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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23.이유 있는 의혹 3

Joyfule 2009. 3. 12. 00:48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23.이유 있는 의혹 3    
    오빠는 머리를 긁적이더니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아빠, 왜 사람들은 우리나 머디 아줌마를 배심원으로 지명하지 않는 걸까요? 
    배심원들 중에서 메이컴 사람들은 한 명도 못 봤어요. 
    모두 숲 저쪽에서 온 사람들이었어요. 
    아버지는 무슨 이유인지 흔들의자에 앉은 채 몸을 뒤로 젖히며 오빠를 흐뭇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첫째로 머디 아줌마는 여자이기 때문에 배심원으로서 봉사할 수 없는 거란다. 
    아빠까지도 앨라배마에선 여자들은 안 된다고 말씀하시는 건가요? 
    나는 분개하여 반박했다.
    으응 ,,, 내 생각으로 말이다, 
    우리의 연약한 숙녀들을 톰의 경우와 같은 그런 너저분한 일들로부터 보호하려는 것일 거야. 
    게다가 ,,, . 
    아버지는 싱긋이 웃으며 계속했다.
    그 숙녀들께선 질문을 해대느라 재판을 잘 치르게 될지 어떨지도 모르는 일이라서 말이다. 
    오빠와 나는 소리내어 웃었다. 
    머디 아줌마가 배심원석에 앉아 있는 모습은 상상만 해도 인상적이었다. 
    두보스 할머니가 휠체어에 탄 채 배심원석에 앉아 있는 모습은 또 어떨까. 
    아마 틀림없이 이렇게 말하리라.
    존 테일러 판사, 그 망치 좀 그만 두드려요. 
    나 이 사람에게 물어볼 것이 좀 있으니까. 
    우리의 조상들은 현명했음이 틀림없다.
    아버지는 말을 계속했다.
    우리 같은 시민들은 세금을 내는 것으로 배심원일을 대신하는 거란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의 고집 센 메이컴 사람들은 그런 것에 관심이 없고, 
    또한 그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야. 또한 ,,, . 
    두려워한다구요, 왜죠? 
    오빠가 깜짝 놀라 물었다.
    그러니까 ,,, 
    만약 라이첼 부인이 머디 여사를 차로 친 사건에 링크 디스 씨가 배심원석에 앉았다면, 
    엄청난 손해를 감수할 것을 각오해야 한다. 
    두 사람 중 한 명은 링크 씨의 가게에 발길을 끊을 테니까. 
    이런 이유로 그는 테일러 판사님에게 가게를 봐줄 사람이 없어서 
    배심원으로 봉사할 수 없다고 말씀드렸고, 테일러 판사님도 그를 면제해주신 거란다. 
    물론 그분도 마땅치 않지만 면제해줄 때도 있단다. 
    링크 씨는 왜 그들 중 하나는 거래를 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라이첼 아줌마는 끊을 거구, 머디 아줌마는 안 그럴 거야. 
    하지만 배심원 투표는 비밀투표잖아요, 아빠. 
    내 질문을 가로챈 오빠의 말에 아버진 껄껄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공부를 한참 더 해야겠는걸. 배심원 투표는 비밀리에 하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배심이란 것이 실제로는 외부 압력에 의해 결정하거나 선언하게끔 되어 있단다. 
    사람들은 그런 것을 좋아하지 않는 거야. 때론 불쾌감을 주기도 하거든. 
    톰의 배심원들은 판결을 너무 빨리 내렸어요. 
    오빠가 투덜거리자, 아버지는 조끼의 시계주머니를 더듬으며 말했다.
    아니, 그건 그렇지 않다. 
    이 말은 우리에게라기보다 아버지 자신에게 하는 듯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은 ,,, 그렇다, 
    이건 시작의 그림자에 불과하겠지만, 이번엔 몇 시간이 걸렸다는 점이다. 
    그건 보통 몇 분이면 판결날 사건이었지. 이번엔 ,,, . 
    아버지는 말을 멈추고 우리를 쳐다보았다.
    여기에서 너희들은 아주 깊이 생각해볼 가치가 있을 만큼 
    자신의 상황을 극복해낸 사람을 알아둘 필요가 있단다. 
    그는 처음부터 완전히 무죄석방을 위하여 훌륭하게 처신했단다. 
    그분이 누군데요? 
    오빠가 놀라서 되물었다.
    아버지는 두 눈을 끔뻑이며 말했다.
    말하지 않는 편이 좋겠지만, 이 정도는 괜찮겠지. 
    그는 올드새럼 출신이었단다 ,,, . 
    커닝햄 사람이에요? 
    오빠가 놀라 소리쳤다.
    그 집안 사람이라면 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데요 ,,, 아빠, 괜히 그러시는 거죠. 
    오빠는 눈꼬리를 흘리며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친척들 가운데 한 명이었지. 물론 추측할 뿐이야. 
    정확한 건 아니고, 그저 눈치를 챈 것뿐이지. 
    알아볼 수도 있었지만 일부러 하지 않았단다. 
    어이구, 세상에. 
    오빠는 조용히 웅얼거렸다.
    금방이라도 죽이려 하다가 그 다음날 놓아주려 하다니 ,,, . 
    전 살아있는 한 절대 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을 거예요. 
    아버지는 우리가 커닝햄 사람들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 가운데 하나는 
    그들은 이곳으로 이주해온 이래 그 누구도 해치거나 죽인 적이 없다는 것이며, 
    또다른 하나는 그들이 한 번 관심을 가진 일에는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정성을 쏟는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날 밤만 해도 그들은 이미 핀치 가문에 대해 어떤 관심을 갖고 
    교도소 앞을 떠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것이 또한 커닝햄의 마음을 뒤바꾸는 뜻밖의 역할을 해낸 것 같다고 했다.
    그런 사람들이 두 패만 있었다면 우린 배심원을 장악할 수 있었을 거야. 
    오빠가 느릿느릿 말하기 시작했다.
    그럼 그날 밤 아빠를 죽이려 했던 사람을 배심원으로 앉혔다는 말씀인가요? 
    어떻게 그런 모험을 할 수 있으세요, 네? 어떻게? 
    잘 분석해보면 거기엔 위험이 거의 없단다. 
    유죄판결을 내리려는 남자와 역시 유죄판결을 내리려는 또다른 남자와의 차이는 없을 테니까. 
    그렇지 않니? 그렇다면 유죄를 결정한 남자와 마음속에 약간의 망설임이 남은 남자와는 어떨까? 
    아주 미미한 차이가 있겠지, 그렇지? 
    그는 모든 과정에서 반신반의했던 유일한 사람이었단다. 
    그분은 커닝햄 집안과 어떤 관계인데요? 
    내가 물었으나 아버지는 일어나 기지개를 켜곤 하품을 했다. 
    아직 잠자리에 들 시간은 아니었으므로 우린 아버지가 신문을 읽고 싶어한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버지는 신문을 접어 내 머리를 가볍게 치며 자신에게 말하듯 단조로운 어조로 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