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6. 부 래들리 훔쳐보기 1.

Joyfule 2008. 12. 11. 01:33
      하퍼 리 - 앵무새 죽이기 -  6. 부 래들리 훔쳐보기 1.  
    그래라. 
    딜이 내일 떠난다며 라이첼 아줌마네 집에서 놀아도 되냐고 오빠가 묻자, 
    아버지는 흔쾌히 대답했다.
    잘 가라고 인사 전하고, 내년에 다시 보자고 해라. 
    우리는 라이첼 아줌마네 낮은 울타리를 뛰어넘었다. 
    오빠가 메추라기 휘파람을 불자 딜이 어둠 속에서 대꾸했다.
    바람 한점 없네. 저길 좀 봐. 
    오빠가 동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거기엔 거인 같은 딜이 머디 아줌마네 호두나무 위에서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오늘밤엔 달 속에 십자가가 들어 있는 것 같지? 
    딜이 쳐다보지도 않고 물었다. 
    딜은 신문과 노끈으로 열심히 담배를 만들고 있었다.
    아니야, 숙녀가 들어 있어, 거기에 불붙이지 마. 
    그 냄새가 마을을 온통 뒤덮을 거야. 
    메이컴에서는 달 속에 화장대에 앉아 머리를 빗는 숙녀가 있다고 믿고 있었다.
    우린 네가 보고 싶을 거야, 딜. 
    그보다 에이베리 아저씨를 보는 편이 나을 거란 생각이 들지만. 
    내가 말했다.
    에이베리 아저씨는 길 건너 헨리 라파예트 두보스 할머니 집에서 하숙을 했다. 
    접시 수집이 취미인 그는 매주마다 접시를 바꿔쓰는 것을 낙으로 삼았다. 
    또한 매일밤 아홉 시쯤이면 코를 골아대곤 했다. 
    저녁 무렵의 일이었다. 
    우린 그 아저씨의 굉장한 공연을 목격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린 적이 있었다. 
    그건 분명 마지막 광경이었다. 
    우리에게 들킨 이후로는 다시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우리가 라이첼 아줌마네 집 계단에서 헤어지려는데 
    딜이 우리를 불렀다.
    맙소사, 저길 좀 봐. 
    그는 길 건너를 가리켰다. 
    처음엔 포도넝쿨로 덮여 있는 현관 외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좀더 자세히 보니 활모양의 오줌줄기가 
    잎사귀 아래로 이어져 가로등 불빛에 노란 원으로 빛나고 있었다. 
    최소한 땅에서 삼 미터 높이는 돼보였다. 
    우리에겐 거의 그렇게 보였다. 
    그것에 대해 오빠는 에이베리 아저씨가 어쩌다 실수로 저렇게 되었다고 했고,
    딜은 한 들통의 물은 마셨을 거라고 확신했다. 
    그러면서 계속 거기에 관한 논쟁과 각자의 무용담으로 또다시 나를 소외시켜버렸다. 
    난 이 분야에 관한 한 할말이 없었다. 
    태어날 때부터 다르지 않은가.
    딜은 하품에 기지개를 켜며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알았다. 산책하자, 우리 ,,, . 
    그 말은 수상쩍게 들렸다. 
    메이컴에선 누구도 괜히 산책을 하진 않았다.
    어디로 산책을 가자는 거니, 딜? 
    딜은 머리를 남쪽으로 홱 돌렸다.
    좋지. 
    오빠가 맞장구치며 내가 안 된다고 반대하자 부드럽게 말했다.
    넌 따라오지 않아도 돼, 오월의 천사여. 
    넌 갈 필요없어. 알고 있겠지만 ,,, . 
    오빠는 지나간 승리에 우쭐대는 그런 인간은 아니었다. 
    반대신문에 있어 남의 마음을 꿰뚫어보는 것은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이었다.
    스카웃, 우린 아무 짓도 안 할 거야. 
    그냥 저 가로등까지 갔다올 거야. 
    우리는 보도 아래로 한가로이 걸어갔다. 
    현관에 있는 그네는 무게를 못 견뎌 삐꺽거렸고 
    어른들의 잡담소리는 부드럽게 밤공기에 울려퍼졌다. 
    스테파니 크러포드 아줌마의 웃음 소리도 멀리 들려오는 그런 밤이었다.
    됐어, 형. 
    좋아, 스카웃, 넌 집으로 가. 
    뭐 할 건데? 
    딜과 오빠는 조금 열린 덧문으로 간단하게 부 래들리를 훔쳐볼 것이고, 
    난 그들을 따라가지 않을 경우, 집으로 곧장 가서 
    나의 도톰한 입만 꾹 다물고 있으면 그만이었다.
    그럼 도대체 왜 오늘밤까지 기다려 온 거야? 
    밤엔 누구에게든 들킬 염려가 없고,
    아버지도 책에 파묻혀 왕국이 떠밀려온다 해도 모를 것이며 
    부가 우릴 죽인다 해도 방학이 끝났으니 별로 억울할 것 같지도 않고 
    낮에 어두운 곳을 보는 것보다는 
    밤에 보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이라고 했다.
    오빠, 제발 ,,, . 
    스카웃, 너 마지막으로 경고하겠는데 입을 다물든지, 
    집으로 가든지 해. 난 정말이지 선언하는데 
    넌 나날이 계집애가 돼가고 있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