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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4. 부래들리와 떡갈나무 3.

Joyfule 2008. 12. 5. 01:22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4. 부래들리와 떡갈나무 3.  
    우린 앞마당을 어슬렁거렸고 
    딜은 래들리 집이 정면으로 보이는 음산한 길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킁킁, 죽음의 냄새가 난다 ,,, 냄새가 나 ,,, .
    내가 그만두라고 윽박질러도 딜은 소용없었다.
    아니, 내 말은 누가 죽을지 미리 가려내어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거야. 
    어떤 할머니한테서 배운 거야.
    딜은 내게도 코를 대고 킁킁 냄새를 맡았다.
    진 ,,, 루이스 ,,, 핀치 ,,, 넌 삼사흘 안에 죽을 것이다 ,,, .
    딜, 너 입 다물지 못해. 앉은뱅이를 만들어놓을까 보다. 
    정말이다, 너 지금 ,,, .
    야, 모두 조용히 해.
    오빠가 왈왈거렸다.
    너희들 핫스팀을 믿고 있는 것 같은데?
    오빤 아니구?
    내가 대꾸했다.
    핫스팀이 뭔데?
    딜이 물었다.
    한밤중에 아무도 없는 길을 갈 때 왠지 뜨뜻한 데를 지나간 적 없었니?
    오빠가 딜에게 설명했다.
    핫스팀이란, 하늘로 올라가지 못하고 외딴 거리를 헤매는 유령을 일컫는 말인데, 
    너도 그곳을 지나치면 죽어서 그렇게 되는 거야. 
    그리곤 밤에 돌아다니며 사람의 영혼을 빨아들인대 ,,, .
    그걸 피할 수는 없을까?
    없어. 그건 길 여기저기에 깔려 있으니까. 
    하지만 그곳을 지날 때, 
    천사의 빛이여. 죽음 속의 삶은 써억 사라져라. 내 영혼을 빼앗지 마라. 
    이렇게 말하면 그 주문이 너를 감싸 보호해 줄거야.
    오빠가 하는 말, 한 마디도 믿지 마, 
    딜. 칼퍼니아 아줌마가 그러는 데 그건 검둥이들이 꾸며낸 말이래.
    오빠는 나를 무섭게 노려보더니 다른 말로 얼버무려버렸다.
    놀이는 할 거야 말 거야?
    타이어타기 하자.
    내가 제안했다. 오빠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난 너무 커서 안 되잖아.
    밀어주면 되잖아.
    나는 뒷마당으로 가 마루밑창에서 
    오래된 타이어를 꺼내와 앞마당에 툭 하고 떨어뜨렸다.
    내가 먼저.
    딜은 오랜만에 이곳에 왔으니 자기가 먼저 해야 한다고 우겨댔다. 
    오빠가 중재에 나섰다. 내가 첫 번째였고 다음이 딜이었다. 
    나는 타이어 안으로 몸을 접어넣었다.
    나는 사건이 일어나기 직전까지도 핫스팀에 대해 떠드는 오빠를 반박한 것 때문에 
    오빠가 무척 언짢아하고 있다는 걸 알아채지 못했다. 
    그는 보복할 기회를 끈기있게 기다렸던 것이고 
    끝내 있는 힘을 다해 보도 쪽으로 타이어를 밀쳐버렸다.
    하늘과 땅, 집들이 다함께 뒤범벅이 되어 실성한 팔레트로 변하고 
    귀에선 맥박이 뛰며 숨이 막혀왔다.
    타이어를 세우려 해도 팔이 가슴과 무릎 사이에 쐐기처럼 박혀 있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나의 유일한 희망은 오빠가 나를 잡아주거나 보도에 타이어가 부딪혀주는 것이었다.
    오빠가 내 뒤를 쫓아오며 뭔가 소리소리 질렀다.
