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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5. 그집은 그저 슬픈 집을 뿐이야 2

Joyfule 2008. 12. 8. 05:08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5. 그집은 그저 슬픈 집을 뿐이야 2  
    머디 아줌마는 아버지의 동생인 잭 삼촌과 또래여서 함께 자랐다. 
    머디 아줌마는 이웃 지주인 프랭크 버포드 의사의 딸이었고, 
    버포드 선생님의 의학을 전공했는데도 모든 식물에 매료되어 가난하게 살았다고 했다. 
    잭 삼촌이 가진 식물로는 내시빌에 있는 
    그의 집 창문 위의 화초가 전부였고, 그래서인지 부자였다. 
    잭 삼촌은 크리스마스를 우리집에서 보내곤 했다. 
    그때마다 길 건너에 대고 머디 아줌마에게 
    결혼하자고 큰소리로 말하면 아줌마도 되받는 것이었다.
    좀더 크게 말씀하시지, 잭 핀치 씨. 저 우체국까지 들리도록 말이야. 
    뭐라구요? 난 아직도 안 들리는걸! 
    오빠와 나는 결혼신청의 하나라고 여겼다. 
    그러나 잭 삼촌은 알 수 없는 구석이 있었다. 
    삼촌은 사십 년 동안이나 머디 아줌마에게 프로포즈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아줌마는 아줌마대로 삼촌이 놀림을 당한 첫남자이자 
    결혼을 생각해본 마지막 남자였다는 것이다. 
    우리들은 그들의 공격과 방어의 의미를 막연하게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아서 래들리는 집에 있는 것뿐이란다. 
    그것이 전부야. 너도 밖에 나오고 싶지 않을 땐 집에 있지 않니? 
    네, 하지만 전 집 안에만 있고 싶지는 않은데요, 그는 왜 그렇지 않을까요? 
    머디 아줌마의 눈이 가늘어졌다.
    너도 그 이야긴 들었을 텐데. 
    한 번도 들은 적 없어요.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어요. 
    머디 아줌마는 의치를 제자리에 놓았다.
    돌아가신 래들리 씨가 침례교도였다는 건 알고 있지? 
    아줌마도 마찬가지잖아요. 
    나의 신앙은 그다지 뿌리가 깊지 않았단다. 난 그냥 침례교도일 뿐이지. 
    아줌마는 침례의식을 안 하세요? 
    하기야 하지, 매일 목욕을 하니까. 
    초기 침례교도는 정확히 선을 그어 판단한 후엔 
    다른 어떤 종파와도 친교를 끊었단다. 
    침례교도들은 모든 즐거움은 죄라고 믿지. 
    어떤 침례교도는 숲속에서 불쑥 나와서는 우리집 꽃에다가 대고 
    지옥으로 떨어질 것들 이라고 하던걸. 
    아줌마네 꽃을 보고두요? 
    그래, 요 아가씨야. 나랑 지옥불에 떨어질 거라는 거야. 
    그들은 내가 성경은 읽지 않고 신의 주변에서만 시간을 낭비한다고 생각하거든. 
    머디 아줌마가 개신교가 말하는 지옥에서 영원히 끓을 생각을 하니 
    목사님의 교리에 대한 믿음까지도 사라질 것만 같았다. 
    사실 아줌마의 사리는 분명했고, 
    스테파니 아줌마처럼 이웃 일로 돌아다니지도 않았다. 
    오빠와 나는 스테파니 크러포드 아줌마는 믿지 않아도 
    머디 아줌마만큼은 깊이 신뢰하고 있었다. 
    머디 아줌마는 한 번도 우릴 고자질하거나 귀찮게 하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의 사생활에 지나친 관심을 보이지 않은 탓일지도 ,,, 
    그래도 아줌마는 우리의 친구였다. 
    이 끝도 없는 숙제 속의 인생살이에서 
    어떻게 그런 분별력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었을까.
    그건 말도 안 돼요. 아줌마는 가장 훌륭하신 분인걸요. 
    머디 아줌마가 싱긋 웃었다.
    고맙구나, 꼬마 아가씨. 
    사실 침례교도들은 여성으로 태어난 것조차 죄라고 하고 있거든. 
    성경을 글자 그대로 받아들이기 때문이지. 
    그럼 아서 아저씨는 여자를 안 만나려고 집에만 계시는 걸까요? 
    글쎄, 그건 나도 모르겠는데. 
    말도 안 돼요. 
    전 그 아저씨가 천국을 찾아 현관 밖에라도 몹시 나오고 싶어할 것 같아요. 
    아버진 하나님은 네 자신을 네가 사랑하는 것만큼 널 사랑하신다고 말씀하셨거든요. 
    머디 아줌마는 흔들의자를 멈추고 야무진 목소리로 말했다.
    넌 너무 어려서 이해 못하겠지만 
    때론 네 아빠처럼 위스키 병을 손에 든 사람보다 
    성경책을 든 사람이 더 나쁘기도 하단다. 
    나는 깜짝 놀라 말했다.
    아빠는 위스키를 안 마셔요. 아빤 평생 한 방울도 안 마시 ,,, 아니, 네 맞아요, 
    딱 한 번 마신 적이 있지만, 좋아하지는 않는다고 하셨어요. 
    머디 아줌마가 큰소리로 웃었다.
    너희 아버지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니야. 
    그는 취할 때까지 마신다 해도 다른 사람 같지는 않을 거다. 
    다만 세상엔 죽은 후의 일을 걱정하느라 
    이 세상 사는 법을 배우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거든. 
    자, 그럼, 거리를 내려다보고 더 생각해보렴. 
    아줌마는 그 말이 맞는다고 생각하세요? 
    그러니까 부 ,,, 아서 아저씨에 대해 사람들이 하는 말들요. 
    무슨 말인데?
    나는 소문으로 들은 것을 모두 얘기했다.
    그 소문의 대부분은 흑인들에게서 나온 말이고 
    나머지는 스테파니 크러포두에게서 일 거다. 
    머디 아줌마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