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세계문학

헤르만 헷세의 데미안 제7장 에바 부인 11.

Joyfule 2008. 11. 9. 08:31
      헤르만 헷세의 데미안 제7장 에바 부인 11.  
    하늘의 모든 별들은 그의 내부에서 타올랐고 
    그의 영혼을 뚫고 지나가며 환희의 불꽃을 퉁겼다---
    그는 사랑을 하였다. 자기 자신을 발견한 것이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를 잃어 버리기위한 사랑을 하는 것이다. 
    에바 부인에 대한 사랑이 내게는 내 생활의 유일한 내용처럼 느껴졌다. 
    매일같이 그것의 모양은 달라졌다. 
    때때로 나는 확실하게 나의 본성이 나를 이끌어 도달하려고 애쓰고 있는 것은 
    그 여자 개인이 아니라 나의 내심의 상징에 불과하며 
    그것은 나를 나의 내부로 더욱더 깊이 끌고 들어가려고 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때론 나는 내 마음이 발하는 절박한 질문에 대하여 
    마치 내 속의 무의식적인 어떤 것이
     대답하고 있는 것처럼 들리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곤 했다. 
    또한 내가 그녀의 곁에서 관능적인 욕망에 불타올라 
    그녀가 만진 물건에 입맞추는 그런 순간도 있었다. 
    그리고 점차로 관능적인 사랑과 비관능적인 사랑이, 현실과 상징이 서로서로 겹쳐졌다. 
    내가 우리 집의 내 방에서 그녀를 조용한 마음으로 생각할 때면 
    그녀의 손을 나의 손 안에, 그녀의 입술을 내 입술 위에 느끼는 것처럼 생각되는 수도 있었다. 
    그러나 어떤 때는 그녀의 곁에서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며 이야기를 나누고,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서도 그녀는 진정 현실적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꿈을 꾸고 있는 것인지 분간할 수 없는 때도 있었다. 
    어떻게 사랑을 지속적이고 불멸의 것으로 간직할 수 있는가를 나는 예감하기 시작했다. 
    어떤 책을 읽으며 나는 새로운 것을 느꼈는데 
    그것은 에바 부인의 입맞춤과 똑같은 느낌이었다. 
    그녀는 나의 머리칼을 쓰다듬어주며 성속학 향기로운 따스한 미소를 내게 보내주었다. 
    나는 마치 내 자신의 내부에 무슨 진보라도 이룩한 것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내게 있어서 중요하고 운명적이었던 온갖 것들이 그녀의 모습을 지닐 수 있었다. 
    그녀는 나의 모든 사상으로 변신할 수 잇었고 나의 모든 사상은 그녀로 변신할 수 있었다. 
    이 주일 동안이나 에바 부인과 떨어져서 지내야 한다는 것은 
    틀림없이 고통스러운 일일 것이라 생각하며 나는
     부모님과 함께 지내야 할 성탄절의 휴갈르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리 고통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집에 있으면서 그녀를 생각한다는 것은 멋진 일이었다.
    H시로 되돌아와서도 나는 이 안정감과 관능적인 그녀의 현재로부터의 독립감을 즐기기 위해 
    이틀 동안이나 그녀의 집을 방문하지 않았다. 
    또한 나는 그녀와의 결합이 새로운 비유적인 방법으로 이루어지는 꿈을 꾸기도 했다. 
    그녀는 내가 용솟음치며 흘러들어가는 바다였다. 
    그녀는 별이었고, 나 자신도 별로서 그녀에고로 가고 있는 중이었으며
    우리는 서로 만났고 서로 끌리고 있음을 느꼈으며 함께 있으면서 
    가깝고 쟁쟁히 울리는 원을 그리며 서로의 주위를 영원토록 행복하게 맴도는 것이었다.
    내가 다시 그녀를 방문한 첫날 나는 이 꿈을 이야기해주었다. 
    ”그 꿈은 참 아름답군요.” 그녀는 조용히 말하는 것이었다.
     “그것이 진실이 될 수 있게 하세요!” 
    이른 봄날 내가 결코 잊을 수 없는 날이 있었다. 
    나는 거실에 들어섰다. 
    창문이 하나 열려 있어서 훈훈한 바람이 히아신드의 무거운 향기를 방안으로 휘몰아넣고 있었다.
     아무도 없었으므로 나는 계단을 통해서 데미안의 서재로 갔다. 
    가볍게 문을 두드리고는 언제나처럼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문을 열고 들어섰다. 
    방은 어두웠고 커튼은 모두 드리워져 있었다. 
    막스가 화학실험실로 꾸며놓은 조그만 옆방으로 통하는 문이 열려져 있었다. 
    그곳으로부터 먹구름 사이로 비치는 밝고 하얀 봄 햇살이 들어오고 있었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한 나는 무심코 한쪽 커튼을 제쳤다. 
    바로 그때 나는 커튼이 드리워진 창문 가까이에 데미안이 
    이상스럽게 변한 채 걸상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번갯불처럼 언젠가 이런 일을 본 적이 있었다는 느낌이 나를 스쳐갔다. 
    그는 두 팔을 아무 움직임도 없이 내리뜨리고 두 손을 무릎 위에 놓은 채 앉아 있었다. 
    두 눈을 크게 뜬 채 다소 앞으로 숙이고 있는 그의 얼굴은 생기가 없고 
    무감각해 보였고 눈동자에는 조그맣게 반짝이는 빛의 반사가 
    마치 한 조각의 유리처럼 생기없이 반짝거리고 있었다. 
    창백한 얼굴은 자기 가운데에 깊이 침잠해 있었으며 
    몸서리쳐지는 마비상태 이외에 다른 표정이라고는 아무것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그것은 마치 사원의 현관에 있는 태고 적의 짐승의 가면처럼 느껴졌다. 
    그는 거의 숨을 쉬지 않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되살아난 추억에 몸을 떨었다---
    수년 전, 내가 아직도 조그만 소년이었을 때 
    나는 지금과 꼭같은 그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그의 두 눈은 내부를 응시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의 두 손은 생기없이 나란히 놓여 있었으며 
    파리가 한 마리 그의 얼굴 위를 기어다니고 있었다. 
    아마도 육 년 전인 그때에도 그는 꼭 이렇게 나이들어 보였고 
    이렇게 시간을 초월해 있는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얼굴에 있는 주름살 하나도 오늘과 다름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