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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 -《오디세이아》10. ★ 죽은 자들의 나라

Joyfule 2006. 3. 30. 01:32

호메로스 -《오디세이아》10. ★ 죽은 자들의 나라 
몇날 며칠 내내 배는 환한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지구를 둘러싸고 흐르는 깊고 깊은 강 오케아노스로 들어갔다. 
오래지 않아 영원히 안개 속에 감겨 있는 나라, 햇빛은 볼 수도 없는 나라. 
페르세포네의 나무인 백양나무와 버드나무에 덮인 음산한 나라가 나타났다. 
오뒤세우스 일행은 해변에다 배를 대고는 오케아노스의 강변을 따라 
저승의 두 강이 서로 만나는 곳까지 걸어 올라갔다. 
그 곳에서 그들은 구덩이를 하나 파고, 키르케가 준 꿀과 우유와 
포도주를 붓고는 죽은 사람들의 영혼을 향해 기도했다. 
이어서 오뒤세우스는 키르케가 시킨 대로 숫양과 암양을 죽여 
제물로 바치고는 그 피를 구덩이에 쏟아 부었다.

곧 창백한 혼령들이 몰려와 그 피를 마시려고 했다. 
오래 전에 죽은 앳된 새색시들의 혼령도 있었고 젊은이들의 혼령도 있었다. 
고생고생하다 죽은 노인의 혼령도 있었고, 전쟁터에서 죽은 병사의 혼령도 있었다. 
그림자 창을 손에 든 병사들 혼령의 몸에는 싸움터에서 얻은 상처가 
그 당시와 똑같은 모양으로 나 있었다. 
오뒤세우스는 두려움을 참고 부하들에게 양고기를 썰어 덩어리를 만들고 
이것을 불살라 저승 왕 하데스 신과 페르세포네에게 바치게 했다. 
부하들이 제사를 지내고 있을 동안 오뒤세우스는
 칼을 빼어 무릎 위에 올려놓은 채 구덩이를 지켰다. 
테이레시아스가 오기 전에는 어떤 혼령도 
구덩이의 피를 맛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제일 먼저 온 혼령은 젊은 뱃사람 엘페노르였다. 
엘페노르는 자기 시체를 불에 태워 주지 않으면 다른 혼령들과 섞을 수 없다면서 
오뒤세우스에게 한시바삐 자기의 시체를 불에 태워 달라고 애원했다. 
오뒤세우스는 키르케의 섬에 도착하는 대로 시체를 불태워 주겠다고 약속했다. 
이어서 오뒤세우스 자신의 어머니 혼령이 다가왔다. 
오뒤세우스의 어머니는 아들이 트로이아의 싸움터에 있을 동안 
세상을 떠났던 것이었다. 
오뒤세우스는 슬픔을 억누를 수 없었지만, 
어머니의 혼령도 핏구덩이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였다.
마침내 눈먼 예언자의 혼령이 나타나 오뒤세우스에게 
제물의 피를 마시게 해달라고 말했다. 
오뒤세우스는 그제서야 칼을 칼집에다 꽂고는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피를 마시고 힘을 차린 테이레시아스는 우렁찬 예언자의 목소리로 이런 말을 했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아직까지도 그대에게 화가 나 있다. 
이는 그대가 포세이돈 신의 아들을 장님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대의 뱃길은 아주 험난할 것이다.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대와 그대 부하들은 무사히 고향의 해변에 닿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건이 있다. 내 말을 잘 들어라. 
항해하는 도중에 그대들은 트리나키아 섬에 이르게 된다. 
이 섬에는 넓고 기름진 풀밭에서 풀을 뜯는 
태양의 신 휘페리온의 소 떼가 있을 것이다. 
그 소에 손을 대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고향으로 가는 뱃길이 순탄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대의 뱃사람들은 재난을 면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대만은 재난을 피해 남의 나라 배를 타고 고향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대의 집에는 무서운 불화와 슬픔이 그대를 기다리고 있다. 
거만한 인간들이 그대의 집에서 그대의 양식을 축내면서 
그대의 아내에게 결혼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을 것이다. 
그대의 아내 페넬로페는 그대가 죽은    줄 알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신들의 뜻이라면 어쩌겠습니까?"
오뒤세우스의 말이었다. 
오뒤세우스는 예언자 테이레시아스에게, 어떻게 하면 어머니의 혼령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테이레시아스가 대답했다.
“핏구덩이로 와서 피 맛을 보게 하라. 
그러면 원하는 혼령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