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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24. 숙녀들의 세계3

Joyfule 2009. 3. 17. 02:05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24. 숙녀들의 세계3   
     메리웨더 부인은 옆자리 쪽으로 시선을 돌려 하던 말을 계속했다.
    난 그것을 진심으로 믿고 있어요, 거트루드. 
    하지만 몇몇 사람들은 내 방식을 올바르게 보려고 하지 않는다구요. 
    그들을 용서한다는 걸 알릴 수만 있다면 그것으로 모든 걸 잊을 수 있을 거예요. 
    그러면 세상일들이 별탈없이 돌아가줄 텐데 ,,, . 
    저, 메리웨더 아주머니, 
    나는 또 한 번 말허리를 끊었다.
    무엇이 별탈없이 돌아가줄 거라는 말씀이세요? 
    메리웨더 부인은 다시 내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아이들에게 얘기할 땐 
    억양을 달리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으로 슬하에 자녀가 없었다.
    응, 별건 아니란다, 진 루이스. 
    그녀는 위엄있게 천천히 덧붙였다.
    요리사와 들판의 일꾼들이 불만을 품었거든. 
    하지만 지금은 진정되어 제자리로 돌아갔단다. 
    그 재판 다음날 그들은 온종일 투덜댔었단다. 
    메리웨더 부인은 패로 부인에게 얼굴을 갖다댔다.
    거트루드, 난 샐쭉해진 검둥이를 보면 정말 참을 수가 없어요. 
    입은 축 처져가지고 ,,, 
    그들에게 부엌을 맡겼다간 그날 하루를 완전히 망치고 말 거예요. 
    내가 우리집 소피에게 뭐라고 했는지 알아요, 거트루드? 
     소피, 오늘 넌 마치 이교도처럼 보이는구나. 
    예수님은 결코 투덜대며 불평을 늘어놓진 않으셨어.  
    이렇게 말했지요. 그러니까 그 아인  네, 메리웨더 마님. 
    예수님은 결코 투덜거리진 않으셨어요 라고 하지 뭐겠어요. 
    물론 그런 점이 그 아이의 장점이기도 하죠. 
    거트루드, 내가 분명히 말하지만 
    그 아이들에겐 신의 이름으로 증언할 기회를 절대 주지 않도록 하세요. 
    그 순간 핀치 집안의 영토에 있던 교회당의 오래된 작은 오르간이 생각났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였다. 
    내가 말을 잘 듣거나 할 때면 아버지는 한 손가락으로 음정을 누르며 
    내가 오르간에 펌프로 공기를 넣도록 허락해주곤 했다.
    펌프의 공기가 유지되는 한 그 마지막 음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그렇듯 메리웨더 부인 역시 공기를 다 써버리고 나자 
    패로 부인에게 말을 시켜 그동안 다시 공기를 채워넣고 있는 것이었다. 
    눈부신 몸매의 패로 부인은 발 볼이 좁고,
    잿빛 머리카락은 상큼하게 웨이브를 주고 있었다. 
    그러나 두 눈은 늘 피곤해 보였다. 
    그녀는 메이컴에서 두 번째로 헌신적인 숙녀였는데 
    말을 시작할 때 스스소리를 내는 버릇이 있었다.
    스스스, 그레이스. 
    그녀가 말했다.
    그건 며칠 전 내가 휴스턴 형제님에게 말한 것과 똑같아요. 
    전 이렇게 말했죠.  스스스, 휴스턴 
    형제님, 우린 이미 패배해버린 전쟁에서 싸우는 것 같아요. 
    진 싸움 말이에요. 
    그들에겐 별 상관도 없겠지만 
    우린 그들을 기독교도로 인도하려고 성심성의껏 노력했어요. 
    결국 그 결과는 요즈음엔 어떤 숙녀도 마음놓고 밤길을 다니지 못한다는 거죠  
    그랬더니 제게  패로 자매님, 
    요즈음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겠습니다 라고 하시지 뭐예요. 
    스스스, 그래서 저도 그것만은 확실한 사실이라고 말씀드렸죠. 
    메이웨더 부인은 현명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그녀의 목소리는 커피잔 부딪치는 소리, 
    입 속에서 과자를 아작거리는 소리와 함께 온 방 안에 울려퍼졌다.
    거트루드, 
    이 마을엔 천성을 훌륭하지만 잘못 인도된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해요. 
    성품이야 훌륭하지요, 하지만 잘못 인도된 사람 말이에요. 
    그들이 옳은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긴 있지요. 
    물론 전 그들이 누구라고 밝힐 생각은 추호도 없어요. 
    하지만 그들이 하는 일이란 흑인들을 선동할 뿐이에요. 
    그것이 전부죠. 옳은 일을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전 그 분야에 관해선 책을 읽지 않아 모르지만, 
    그 샐쭉해 있는 꼴이란 ,,, 또 그 불만투성이 ,,, 
    우리집 소피가 계속 뾰루퉁해서 투덜댄다면 난 내보낼 거라고 말하겠지만, 
    그 엄청난 곱슬머리에다 대고 아무리 얘기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내가 그 아이를 데리고 있는 이유는 단지 
    이런 불경기에 몇 푼이라도 적선하려는 것뿐이라구요. 
    그렇게 해서 음식이 제대로 넘어가기나 하겠어? 
    내 옆자리의 머디 아줌마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그리고 입을 다물자, 
    입 언저리에 두 줄의 주름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커피잔은 무릎 위에 올려져 있었다.
    나는 톰 로빈슨의 아내에 관한 이야기를 그만둔 이후 
    대화의 실마리를 잃어버린 채, 
    핀치 영토와 강가를 생각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 나머지 시간들은 알렉산드라 고모가 장악했고, 
    그 모임의 사무적인 일이란 것이 내게는 황량하게만 느껴질 뿐이기 때문이었다.
    머디, 난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 
    물론 그러실 테지. 
    메리웨더 부인의 말에 머디 아줌마가 한 마디로 일축해버렸다. 
    그녀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엇인가가 그녀를 화나게 했음이 분명했다. 
    화가 났을 때의 머디 아줌마의 말투는 언제나 간결했고 얼음장 같았던 것이다. 
    그녀의 잿빛 눈은 목소리만큼 차가웠고 
    메리웨더 부인은 얼굴이 빨개져서 나를 흘끗 쳐다보고 다시 눈을 돌렸다. 
    나는 패로 부인도 볼 수가 없었다.
    알렉산드라 고모가 일어나서 재빨리 다과를 나르면서, 
    메리웨더 부인과 게이츠 부인이 얘기를 나누도록 해준 다음 
    퍼킨스 부인도 그들 대화에 넣어주곤 뒤로 물러섰다. 
    그러고 나서 머디 아줌마에게 정말로 고맙게 생각한다는 표정을 지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