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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25. 소중한 인간의 생명 2

Joyfule 2009. 3. 21. 01:34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25.  소중한 인간의 생명 2  
    잠시 후 오두막에서 조그만 여자아이가 나와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머리카락은 뻣뻣한 돼지꼬리 뭉치 같았는데, 
    그 끝에는 밝은 색 리본이 매여 있었다. 
    그 아이는 입이 헤벌어지게 싱긋 웃고는 
    아버지 쪽으로 가려 했지만 너무 어려서 잘 걷지를 못했다. 
    아버지가 모자를 벗고 다가가 손을 내밀자 
    그 아인 아버지의 손을 움켜잡고 계단을 쉽게 내려왔다. 
    아버지는 그 아이를 칼퍼니아 아줌마에게 데려다주었다. 
    얼마 후 샘은 로빈슨 부인 뒤에서 종종걸음으로 따라왔다.
    안녕하세요, 핀치 변호사님. 좀 앉으시지요 ,,, . 
    헬렌은 더이상 말을 잇지 못했고, 아버지도 잠자코 있을 뿐이었다.
    스카웃, 그녀는 흙 위에 그냥 무너져내렸어. 
    거인의 거대한 발에 짓밟혀버린 것같이 그냥 이렇게. 
    딜이 그때의 상황을 말했다. 
    딜은 통통한 발로 땅을 세게 누르며 굴러댔다.
    개미를 발로 밟아뭉갠 것처럼. 
    딜은 다시 얘기를 이어가기 시작했다. 
    칼퍼니아 아줌마와 아버지가 헬렌을 들다시피 부축하여 
    움막으로 들어간 지 한참 후에야 아버지는 혼자 조용히 걸어나왔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이웰 집에서 누군가 고함을 질러댔지만 
    딜은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고 했다.
    이틀 정도 메이컴의 관심은 톰의 죽음을 둘러싼 얘깃거리에 쏠려 있었다.
    그 얘기 들었어? 
    아니, 뭔데?"
    톰 말이야, 그가 번개같이 달아났다는 거야 ,,, . 
    그래? ,,, . 
    이런 얘기들이 온 마을에 퍼져나가는 데는 이틀이면 충분했다. 
    마을 사람들은 톰의 죽음에 대해 가장 검둥이다운 죽음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계획도 없이 허둥지둥 달아난 것부터가 그랬지만, 
    기회가 왔다고 해서 무작정 도망친 것은 나중일을 생각하지 않는 
    검둥이들의 정신상태를 그대로 보여준 일이었다는 것이다.
    아버지가 완전히 풀어줄 수도 있었을 텐데 ,,, . 
    톰은 기다려야 했다. 
    말도 안되는 사람일 뿐이었다.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 거야. 
    되는 대로 살아가는 인간들이지. 
    그 로빈슨이 법적으로 결혼했고 거짓이 없었으며 
    교회에 다녔다는 게 모두가 일순간 어디로 달아났는지 
    그 허식은 너무나도 얄팍했다. 
    그리고 결국 흑인들은 그렇게 되는 것으로 결론 지어졌다.
    좀더 자세한 대목은 전해질 때마다 각색되었는데, 
    그 다음주 목요일, 
    그 사건이 (메이컴트리뷴)지에 실리고 나서야 겨우 잠잠해졌다. 
    흑인뉴스란에 간략한 사망기사와 사설이 실렸던 것이다.
    브랙스톤 브래즈 언더우드 씨가 가장 통렬하게 썼는데, 
    그는 누가 광고나 예약을 취소하든 말든 상관하지 않겠다고 했다. 
    물론 메이컴에서 그렇게 하진 않았다. 
    언더우드 씨는 그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성심성의껏 기록함으로써 외쳐댈 수 있었고, 
    그래도 광고와 예약은 끊기지 않았던 것이다. 
    그가 엉뚱한 일로 웃음거리가 된다 해도 
    언더우드 씨는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할 뿐이었다.
    언더우드 씨는 사법적 오류에 대해선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다만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도록 간단하게 표현했다. 
    그가 서 있었든지 앉아있었든지, 
    혹은 도망쳤든지 간에 결국 한 불구자를 죽이는 죄를 저질렀다고 말하면서 
    톰의 죽음을 사냥꾼이나 아이들에 의해 무분별하게 죽어간 노래하는 새에 비유했다. 
    그것에 대해 메이컴 사람들은 
    (몽고메리 신문)에 다시 실릴 만큼 시적인 사설이라고 평가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었을까. 
    나는 언더우드 씨의 사설을 읽으며 의아해지기 시작했다. 
    무분별한 살육, 그 죽음의 날, 
    톰은 법적인 절차에 따라 열두 명의 훌륭하신 배심원들에 의해 
    공개적으로 판결을 받아 진실이 밝혀지도록 노력했어야 했다. 
    아버지는 그를 위해 계속 싸우고 있었는데 ,,, . 
    언더우드 씨가 써내려간 사설의 의미가 점점 선명하게 다가왔다. 
    아버지는 톰 로빈슨을 구해내려고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았지만, 
    사실을 알면서도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인간의 마음속까지는 아버지도 어쩔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마옐라 이웰이 입을 크게 벌려 비명을 지르던 그 순간, 
    톰은 이미 죽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나는 이웰이란 이름만 들어도 속이 메스꺼워졌다. 
    죽음에 대한 이웰 씨의 견해가 메이컴을 떠돌아 다녔고, 
    그것은 영국해협처럼 무슨 말을 듣든지 곧장 흘려보내는 수다쟁이 
    스테파니 크러포드 아줌마를 거쳐 온 마을에 퍼졌다. 
    스테파니 아줌마는 오빠가 있는 자리에서 고모에게 그 말을 전했다.
    나는 나중에 그 말을 전해들으면서 
    오빠가 그런 이야기를 들어도 될 만큼 자란 것인지 의아스러웠다. 
    소문에 의하면 이웰 씨는 그 사건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큰소리를 쳤다는 것이다. 
    오빠는 그 얘기를 들려주면서 이웰 씨는 세상에 둘도 없는 허풍쟁이일 뿐, 
    전혀 두렵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어떤 방법으로든 내가 그 얘기를 아버지한테 한 마디라도 이른다면 
    다시는 나와 상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