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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헷세의 데미안 제7장 에바 부인 10.

Joyfule 2008. 11. 8. 02:22
      헤르만 헷세의 데미안 제7장 에바 부인 10.  
    얼마 동안 나는 마치 우리들이 나눈 일상 대화의 복제와도 같은 꿈을 꾸었다. 
    온 세계가 혼란에 빠지고 나 혼자서나 아니면 
    데미안과 함께 긴장하여 위대한 운명을 기다리는 꿈을 꾼 것이었다. 
    운명은 가리워진 채로 있었지만 어딘지 에바 부인의 표정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에 의해서 선택되거나 혹은 배척당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운명이었던 것이다. 
    여러 차례 그녀는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 
    “당신의 꿈은 완전하지가 않아요. 싱클레어, 당신은 제일 좋은 것을 잊어버리셨어요. ---“ 
    그 말을 듣고 나서야 그 잊어버린 부분이 생각이 났고 
    나는 어쩌면 그것을 잊을 수 있었는지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때때로 나는 불만을 느끼고 어떤 욕구로 고민하곤 했다. 
    그녀를 팔에 끌어안지도 못하면서 
    그녀를 가까이에서 지켜보기만 하는 것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도 곧 그것을 알아차렸다.
    한 번은 내가 여러 날 동안이나 찾아가지 않았다가 
    아직도 어지러운 마음으로 다시 그녀를 찾아갔을 때 
    그녀는 나를 한쪽으로 데리고 가서 말하는 것이었다. 
    “당신은 당신이 믿지도 않는 소원에 정신을 잃어서는 안 돼요. 
    당신이 무엇을 소원하고 있는지 나는 잘 알고 있어요. 
    당신은 이 소원을 버러거나 아니면 완전하고 올바르게 바라지 않으면 안 됩니다. 
    만약 당신이 그 소원의 성취를 마음속에서 완전히 확신하게 되도록 소원할 수 있다면 
    그때엔 그 소원을 성취할 수 있게 될 거예요. 
    그러나 지금 당신은 소원을 하면서도 다시 후회하기도 하고 동시에 두려워하고 있는 거예요. 
    이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하는 거예요. 
    내가 전설 이야기를 하나 해드릴께요.” 
    그녀는 별에 반한 젊은이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는 바닷가에 서서 손을 뻗치고 별에 예배했고 별의 꿈을 꾸고 자기의 생각을 별에게 보냈다. 
    그렇지만 별을 사람이 끌어안을 수야 없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거나 
    또는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는 충족될 희망도 없이 별을 사랑하는 것이 자기의 운명이라고 생각했고, 
    이 생각에서 체념과 그리고 자기를 개선시키고 정화시켜줄
    무언의 충실한 고민을 읊은 한 편의 완전한 생명의 시를 지었다. 
    그러나 그의 꿈은 모두 별을 찾아갔다. 
    그는 어느 날 밤 다시 바닷가의 높은 벼랑 위에 서서 별을 쳐다보고 별에의 사랑을 불태웠다. 
    그리하여 동경이 절정에 달한 순간 그는 별을 향해서 허공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그는 그 도약의 순간에 다시 한 번 번개처럼 생각했다. 
    정말 이루어지지 않을 일이다! 라고. 
    그는 바닷가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그는 사랑하는 법을 이해하지 못했던 것이다. 
    만약 그가 뛰어올랐던 그 순간에 단단하고 확실하게 
    그 일이 이루어질 수 있다고 믿는 정신력을 가졌었다면 
    그는 하늘로 날아올라가서 별과 일체가 될 수 있었을 터였다. 
    ”사랑은 간청해서는 안 되는 거예요.” 
    그녀는 진지하게 말했다
    . “또 요구해서도 안 되지요. 
    사랑은 자기의 내부에서 확신에 이를 수 있는 힘을 지니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그러면 그것은 끌려오는 것이 아니라 끌어당기게 되는 거지요. 
    싱클레어, 당신의 사랑은 나에 의해서 끌리고 있어요. 
    당신이 나를 끌게 되면 나는 가겠어요. 
    나는 아무런 선물도 드리고 싶지 않아요. 
    나는 당신에게 획득 당하고 싶은 거예요.” 
    그러나 다음번에는 나에게 다른 이야기를 해주었다. 
    희망도 없이 사랑하는 한 남자가 있었다. 
    그는 자기의 영혼 속에 완전히 침잠하여 사랑하는 나머지 타 없어질 것 같다고 느꼈다. 
    그에게는 이 세계가 사라져버렸으며 더 이상 푸른 하늘도 파릇한 숲도 보이지 않았고 
    시냇물도 그에게는 졸졸거리지 않았고 하프도 그에게는 울리지 않았다. 
    모든 것은 사라져버리고 그는 가난하고 비참해졌다. 
    그러나 그이 사랑은 나날이 자라서 자기가 사랑하는 여자를 소유할 수 없느니 
    차라리 죽어버리고, 파멸해버리고 싶은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 때 그는 사랑이 자기의 내부에 있는 모든 것을 불태워버렸음을 느꼈다. 
    그리하여 그의 사랑은 자꾸만 강력해져서 그녀를 끌어당겼고, 
    그 아름다운 여자는 마침내 그를 따라오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다. 
    그녀가 왔고, 그는 그녀를 끌어당기기 위해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서 있었다. 
    그러나 막상 그 여자가 그의 앞에 와서 서자 
    그녀는 아주 달라져 버렸고 그는 자기가 잃어버린 온 세계를 
    자기에게로 끌어당겼음을 깊은 전율을 느끼며 알게 되었고 그 세계를 바라보았다. 
    그 세계는 그의 앞에 서서 그에게 몸을 맡겨왔다. 
    하늘과 숲과 시내, 이 모든 것들이 새로운 빛을 띠고 생생하고도 화창하게 
    그에게 다가와서는 그의 것이 되었고 그의 말을 속삭이는 것이었다. 
    이렇게 해서 그는 단순한 한 사람의 여인을 얻는 대신 온 세계를 그의 마음속에 지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