또한 스테파니 아줌마는 그런 상황에서 침착하고 겸손하게 대처하는 
    아버지를 존경할 수밖에 없을 거라고도 했다.
    오빠와 나는 그 사건이 조금도 재미있지 않았다.
    그래도 아빠는 이 마을에서 총을 가장 잘 쏘는 명사수였으니까 아빤 할 수 ,,, . 
    아빤 총을 갖고 다니시지 않잖아, 스카웃. 아예 총도 없고. 
    아빤 그날 밤 교도소 앞에 있을 때도 총을 갖고 있지 않았어. 
    너도 알잖아. 총을 갖고 있다는 건 누군가가 널 쏘도록 유인하는 거라고 말씀하신 거. 
    오빠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이번은 달라. 우리가 아빠한테 총을 빌려놓으라고 말씀드리자. 
    벌써 말했어. 하지만 아빤 쓸데없는 짓이라고 하셨을 뿐이야. 
    딜은 우리가 함께 좀더 간청하면 
    아버지의 그 곧은 성품을 움직일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내놓았다. 
    만약 이웰이 아빠를 죽인다면 우린 모두 굶어서 죽어버릴 거고, 
    게다가 알렉산드라 고모 마음대로 독재를 행사할 것이다. 
    어쩌면 아버지가 땅에 묻히기도 전에 칼퍼니아 아줌마를 해고시킬 거라고 했다. 
    나같이 어린 여자아이가 울면서 애원한다면 
    아버지가 들어줄지도 모른다며 오빠는 딜의 의견에 덧붙였다. 
    하지만 별 효과가 없었다.
    그후 아버지는 우리가 집 근처에서만 어슬렁거리고 
    제대로 먹지도 않고 놀이에도 흥미를 잃었다는 것을 알고는 
    우리가 얼마나 심각하게 괴로워하고 있는지를 알아차렸다. 
    어느 날 밤 아버지는 새 축구잡지로 오빠의 기분을 북돋우려 했지만, 
    오빠는 책장만 홱홱 넘기고는 옆으로 던져놓았다.
    마침내 아버지가 얘기를 꺼냈다.
    요즈음 널 괴롭히는 것이 뭐냐? 
    오빠가 간단히 대답했다.
    이웰 씨요. 
    무슨 일이라도 있었니? 
    아무 일도 없지만 아빠가 걱정돼서요. 
    그에게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버지는 쓴웃음을 지었다.
    어떻게? 그를 평화의 끈으로 묶어두기라도 할까? 
    누군가가 아빠를 죽이겠다고 했다면 그건 보통일이 아니잖아요. 
    그가 말할 땐 진심이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젬, 
    네가 잠시라도 봅 이웰의 입장이 되어본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게다. 
    나는 그 공판에서 그에게 마지막으로 남아 있을 
    한 조각 진실성마저도 폭로해버려 누구도 그를 믿지 않게 만든 거란다. 
    인간은 만회해보려는 본성을 갖고 있단다. 
    그도 마찬가지겠지. 
    내 얼굴에 침을 뱉고 날 협박하는 것으로 자기 딸에게 한 번이라도 매질을 덜 한다면 
    그런 정도는 내가 기꺼이 당할 수도 있단다. 
    그는 어차피 누군가에게 발산해야만 했다. 
    그집에 가득한 아이들에게 발산하는 것보다는 내게 한 것이 더 낫다고 할 수 있단다. 
    이해할 수 있겠지? 
    오빠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가 말하는 도중에 알렉산드라 고모가 들어왔다.
    봅 이웰을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그날 아침, 그는 할 만큼 다 해버린 거야. 
    난 꼭 그렇다고는 생각지 않아요, 오빠. 그의 성격으로 보아 어떤 짓으로든 보복할 거예요. 
    그런 류의 인간이 어떻다는 건 아시잖아요. 
    도대체 이웰이 내게 무슨 짓을 할 수 있다는 거지, 알렉산드라? 
    무엇이건요, 음흉하고 수상쩍은 짓 ,,, 오빠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거 아니에요? 
    메이컴 안에서 남몰래 무슨 짓을 하기란 쉽지 않아. 
    아버지가 반박했다.
    우리의 두려움도 서서히 사라져갔다.
    그해 여름은 녹아버릴 듯 지나갔고, 우리는 충분히 그 여름을 즐겼다. 
    아버지는 톰 로빈슨이 고등법원에서 상소심을 받을 때까지는 
    아무 일도 없을 거라고 우리에게 확신을 주었고, 톰이 풀려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했다. 
    최소한 또 한 번의 시도를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는 체스터에서 칠십 마일 떨어진 엔필드 교도소에 있었다. 
    내가 톰의 아내와 아이들이 면회할 수 있는지 묻자, 아버지는 그럴 수 없다고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