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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4. 부래들리와 떡갈나무 2.

Joyfule 2008. 12. 4. 01:44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4. 부래들리와 떡갈나무 2.  
    방학식날 오빠와 나는 조금 일찍 풀려나 함께 걸어왔다.
    딜이 내일쯤은 올 수 있을까?
    내가 물었다.
    아마 모레쯤일 거야.
    미시시피 주는 하루 늦게 방학하니까.
    래들리 집 떡갈나무를 지나칠 때마다 
    나는 백 번도 넘게 껌이 있던 자리를 눈여겨보곤 했다.
    그때였다. 
    나는 또다른 은박지를 가리키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보여, 스카웃. 보인다구! 
    오빠는 주위를 둘러보곤 손을 뻗쳐 
    반짝이는 작은 꾸러미를 조심스럽게 주머니에 넣고 뛰었다.
    그건 껌종이에서 모은 은박종이를 조각조각 이어 포장한 작은 상자였다. 
    그건 결혼반지 케이스인데 자줏빛 벨벳으로 섬세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오빠는 재빨리 열어젖혔다. 
    공들여 광을 낸 동전 두 개가 놓여 있었다. 
    오빠가 그것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인디언 얼굴이 새겨져 있어, 스카웃. 
    이건 1906년도야, 또 하난 1900년, 정말 오래된 것들이라구.
    나는 따라 외웠다.
    1900년 ,,, 말하려 ,,, .
    조용히 해봐, 내 생각엔 ,,, .
    아니야, 그곳은 어른이 아니면 잘 지나다니지 않아.
    어른들은 비밀장소 같은 거 만들지 않아. 그렇지, 오빠? 
    그거 우리가 가져도 될까?
    나도 몰라, 스카웃. 누구에게 돌려줘야 할지. 
    그곳으로 지나다니는 사람은 거의 없거든. 
    세실도 집으로 갈 때 돌아서 가고.
    세실 제이콥은 우리집 쪽으로 제일 끝에 있는, 우체국 옆집 아이로 
    학교에 갈 땐 래들리 집과 헨리 라파예트 두보스 할머니 집을 피해 가느라 
    거의 왕복 일 마일 정도를 돌아서 다녔다.
    우리집에서 두 번째 윗집에 사는 두보스 할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심술궂은 늙은 마귀라고들 했다. 
    오빠도 아버지와 함께가 아니면 그곳을 지나가지 않았다.
    어떻게 할 건데, 오빠?
    주인이 없다면 주운 사람이 임자였다. 
    때때로 동백꽃을 딴다거나 여름철에 
    머디 애킨슨 아줌마네 젖소의 따뜻한 젖을 짜내는 일, 
    남의 밭에서 자라고 있는 머루를 서리하는 일 등은 
    메이컴의 윤리적 문화의 하나로서 묵인되곤 했지만 돈은 달랐다.
    그래, 어떻게 하냐 하면, 우리가 보관했다가 개학한 다음 누구 것인지 물어보자. 
    어쩜 버스 타고 다니는 애들 건지도 몰라. 
    학교 끝나고 챙기려다 잊은 걸 거야. 이건 분명 임자가 있어. 자.
    봐. 얼마나 말끔하니? 잘 보관되어온 것 같잖아.
    응, 하지만 왜 껌 같은 걸 그렇게 놔뒀을까? 그건 오래가지 않잖아.
    나도 모르겠어, 스카웃. 
    하지만 이건 분명 누군가에게 중요한 물건일거야.
    뭐가 중요한데, 오빠 ,,,?
    그러니까 인디언 얼굴, 이건 진짜 인디언 것인지도 몰라. 
    기가 막힌 마술이 들어 있어. 행운을 가져다줄지도 몰라. 
    기대하지 않은 닭고기 정도가 아니야. 
    어쩌면 그건 오래 산다거나 건강하게 되거나, 
    여섯 주 시험에 통과되는 마술일지도 모른다구. 
    그런 것이야말로 정말 중요한 일일테니까.
    내 트렁크에다 넣어둬야겠어.
    오빠는 들어가기 전에 한참 동안 래들리 집을 쳐다보았다. 
    그는 다시 생각해보는 것 같았다.
    이틀 후 딜은 영광의 빛과 함께 도착했다. 
    그는 혼자 메리디안에서 기차를 타고 애보트에 있는 
    메이컴 행 터미널로 와서 택시로 다시 라이첼 아줌마를 만났다. 
    그는 식당차에서 저녁을 먹은 다음 베이 세인트 루이스 역에서 
    하차하고 있는 두 쌍둥이를 보았다면서 
    어떠한 야유에도 개의치 않고 허풍을 떨어댔다.
    그는 셔츠까지 단추가 채워진 그 지독한 파란 바지를 벗어버리고 
    벨트가 달린 아주 짧은 바지를 입고 있었다. 
    살은 조금 찐 듯했지만 키는 그대로였다. 
    그리고 그는 아버지를 만나보았다고도 했다. 
    딜의 아버지는 우리보다 조금 더 큰 정도의 키에 검은 수염을 길렀고, 
    지금은 L&N 철도회사의 사장님이라고 했다.
    내가 잠깐 기술자로 도왔지.
    딜이 하품하며 말했다.
    허풍떨지 마, 딜. 자, 그만하구. 오늘은 무슨 놀이를 할까?
    오빠가 말했다.
    톰, 샘, 딕. 앞마당으로 가자.
    딜이 말했다. 
    딜은 (해적선) 연극놀이를 하고 싶어했다. 
    거기엔 세 군데 정도 할 만한 대목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우리가 정해준 배역에 싫증을 내고 있음이 분명했다.
    난 그거 별로야.
    내가 말했다. 
    나는 연극 중간에 갑자기 기억을 상실하여 끝부분까지 대본에서 사라졌다가 
    알래스카에서 발견되는 톰 로버 역은 정말이지 하고 싶지 않았다.
    오빠, 하나 지어내자.
    내가 제안했다.
    싫어, 이젠 꾸며내는 것도 지쳤어.
    자유의 몸이 된 첫날부터 우린 모두 이렇게 지쳐 있었다. 
    이 여름은 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