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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 -《오디세이아》9. ★ 죽은 자들의 나라

Joyfule 2006. 3. 29. 08:40


호메로스 -《오디세이아》9. ★ 죽은 자들의 나라 
일행은 배불리 먹고는 늘어지게 자고, 또 배불리 먹고는 늘어지게 자기만 했다.
세월은 자꾸만 흘러갔다. 
뱃사람들은 물론, 오뒤세우스 자신도 몇 날 며칠이 흘러갔는지 알지 못했다.  
키르케가 살고 있는 마법의 섬에서는 시간이 
여느 세계의 시간과는 다르게 흐르는 것 같았다. 

http://www.circe.com.au/legend.htm
http://www.paintingstogo.com/waterhouse.html
그렇게 흐른 시간이 자그마치 일 년이었다. 
뱃사람들이 섬으로 올라올 때 꽃잎을 활짝 열고 있던 꽃들이 졌다가 
다시 피었을 즈음, 부하 중 한 사람이 오뒤세우스에게 다가와 이런 말을 했다.
" 장군, 우리가 어차피 이 성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가야 할 사람들이라면 
우리의 고향 이타가를 생각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 아닌가 합니다."
바로 그 날 밤. 부하들이 모두 잠들어 있을 동안 오뒤세우스는 
혼자 잠자리에서 일어나 키르케를 찾아갔다. 
빗으로 긴 머리카락을 빗고 있던 키르케는 오뒤세우스의 말을 듣고는 이렇게 응수했다. 
"가고 싶으시다면 가셔야지요. 하지만 고향에 이르기까지 장군은 머나먼 뱃길에서 
여러가지 어려운 일을 겪게 되실 것입니다. 
그러므로 가시기 전에 먼저 뱃길에 어떤 일들이 기다리고 있는지 아셔야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을 알지 못합니다."
 "그러면 누가 그것을 알고 있소?" 
오뒤세우스가 물었다. 키르케는 여전히 빗으로 머리를 빗으면서 대답했다.
"먼저, 죽은 사람들의 나라, 
저승 왕 하데스 신과 그 아내 페르세포네가 다스리는 나라로 가셔야 합니다. 
거기에서 테바이 출신인 눈먼 예언자 테이레시아스의 영혼을 만나셔야 합니다. 
테이레시아스만이 장군이 알고 싶어하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오뒤세우스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 같았다. 아니, 
살아 있는 사람이 어떻게 죽은 자들의 나라로 갔다가 살아 돌아올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러나 키르케는 어느 쪽으로 어떻게 가고, 
어떻게 해야 그 땅에 이를 수 있는지 가르쳐 주었다. 
키르케는 제사에 쓰일 검은 숫양 한 마리와 암양 한 마리까지 오뒤세우스에게 주었다.
다음 날 오뒤세우스는 부하들을 불러모아. 
해변으로 끌어올려 두었던 배를 다시 바다에 띄게 했다. 
한 사람만 빼고 뱃사람들 모두가 해변으로 나와 배를 띄우는 일을 했다. 
이 일에서 빠진 뱃사람은 나이가 가장 어린 엘페노르였다. 
전날 술에 취해 있던 엘페노르는 오뒤세우스의 명령이 떨어졌을 때만 해도 
배의 갑판 위에서 자고 있었다. 
그런데 출항 명령이 떨어지면서 주위가 소란스러워졌다. 
엘페노르는 잠결에 갑판에서 사다리를 타고 내려오다가 그만 발을 헛디뎌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다. 그는 목이 부러져 목숨을 잃고 말았다.
나머지 뱃사람들은 고향인 섬나라 이타카로 향하는 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오뒤세우스로부터, 고향으로 향하기 전에 먼저 다녀와야 할 
무서운 곳이 있다는 말을 듣자 그들은 배에서 뛰어 내려 울부짖었다. 
그러나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들은 슬픔에 잠긴 채 배를 얕은 물에다 띄우고는 동굴 속에 숨겨 두었던 
무기와 키르케로부터 받은 숫양과 암양도 배에다 실었다. 
이윽고 오뒤세우스의 배는 돛을 올렸다. 
키르케가 보낸 바람이 오뒤세우스 일행이 탄 배의 돛을 부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