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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24. 숙녀들의 세계5

Joyfule 2009. 3. 19. 01:53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24. 숙녀들의 세계 5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 있겠지. 
    검둥이 하나가 무슨 의미를 갖겠어. 
    그 많은 죄수 가운데 하나 정도? 그들에겐 톰이 아니야. 
    다만 탈옥수일 뿐이지. 
    아버지는 냉장고에 기댄 채, 안경을 밀어올리고는 눈을 비비며 말했다.
    우린 좋은 기회가 있었는데 ,,, 
    그에게 내 생각을 말했지만, 
    그 기회 이상은 확신할 수 없었지. 
    톰은 백인들의 기회라는 것에 이미 지쳐 있었고, 
    자신을 스스로 거두고자 했을 거야. 준비됐소, 칼? 
    네, 핀치 변호사님. 
    그럼 갑시다. 
    알렉산드라 고모는 칼퍼니아 아줌마 의자에 앉아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너무 조용해서 난 고모가 기절한 게 아닌가 걱정될 정도였다. 
    머디 아줌마는 금방 계단을 올라온 듯한 다급한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식당에서는 부인들이 즐거운 듯 얘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알렉산드라 고모가 울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지만 아니었다. 
    얼굴에서 손을 뗀 고모는 지쳐 보였고, 기운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머디, 난 그가 하는 일이 모두 훌륭하다고 생각진 않아. 
    하지만 내 오빠고, 이러한 그의 의지가 언제 끝날지 알고 싶을 뿐이야. 
    고모의 목소리가 상기되어 있었다.
    이 일은 그를 갈기갈기 찢고 있어. 
    겉으로 나타내지 않을 뿐, 갈갈이 찢기고 있어. 
    나는 처음부터 그들은 무엇인가 다른 것을 그에게 기대하고 있었다는 걸 알고 있었어. 
    머디, 무엇인가 다른 것 말이야. 
    그들이 원하는 게 뭘까? 
    머디 아줌마가 물었다.
    문제는 이 마을사람들이야. 
    그들은 자신이 하기엔 너무나 두려우니까 그에게 완벽하게 떠맡겨버린 거야. 
    그들은 기껏해야 동전 몇 푼 정도 잃게 되겠지. 
    그리곤 자기들이 두려운 일을 그에게 시켜 건강을 해치려고 해. 그들은 ,,, . 
    조용, 모두 듣고 있어. 이런 식으로 생각할 순 없을까, 알렉산드라?
    메이컴에선 알거나 말거나 우리는 한 인간에게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찬사를 보내는 거야. 
    옳은 일을 하는 그를 믿는 것, 바로 그거야. 
    그게 누군데? 
    고모는 열세 살짜리 조카의 질문을 그대로 되풀이하고 있다는 걸 결코 알 수 없었을 것이다.
    이 마을의 몇몇 사람들이지. 
    백인과 흑인의 공정한 게임은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사람들, 
    법률은 모두에게 공정하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 
    흑인들을 보며 만일 내가 그들로 태어났다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보는 겸손함을 갖춘 사람들 말이야. 
    머디 아줌마는 활기를 되찾고 있었다.
    이 마을에서 배경을 가지고 있는 몇몇 사람들, 그들이 누구겠어? 
    조금만 더 주의깊게 들었다면 
    오빠가 정리한 인간의 분류에 한 가지를 더할 수 있었으리라. 
    나는 아버지의 얘기를 듣는 순간부터 두려움에 온몸을 떨고 있었는데, 
    좀처럼 그칠 수 없었던 것이다. 
    전에 엔필드 교도소를 본 적이 있기 때문이었다. 
    아버지가 축구장 크기의 운동장을 내게 보여주었는데 ,,, .
    그만 떨어라. 
    난 머디 아줌마의 지적을 받고 나서야 멈출 수 있었다.
    일어나자, 알렉산드라. 우린 너무 오랫동안 나와 있었어. 
    고모는 일어나서 엉덩이를 털고는 허리춤에서 손수건을 꺼내 콧물을 닦았다. 
    그리곤 얼굴을 두드리며 말했다.
    어때,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머디 아줌마가 대답했다.
    같이 갈래, 진 루이스? 
    네, 아줌마. 
    이제 저 숙녀들과 합류해야겠지. 
    그녀의 목소리가 무겁게 들려왔다. 
    머디 아줌마가 식당문을 열자 그들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앞장섰던 알렉산드라 고모가 고개를 똑바로 들고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퍼킨스 부인, 커피가 없네요. 
    제가 가져오지요. 
    칼퍼니아가 잠시 심부름 갔어, 그레이스. 
    머디 아줌마가 말했다.
    여기 딸기파이 좀 더 들지. 
    내 사촌이 낚시광인 건 요전에 얘기 들었는지 모르겠네 ,,, . 
    고모와 머디 아줌마는 커피를 따르고 과자그릇을 나르면서 
    그들의 유일한 애석함은 칼퍼니아 아줌마 대신 가사일을 해야 한다는 것인 양 
    식당을 돌아 즐겁게 웃고 있는 숙녀들에게 돌아갔다. 
    그 부드러운 콧소리가 다시 시작됐다.
    그래요, 퍼킨스. 그 그림스 에버리트는 순교자나 마찬가지에요. 
    그는 ,,, 그를 필요로 하는 결혼식에 뛰어가고 ,,, 
    매주 일요일 오후엔 미장원으로 ,,, 해가 지자마자 ,,, 그는 침대에 ,,, 
    닭들을 ,,, 병든 닭은 한 상자 가득 담아 ,,, 
    프레드는 그것으로 뭔가 시작할 거라고 했어요. 
    프레드가 말하길 ,,, . 
    알렉산드라 고모가 저편에서 나를 쳐다보고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녀는 쟁반의 과자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조심스럽게 쟁반을 들고 메리웨더 부인에게 걸어갔다. 
    나는 최대한으로 예의를 갖춰 과자를 권했다. 
    겨우 이런 것으로 고모가 숙녀가 되었다면 나도 할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