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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 -《오디세이아》13. ★ 목숨을 건 항해

Joyfule 2006. 4. 5. 07:51


호메로스 -《오디세이아》13.  
★ 목숨을 건 항해

그 사이로 지날 수 있는 것은 오직 스퀼라와 카립디스 뿐이었다. 
그 두 바위산 사이의 뱃길로 자나가려는 배나 뱃사람은, 잡히기만 하면 
배를 통째로 삼켜 버리는 카립디스의 밥이 되거나 한꺼번에 몇 사람씩 붙잡아 
삼켜 버리는 스퀼라의 밥이 되는 수밖에 없었다.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감춘 채 오뒤세우스는 키잡이에게 배를 오른쪽 바위산에 
가까이 붙이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왜 그래야 하는지 그 이유는 밝히지 않았다.
뱃사람들은 바위산 사이로 배를 몰아넣고는 가능한 한 스퀼라의 바위산 쪽에 
가깝게 붙인 채 지나가려고 했다. 
무서운 소리와 함께 소용돌이치면서 배를 통째로 삼키려는 저 카립디스로부터 
멀찍이 떨어져서 가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런데 그 좁은 뱃길을 건너고 있을 때 갑자기 바위산 중턱에 있는 굴에서 
스퀼라의 대가리 여섯 개가 나와 눈 깜짝할 사이에 
노잡이 뱃사람 여섯을 물고 가 버리는 것이었다.
노 잡이들은 몸부림치면서 동료 뱃사람들에게 살려달라고 외치다가 순식간에 
어둔운 동굴 속으로 사라졌다. 그들의 비명 소리는 곧 파도 소리에 파묻혔다.
오뒤세우스는 남아 있는 뱃사람들에게 소리쳤다.
 "노를 저어라! 신들의 이름으로 명령한다. 있는 힘을 다해 노를 저어라. 노를 저어라!"            
남아 있던 뱃사람들은 노 앞으로 허리를 구부리고, 처음으로 노를 저어 보는 사람들처럼 
있는 힘을 다해 노를 저어 좁은 뱃길로 몰았다. 
그렇게 필사적으로 노를 저어 그들은 동료 여섯 명을 잃은 채 
바위산 사이의 뱃길을 지나 난바다로 나왔다.
그로부터 오래지 않아 푸른 섬이 하나 보였다. 
섬에 접근하지 않았는데도 양 떼가 우는 소리, 소 떼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지친 뱃사람들이 쉴 곳으로는 그 섬보다 나은 곳이 없었다.
그러나 오뒤세우스는 뱃사람들에게 계속해서 노를 저으라고 명령했다. 
태양신의 가축을 잡아 먹어서는 안 된다던 장님 예언자 테이레시아스의 경고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이 때 에우륄로코스가 오뒤세우스에게 정면으로 대들었다. 
그는 지친 뱃사람들이 섬에 상륙해서 넉넉하게 자고 먹어야 
다음 뱃길로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뱃사람들은 에우륄로코스 편이 되어, 자기네들에게는 휴식이 필요하다고 외쳤다. 
오뒤세우스도 더 이상 고집을 피울 수 없었다. 
그는 뱃사람들에게 태양의 신 휘페리온의 가축에는 손을 대지 않겠다는 맹세부터 하게 했다.
오뒤세우스 일행은 해안 후미진 곳으로 배를 몰아넣고는 해변으로 올라가, 
키르케가 마련해준 음식을 먹었다. 
그리고는 지치고 지친 나머지 스퀼라에게 희생된 동료들의 죽음을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대로 해변에 곯아떨어졌다.
그 날 밤 구름을 지배하는 제우스 신이 그 섬에다 폭풍을 보냈다. 
구름이 하늘과 바다로 번지자 무지막지한 서풍이 파도를 일으켜 해변을 덮쳤다. 
오뒤세우스 일행은 파도가 몰아쳐 오는 해변에서 배를 끌어내어 
부드러운 풀밭으로 끌어올렸다. 
