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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5. 그집은 그저 슬픈 집을 뿐이야 4.

Joyfule 2008. 12. 10. 01:26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5. 그집은 그저 슬픈 집을 뿐이야 4.  
    너희들 모두 조용히 해봐. 
    오빠는 소리를 치고는 집 아래로 급히 내려가 
    누런 대나무 장대를 끌고 왔다.
    이게 저기까지 닿을까? 
    그 집을 만지기까지 한 용감한 사람은 낚싯대가 필요없는 거잖아? 
    그냥 앞문으로 가서 문을 두드리지 그래? 
    내가 말했다.
    이, 이건 달라. 얼마나 더 얘길 해야 알아듣겠니? 
    오빠가 말했다.
    딜이 쪽지를 꺼내 오빠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우리 셋은 조심스레 그 낡은 집을 향해 나아갔다. 
    딜이 전신주에 남고 오빠와 나는 그집 맞은편 보도로 천천히 다가갔다. 
    나는 오빠 반대편 커브길이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개미새끼 한 마리도 없어. 
    내가 말했다. 
    오빠는 보도를 살피고 딜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빠는 낚싯대에 쪽지를 매달아 미리 봐둔 창문으로 길게 뻗쳐보았다. 
    몇 인치쯤 모자랐다. 오빠는 할 수 있는 한 앞으로 더 구부렸다. 
    그리고는 몇 번이고 낚싯대를 내질러댔다. 
    보다못해 나는 오빠에게 다가갔다. 
    장대에서 쪽지가 떨어지질 않아. 
    좀더 구부리면 내가 넘어질 것 같구 ,,, 제자리로 가 있어, 스카웃. 
    나는 되돌아와 텅 빈 커브길을 바라보았다. 
    가끔 오빠를 돌아보았다. 
    장대가 내려오면 다시 치켜올리면서 끈기있게 쪽지를 창문턱에 올리려 하고 있었다. 
    난 부 래들리가 그걸 받아도 읽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잠겨 있었는데 
    갑자기 울리는 종소리가 나의 상념을 흐트러놓았다. 
    난 거리 아래쪽으로 시선을 모았다.
    부 래들리의 피묻은 얼굴이 아닌 아버지의 얼굴이 거기 있었다. 
    딜은 있는 힘을 다해 종을 흔들어댔다.
    그때 오빠의 모습은 너무 끔찍해보여 뭐라고 말할 용기조차 없었다. 
    그는 장대를 질질 끌며 터벅터벅 걸어왔다.
    그종 그만 울리지. 
    아버지가 딜을 저지했다.
    딜이 추를 움켜잡았다. 
    침묵이 뒤를 이었고 나는 종을 계속 울려주길 갈망했다. 
    아버지는 모자를 젖히고 손을 허리에 올려놓았다.
    젬 뭐하고 있는 거냐? 
    아무 것두 아니에요. 
    야단 치치 않을 테니 말해봐라, 어서. 
    전 ,,, 저희들은 래들리 씨에게 무언가를 전하려는 중이에요. 
    뭘 그렇게 전하려는 거지? 
    편지요. 
    이리 가져와봐.
    오빠는 꼬질꼬질한 종이조각을 내밀었다.
    무엇 때문에 래들리 씨를 나오게 하려는 거지? 
    우리와 함께 있으면 즐거워하실 것 같아 ,,, . 
    딜은 아버지가 쳐다보자 말하려다 말고 급히 말문을 닫았다.
    젬, 이미 얘길했지만 그 사람을 귀찮게 하지 말아라. 너희 둘도 마찬가지야.
    아버지는 래들리 씨가 무엇을 하건 그의 일이라고 했다. 
    그가 나오고 싶으면 나오고 호기심에 찬 아이들을 피해 
    집 안에 있고 싶으면 그렇게 할 권리가 있는 거라며 
    그건 우리에게도 똑같이 적용되는 거라고 했다. 
    야밤에 아버지가 노크도 없이 우리 방에 불쑥 들어온다면 기분이 어떻겠느냐. 
    우린 그와 같은 일을 래들리 씨에게 저지르고 있다는 것이다. 
    래들리 씨의 어떤 부분이 그렇게 기묘하게 보이는지 모르지만 
    그 자신은 그렇지 않을 거라고 했다. 
    덧붙여 일반시민이라면 옆창문이 아닌 
    앞문으로 당당히 연락을 취하는 것이 상례가 아니냐고 했다. 
    끝으로 초대받기 전엔 절대 근처에도 가지 말 것과 어리석은 놀이도 하지 말 것. 
    특히 이 거리, 이 마을 안에선 절대로 누구를 놀려대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저희는 그를 놀리려는 게 아니었어요. 비웃지도 않았구요. 저희는 다만 ,,, .
    그것도 마찬가지야. 
    그를 놀린 거요? 
    아니, 그가 살아온 삶은 이웃의 생각으로 교화시키려 하는 것 말이다. 
    오빠는 애써 힘을 내 말했다.
    그러지 않았어요, 저흰 그러지 않았는데요. 
    아버지는 무뚝뚝하게 웃었다.
    넌 이미 그렇게 말한 거야. 
    그리고 당장 이런 어리석은 짓은 그만둬라. 너희들 모두. 
    오빠는 멍하니 쳐다보았다.
    넌 법률가가 되고 싶다고 했지? 그렇지? 
    아버지의 입매는 억지로 일직선으로 만들려고 한 듯 
    의심스레 꽉 다물어져 있었다.
    오빠는 핑계댈 구석이 없음을 알고는 입을 다물었다. 
    아버지가 잊은 서류철을 가지러 집 안으로 들어간 후에야 
    오빠는 결국 늙은 변호사의 회유에 말려들었다는 걸 알아챘다. 
    오빠는 계단 근처에서 적당히 떨어져 있다가 
    아버지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그쪽을 향해 소리질렀다. 
    법률가가 되려고 했지만 지금으로선 확실하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