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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헷세의 데미안 제7장 에바 부인 6.

Joyfule 2008. 11. 4. 01:40
      헤르만 헷세의 데미안 제7장 에바 부인 6.  
    나는 목적지에 도달한 것이고 
    그곳으로부터 보다 더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바로 가까이에, 
    행복의 나뭇가지에 그림자처럼 어려 있었고 
    온갖 열락의 정원에 의해 신선해진 약속의 나라를 향해 길게 뻗어져 
    멀고도 장한 모습을 드러내보이는 길의 높은 지점에 도달한 것이었다. 
    나의 앞날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어간다 하더라도 
    지금 여기에서 이 부인을 알고 그녀의 음성을 음미하며 
    그녀 가까이에서 숨쉴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했다. 
    그녀가 내게 있어서 어머니나 애인이나 여신이 된다 하더라도---
    그녀가 단지 여기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것이었다! 
    나의 길이 다만 그녀의 길 가까이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좋은 것이었다! 
    그녀는 나의 새매의 그림을 가리켰다. 
    ”당신의 이 그림을 보내왔을 때처럼 막스를 기쁘게 한 적은 없었어요.” 
    그녀는 생각에 잠긴 어조로 말했다.
     “내게도 물론 그랬지요. 우리는 당신을 기다렸어요. 
    이 그림이 전해지자 
    우리는 당신이 우리들에게로 오고 있는 중임을 아았지요. 
    당신이 아직 조그만 소년이었을 때 말이에요, 
    싱클레어! 어느 날 데미안이 학교에서 돌아와서 말하는 것이었어요. 
    이마에 표지가 있는 애가 있어요. 
    그는 틀림없이 내 친구가 될 거예요 라고 말이에요. 
    그 애가 바로 당신이었어요. 
    그러나 당신은 쉽지가 않았지요.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당신을 믿고 있었답니다. 
    언젠가 한 번 당신이 휴가로 집에 돌아왔을 때 
    막스와 만난 적이 있었지요. 
    당신이 아마 열 여섯 살쯤 되었을 때일 거예요. 
    막스가 그 일에 대해서 이야기해주더군요.---“
    나는 말을 가로막았다. 
    “오, 맙소사. 그때의 이야기를 당신에게 해주었다구요? 
    그 당시는 내가 제일 비참했던 시절이었어요.” 
    ”알아요. 막스는 내게 당신이 지금 
    최대의 곤란에 직면해 있다고 말하더군요. 
    그는 또다시 공동체 속으로 도망가려고 애쓰고 있으며 
    심지어는 술집의 단골 손님이 되어 있기까지 하더라고 말해주었어요. 
    그러나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었지요. 
    그의 표지가 지금은 숨겨져 있지만 
    아무도 모르게 그의 내부를 불태우고 있을 테니까 
    그럴 수밖에 없다고요---그렇지 않았었나요?” 
    ”네, 그랬었어요. 조금도 틀리지 않아요. 
    그 후 저는 베아트리체를 발견했고 
    마침내는 지도자가 한 명 나타나 저를 도와주었지요. 
    피스토리우스라는 사람이었어요. 
    그때서야 비로소 저는 저의 소년 시절에 
    막스에게 왜 그렇게 결부되어 있어야 했던가, 
    왜 그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던가를 분명하게 알게 되었지요. 
    부인---어머니, 저는 그 당시 
    때때로 자살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까지 생각했었답니다. 
    누구에게나 그 길은 그렇게 어려운 것인가요?” 
    그녀는 손으로 내 머리를 
    공기를 쓰다듬는 것처럼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태어난다는 것은 언제나 어려운 일이지요. 
    새도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온 힘을 다해 애써야 한다는 걸 당신도 잘 알잖아요. 
    돌이켜 생각해보고 한 번 물어보세요. 
    대체 그 길은 그렇게도 어려웠던가? 
    그저 어렵기만 했었던가? 
    그러나 역시 아름다웠던 것은 아니었는가? 하고 말이에요. 
    당신은 보다 더 아름답고도 쉬운 길을 알고 있었던가요?” 
    나는 머리를 가로저었다. 
    ”어려웠어요.” 나는 꿈을 꾸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꿈이 내게로 오기까지는 정말 어려웠어요.” 
    그녀는 머리를 끄덕이면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래요. 사람은 누구나 자기의 꿈을 발견해야 하는 거예요. 
    그러면 길은 한층 쉬워지지요. 
    하지만 영원히 계속되는 꿈이란 없는 거예요. 
    또다시 새로운 꿈이 나타나는 거지요. 
    어떤 꿈에도 집착해서는 안 되는 거예요.” 
    나는 매우 놀랐다. 
    그것은 벌써 일종의 경고였을까? 
    벌써 그것은 방어였던가? 
    그러나 어떻다 해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이미 그녀에 의해 인도를 받고 
    목적 같은 건 묻지 않으려는 각오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는 잘 모르겠군요.” 나는 말했다. 
    ”얼마나 오랫동안 저의 꿈이 계속될 것인지는 알 수 없어요. 
    저는 다만 그꿈이 영원하기를 바라고 있어요. 
    새의 그림 아래에서 저의 운명은 마치 어머니처럼, 
    어쩌면 애인처럼 저를 맞이해주었어요. 
    저는 그 운명에 속해 있으며, 
    그밖에는 아무것에도 속해 있지 않은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