그 부드러운 풀밭은 태양신의 가축을 돌보는 요정들이 춤을 추는 무도회장이었다. 
오뒤세우스 일행은 일단 배를 거기까지 끌어올려 놓고는 
파도가 잠잠해지기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폭풍은 근 한 달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키르케로부터 얻어온 식량은 곧 바닥이 났다. 
뱃사람들은 그런 날씨에 잡을 수 있는 물고기나 바닷새 같은 것으로 
근근히 목숨을 이어 나갔다. 
견디다 못한 오뒤세우스는 올림포스의 신들에게 기도해 도움을 청하기로 결심하고 
신전을 찾아 섬의 내륙으로 들어갔다. 
기도를 마친 오뒤세우스는 지칠 대로 지쳐 있던 참이어서 그대로 곯아떨어졌다.
오뒤세우스가 잠에서 깨었을 때까지도 폭풍은 여전했다. 
그는 배와 동료들이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요정들의 무도회장이 가까워지고 있을 때였다. 그는 너무나 놀랐다. 
불어오는 바람에 고기 굽는 냄새가 묻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뒤세우스가, 어째서 이렇게 바보 같은 짓을 하느냐고 꾸짖자 에우륄로코스가 말했다.
 “우리가 기댈 것이라고는 신들의 자비밖에는 없습니다. 
만일 여기에 소가 없었다면 우리는 굶어 죽었을 것입니다. 
굶어 죽는 것이 무엇입니까? 죽는 방법 중에서 가장 고약한 것이 굶어 죽는 것입니다.”
엎질러진 물이었다. 다 구워 놓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해서 소가 살아나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들은 잡은 소 몇 마리의 고기를 구워 엿새 동안 배부르게 먹었다. 
엿새째 되는 날 폭풍이 멎었다. 
바람이 자면서 태양도 구름 사이로 얼굴을 내밀었다. 
그들은 얕은 물로 배를 밀어넣고 돛을 올렸다. 
그들은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 죽기 직전에 이르렀던 그들의 형편을 태양신이 헤아려 
소 몇 마리 잡아먹은 것을 용서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태양신의 섬이 보이지 않을 만큼 난바다로 나갔을 때였다.
비구름이 뭉게뭉게 하늘로 오르면서 삽시간에 하늘을 가려 버렸다. 
바다는 여전히 푸른 빛인데 하늘은 검은 빛으로 변했다. 
이어서 무시무시한 돌풍이 배를 덮쳤다. 돛이 찢어지고 돛대가 부러져 나갔다. 
돛대는 부러져 내리면서 키잡이의 머리를 때리고는 갑판 위로 떨어졌다. 
키잡이는 숨이 끊어진 채 바다로 떨어졌다. 
시커먼 비구름의 한가운데서 나온 창날 같은 벼락이 배를 때렸다. 
배는 유황 냄새를 풍기면서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뱃사람들은 갑판 위에서 바다로 떨어져 허우적 거렸다.
한동안 뱃사람들의 머리는 물새들처럼 파도 위를 오르내렸다. 
그러다 하나씩하나씩 가라앉아갔다. 남은 것은 밧줄에 매달린 오뒤세우스뿐이었다. 
배가 난파하는 순간 그는 돛대에 걸린 밧줄에 매달렸던 것이다. 
폭풍은 시작될 때 그랬던 것처럼 순식간에 잠잠해졌다. 
돛대는 하염없이 바다 위를 떠 갔다. 
뱃사람들을 모두 잃고 혼자만 남은 오뒤세우스는 아흐레 동안이나 바다 위를 떠 다녔다.
열흘째 되는 날 밤 오뒤세우스는 물결에 밀려 어느 섬의 해변에 닿았다. 
산 사람이라기보다는 죽은 사람에 가까웠다. 
물새들이 우는 새벽녘에야 오뒤세우스는 그 섬의 여주인인 요정 칼립소의 눈에 띄었다. 
오뒤세우스는 물결에 밀려온 해초처럼 해변에 쓰러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