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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헷세의 데미안 제7장 에바 부인 9.

Joyfule 2008. 11. 7. 11:07
      헤르만 헷세의 데미안 제7장 에바 부인 9.  
    우리들은 다만 각자 완전히 자기 자신이 되고 
    완전히 자기의 내부에서 작용하는 자연의 의지에 뒤따르며 
    불확실한 미래가 초래하게 될지도 모르는 온갖 일에 대해서 
    스스로 준비를 갖추고 있음을 느낄 수 있도록 
    순수하게 살아간다는 것을 의무로서 또한 운명으로서 느낄 뿐이었다. 
    새로운 탄생과 현대의 붕괴가 가까이 와 있었고 
    그것을 이미 느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입 밖에 내든 안내든 
    우리들 모두의 마음속에서는 분명한 일이었다. 
    데미안은 여러 차례 나에게 말했었다. 
    “무엇이 올 것인지는 짐작할 수 없어. 
    유럽의 영혼은 무한히 오랫동안 쇠사슬에 매어 있는 짐승과 같아. 
    그것이 해방되었을 때 최초로 행할 행동은 
    필경 그리 칭찬할 만한 것이 되진 못할 거야. 
    그렇지만 이제까지 그렇게도 오랫동안 노상 기만당하기만 하고 
    마비되어왔던 영혼의 진정한 고난이 백일하에 드러날 수 있게만 된다면 
    우리들이 지나온 길이나 돌아온 길 같은 것은 중요한 문제가 아닌 거야. 
    그러면 우리들의 날이 오는 거야. 
    세상 사람들의 지도자나 새로운 입법자로서가 아니라---
    우리는새로운 법률 같은 것은 더 이상 경험하지 않게 되겠지만---
    우리는 오히려 의지자로서, 운명이 부르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함께 가서 그곳에 서 있을 각오가 되어 있는 
    그런 사람으로서 필요하게 될 거야. 
    여보게, 모든 사람들은 만약 그들의 이상이 위협을 받게 된다면 
    아마 믿을 수 없을 만한 짓을 능히 해낼 용의가 있을 걸세. 
    그러나 새로운 이상이, 새롭고 아마도 위험스러우며 
    흉측하게 느껴질지도 모르는 그런 성장의 움직임이 문을 두드릴 때 
    거기에 있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걸세. 
    그때에 거기에 있어서 함께 가는 소수의 사람들이 우리인 거야. 
    그것을 위해 우리는 표지를 달고 있는 거니까---
    공포와 증오를 일으켜 그 당시의 인류를 좁다란 전원에서 
    위험스러운 넓은 세계로 몰아넣기 위해 
    카인이 표지를 갖고 있었던 것처럼 말이네. 
    인류의 역사에 영향을 끼친 모든 사람들은 누구를 막론하고 
    모두 그들이 운명에 대하여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것만으로
    유능하고 활동적이었던 걸세. 
    모세와 부처가 그러했고 나폴레옹과 비스마르크도 그러했지. 
    그 사람이 어떤 파동에 휩쓸리는가, 
    어떤 극에 의해서 지배를 받는가 하는 것은 
    그 사람 자신의 선택 범위 내에 있는 일은 아닌 걸세. 
    만약 비스마르크가 사회민주주의자들을 이해하고 그들의 의견에 동조했었다면 
    그는 영리한 지배자는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운명의 인물이 될 수는 없었을 걸세. 
    나폴레옹도, 케사르도, 로욜라도, 다른 모든 사람들도 그랬던 거야! 
    사람들은 그것을 언제나 생물학적이며 진화론적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네! 
    지구의 표면에 거대한 변혁이 일어나서 수서동물을 육지로, 
    육서동물을 물 속으로 밀어넣었을 때, 
    그런 새롭고도 전대미문의 일을 수행하고 새로운 적응에 의하여 
    자기들의 종족을 구할 수 있는 운명에 대하여 준비를 갖추고 있던 표본들이 있었다네. 
    그것이 그 이전에 자기의 종족 가운데서 보수적이고 
    보존적인 성향을 가진 것이엇는지, 아니면 오히려 
    기이한 별종이며 혁명적인 것이었는지를 우리가 알 수는 없겠지. 
    그렇지만 그들은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과정 속에서 자기의 종족을 구할 수 있었던 거야. 
    우린 그 점을 잘 알 수가 있다네. 그래서 우리는 준비를 하려는 거야!” 
    우리가 그런 대화를 나룰 때 에바 부인은 때때로 함께 있었다. 
    그러나 그녀 스스로 이러한 식으로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자기의 견해를 펼치는 우리들 각자의 
    신뢰와 이해심에 가득 찬 경청자이자 반향이었는데 
    그러한 생각들이 모두 그녀에게서부터 비롯되어 
    다시 그녀에게로 되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 가까이에 앉아 있다거나 때로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그녀를 에워싸고 있는 성숙함과 영혼의 분위기에 
    한몫 끼는 일이 나에게는 더할 수 없는 행복이었다. 
    나의 내부에서 어떤 변화나 혼돈이나 혹은 혁신이 일어나면 
    그녀는 곧 그것을 알아차리는 것이었다. 
    내가 잠잘 때 꾸는 꿈조차 나에게는 그녀로부터의 영감에 의한 것처럼 여겨졌다. 
    나는 자주 그녀에게 내 꿈의 이야기를 했는데 
    그 꿈은 그녀에겐 쉽게 이해가 가고 자연스러운 것이 되었으며 
    그녀가 분명한 느낌으로 파악해낼 수 없는 기상천외한 일이란 존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