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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 -《오디세이아》11.★ 죽은 자들의 나라

Joyfule 2006. 3. 31. 03:33

   
호메로스 -《오디세이아》11. 
★ 죽은 자들의 나라
예언자 테이레시아스의 목소리가 점점 희미해져 갔다. 
예언자의 혼령은 곧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이어서 오뒤세우스의 어머니 혼령이 다가왔다. 
오뒤세우스는 그제서야 어머니의 혼령에게 구덩이의 피를 맛보게 해주었다. 
오뒤세우스와 어머니 혼령은 그 동안 있었던 일을 두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머니의 혼령은 아들에게 죽은 자들의 땅으로 온 까닭을 물은 다음, 
자기는 아들이 전쟁터에서 돌아오지 않자 슬픔을 견디지 못하고 죽어 
죽은 자들의 땅으로 왔노라고 말했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뒤세우스는 두 팔을 내밀어 세 차례나 
어머니를 끌어안으려 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어머니의 혼령은 흡사 그림자처럼, 
꿈속에서 만나는 사람처럼 번번이 오뒤세우스에게서 빠져나가 버리고는 했다. 
오래지 않아 어머니의 혼령이 있던 자리에는 빈 공간만 남게 되었다. 
어머니 혼령이 떠난 것이었다.
 
오디세이아:아가멤논 유령의 대사 장면 

설명 :  (아가멤논) 고귀한 라이르테스의 아들인 현명하고 약삭빠른 오디세우스여, 
나는 바다에서 폭풍우와 싸우며 죽은 것이 아니었다. 
전투에서 공격당한 것도 아니었다. 
극악 무도한 내 아내와 공모한 아이기스토스가 계략을 꾸며 날 죽였던 것이다. 
그는 날 집에 초대한 후 저녁을 대접하고 나서 
마치 도살장에서 소를 죽이듯이 나를 죽였다. 그것은 정말 비참한 죽음이었다. 
내 주변에 있던 동료들도 도살당하는 돼지들처럼 처참하게 살해당했다. 
너는 지금까지 많은 죽음을 보아왔을 것이다. 어떤 이는 결투를 하다가 죽고, 
어떤 이는 거친 난동 속에서 죽는다. 
그러나 우리가 죽던 날의 광경은 네 가슴을 후려칠 것이다. 상상해 보라, 
진수성찬과 포도주 잔 옆에서 온 바닥을 피로 물들이며 쓰러져 있던 우리의 모습을! 
 
다른 혼령들이 차례로 다가왔다. 
그 중에는 검은 함대를 몰고 트로이아로 진격했던 그리스 연합군의 총사령관 
아가멤논의 혼령도 들어 있었다. 
아가멤논의 혼령은 피를 맛보고는 자기가 어떻게 세상을 떠나 
죽은 자들의 나라에 와 있는지 설명해 주었다. 
고국으로 돌아갔다가 아내의 애인 손에 죽었다고 했다. 
아가멤논 일행은 환영잔치인 줄 알고 그 자리에 나갔다가 
참혹하게 죽음을 당했던 것이었다. 
아가멤논이 자리를 떠나자, 아이아스의 혼령이 왔고, 이어서 
트로이아 전쟁에 참전한 장군 중에서도 
가장 위대한 장군 아킬레우스의 혼령이 왔다. 
아킬레우스는, 태양이 비치지 않아 창백한 아스포델로스를 제외하면 
어떤 꽃도 피지 못하는 그 슬프고도 음산한 죽은 자들의 나라를 다스리는 
왕이 되기보다는 차라리 산 사람들 
세상의 가난한 농부의 노예가 되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그 말끝에 아킬레우스는 산 사람들 나라에 사는 친구들과 가족의 안부를 물었다. 
오뒤세우스는 알고 있는 대로 대답해 주었다. 
그러자 아킬레우스는 살아 있을 때와 다름없이 당당한 걸음걸이로 
음산한 그림자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오뒤세우스와 부하들의 눈앞으로 무수한 혼령들이 지나갔다. 
왕을 상징하는 황금빛 지팡이를 든 미노스 왕도 지나갔다. 
사냥꾼 오리온도 생전에 자기 손으로 죽인 짐승들의 혼령과 함께 
음습한 아스포델로스 벌판을 헤매고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갈증의 고통에 시달리는 탄탈로스의 혼령도 그들 앞에 나타났다. 
탄탈로스는 턱까지 차 오르는 흙탕물 속에 잠겨 있으면서도 늘 갈증에 시달렸다. 
그가 물을 마시려고 고개를 숙이면 
물이 발치 아래로 빠져나가 버리기 때문이었다. 
웅덩이 위로 늘어진 배나 석류를 따려고 손을 내밀 때면 바람이 불어와 
가지를 흔들어 구름 높이까지 거두어 가 버리기도 했다. 
시쉬포스의 혼령도 보였다. 
시쉬포스의 얼굴에서는 땀이 비처럼 쏟아지고 있었고, 
머리 위로는 진흙이 구름처럼 솟아오르고 있었다. 
시쉬포스는 가슴이 터질 듯한 고통을 참으면서 산꼭대기로 
바위를 굴려 올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나 시쉬포스가 꼭대기까지 굴려 올리는 순간 바위는 다시 산기슭으로 
굴러 내려와 버리고는 했다. 시쉬포스는 그 싸움을 영원히 되풀이해야 했다.
혼령의 무리가 점점 늘어나면서 그들이 지르는 비명 소리, 
신음 소리로 주위가 소란스러웠다.
세상이 시작된 이래로 죽은 사람의 혼령이라는 혼령은 다 몰려드는 것 같았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산 사람들 가슴에 깃 드는 공포도 
그만큼 견디기 어려워져 갔다. 
오뒤세우스 일행은 죽은 자들의 나라를 뒤로하고 
빠른 걸음으로 백양나무 숲을 향했다. 
백양나무 숲은 그들이 들어섰던 죽은 자들의 나라로 들어온 문이었다.
그들은 닻을 올리고, 그 슬픈 해변으로부터 배를 몰고 나왔다. 
어둠의 나라에서 햇빛의 나라로 나온 것이었다. 
그들은 서풍을 이용해서 키르케의 섬으로 되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