    타이어는 자갈 위에 쾅 부딪혀선 길 반대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다시 벽에 부딪히고는 포장도로 위로 코르크 마개처럼 통통통 튀어나갔다. 
    어지러움과 울렁거림으로 나는 시멘트 바닥에 누워 머리를 흔들었다. 
    귀는 침묵 속에서 둥둥거리고 오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카웃, 거기서 빨리 나와, 어서.
    머리를 들어보니 바로 코앞에 래들리 집이 다가왔다. 
    나는 완전히 얼어붙었다.
    빨리, 스카웃. 거기 처박혀 있지만 말구!
    오빠가 계속 소리 질렀다.
    어서 일어나.
    조금씩 정신을 차리면서 나는 후들거리는 다리로 일어섰다.
    타이어 갖고 와! 
    오빠가 소리쳤다.
    갖고 오라니까, 어서.
    방향을 잡게 된 나는 무릎이 떨리는 것도 참고 온힘을 다해 그들에게로 뛰어갔다.
    타이어를 두고 오면 어떡해?
    오빠가 소리쳤다.
    오빠가 가져오면 되잖아.
    나도 소리쳤다. 오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해보시지. 문에서 멀지도 않은데. 집을 만지기까지 한 사람이 뭘 그래?
    오빠는 나를 사납게 노려봤지만 뿌리칠 수는 없는 듯 
    보도를 향해 물에서 헤엄치듯 걸어갔다.
    그리곤 래들리 집 마당으로 돌진해 들어가 타이어를 되찾아왔다.
    봤지?
    오빠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별것 아니야, 스카웃. 정말이라구, 
    넌 가끔 너무 계집애 티를 내거든. 정말 못 봐주겠어.
    오빠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가 또 하나 있었다. 
    하지만 난 입을 다물기로 했다.
    칼퍼니아 아줌마가 현관에 나타났다.
    자, 레모네이드 마실 시간이다. 
    너희들 그렇게 밖에만 있다간 모두 통닭구이가 될 거야.
    오전중의 레모네이드 시간은 여름에 꼭 하는 일과 중 하나였다. 
    아줌마가 주전자와 컵을 현관에 놓고 들어갔다. 
    오빠는 화가 아직 덜 풀렸지만, 걱정할 건 없었다. 
    레모네이드가 기분을 회복시켜줄 것이었다.
    오빠는 레모네이드 두 잔을 단숨에 들이켜고는 잔을 내려놓고 가슴을 두드렸다.
    이제부터 무엇을 할지 생각이 났노라.
    오빠가 엄숙히 말했다.
    뭔가 새롭고 특별한 것이니라.
    그게 뭔데, 형?
    부 래들리.
    오빠는 가끔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짓을 했다. 
    오빠는 자신의 대담한 용맹성과 겁내는 나를 비교하여 
    어떻게 해서든 래들리를 무서워하지 않는다는 것을 과시하려 했던 것이다.
    부 래들리라니 ,,, 어떻게?
    딜이 물었다.
    스카웃, 넌 래들리 부인 역을 맡고 ,,, .
    오빠가 지시했다.
    분명히 말하지만 난 할 수 있어.
    하지만 난 ,,, .
    왜 그래? 아직도 겁나니?
    딜이 물었다.
    그는 우리 모두가 잠든 밤에 나와서 ,,, .
    오빠가 조용히 하라며 손가락을 입에 갖다댔다.
    스카웃, 우리가 뭘 하는지 그가 어떻게 알겠니? 
    그리구 난 그가 그집에 살아 있다고는 생각지 않아. 
    그는 이미 죽었고 박제가 돼서 굴뚝에 쑤셔박혀 있을 거야.
    스카웃이 싫다면 형하구 나하구 하면 되잖아.
    나는 부 래들리가 안에 있다는 것을 거의 확신했지만 증명할 길이 없었고, 
    입을 다무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았다간 괜히 핫스팀 따위나 믿는다고 덮어씌울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