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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 -《오디세이아》14. ★ 텔레마코스, 아버지를 찾아나서다

Joyfule 2006. 4. 7. 03:03

호메로스 -《오디세이아》14.

★ 텔레마코스, 아버지를 찾아나서다


오뒤세우스는 7년간이나 칼립소의 섬에서 머물렀다.
칼립소의 섬은 배들이 지나가는 뱃길에서 멀리 벗어난 곳에 있는 섬이었다.
그래서 남들의 눈에 띌 가능성이 없었다. 오뒤세우스 혼자서 배를 지을 수도 없었다.
설사 배를 짓는다고 하더라도 거기에 노잡이들이 있을리 만무했다.
칼립소는 오뒤세우스에게 여간 자상하고 친절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 칼립소도 오뒤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는 일에 대해서만는 도우려 하지 않았다.
칼립소는 오뒤세우스가 언제까지나 연인으로 자기 옆에 머물러 주었으면 하고
속으로 바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뒤세우스가 바라는 것은 오직 하나, 고국 이타카의 바위산을 바라보는 것,
그리고 자기 집 굴뚝 위로 오르는 연기 자락을 보는 일이었다.
그러다 보니 세월이 7년이나 흐른 것이었다.

 

 

칼립소의 유혹이 얼마나 달콤했는지는 17세기 플랑드르 화가 얀 브뤼겔이 그린
'오디세우스와 칼립소가 있는 환상적인 동굴‘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림은 구혼자들에게 끝없이 시달리는 페넬로페의 모습을 보여준다.
꽃을 주고 있는 이와 보석함을 내밀어 구혼을 요청하는 이도 보인다.
페넬로페는 베를 다 짜면 새 배필을 고른다고 했지만 밤마다 낮에 짠 만큼을
다시 풀어 그녀의 천짜기는 몇년이 가도록 진전이 없었다.
그만큼 구혼자들의 불만도 늘어갔다.
창밖으로는 원근감에 맞춰 주변의 모습을 환하게 비추었는데
이는 오디세우스를 기다리는 페넬로페의 마음과 같이 오직
구혼자들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베를 짜는 페넬로페의 강직함을 나타낸다.



그 동안 이타카에 남아 있던 오뒤세우스 아내 페넬로페와 검은 배들이
트로이아로 떠날 당시에는 어린 아기였던 아들 텔레마코스는 슬픈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세월이 흘러가는데도 불구하고 오뒤세우스의 소식은 들려 오지 않았고,
이타카 사람들은 오뒤세우스가 죽었을 것이라고 짐작하기 시작했다.
슬픔에 잠겨 눈물로 세월을 보내던 오뒤세우스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것도
그즈음의 일이었다.
오뒤세우스의 어머니가 세상을 떠났지만 아버지 라에르테스는 살아 있었다.
이집트에는 아버지와 아들이 왕으로서 함께 나라를 다스리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타카에도 비슷한 풍습이 있었다.
따라서 아버지 라에르테스는 전쟁터에 나간 아들을 대신해서 이타카를 다스릴 수도 있었다.
그러나 당시 늙고 병들어 나라를 다스릴 수 없었던 아버지 라에르테스는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면서 여생을 보내고 있었다.
거기에다 오뒤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는 나이가 너무 어려 이타카를 다스릴 수가 없었다.
오뒤세우스가 검은 배들을 몰고 트로이아로 떠날 당시 청소년에 지나지 않던
이타카의 귀족 젊은이들이 이쯤에는 이미 시건방진 귀족 건달들로 자라나 있었다.
시건방진 귀족 건달들은 오뒤세우스의 궁전에서 저희들 멋대로 굴었다.
그들은 텔레마코스가 왕위를 계승할 왕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페넬로페와의 결혼에만 성공하면 페넬로페를 통하여 왕위에 올라
왕국을 손아귀에 넣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들은 탐욕스러운 사기꾼들처럼 궁전에서도 온갖 부정한 짓을 다 저질렀다.
그들은 오뒤세우스의 가축을 잡아먹고 오뒤세우스의 포도주를 마시는 것은 물론이고,
왕비 페넬로페가 저희들 중 하나를 선택하여 결혼해 주지 않으면
궁전을 떠나지 않겠다고 큰소리를 치기까지 했다.
하지만 궁전에서 그들을 쫓아 낼 수 있는 사람이 이타카에는 하나도 없었다.

건달들의 행패를 견디다 못한 페넬로페는 시간을 벌기 위해 귀족 건달들에게,
베를 짜서 시아버지 라에르테스의 수의, 즉 라에르테스가 세상을 떠난 뒤에 마지막으로
입혀 줄 옷 한 벌을 다 짓게 되면 그들 중 하나를 선택해서 결혼하겠노라고 약속했다.
페넬로페는 낮 동안에는 베틀에 앉아서 베를 짜고, 밤이 되어 건달들이
궁전이나 별채에서 잘 때면 하루 종일 짠 베를 도로 풀었다.
따라서 계속 그럴 수만 있다면 시아버지의 수의는 완성될 수 없었다.      

페넬로페는 이런 방법으로 한동안은 건달들을 따돌리 수 있었다.
그러나 페넬로페에게 원한을 품은 한 노예가 왕비를 배반하고 왕비의 비밀을
건달들에게 누설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이 때부터 왕비 페넬로페는 수의 지을 베를 계속해서 짜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이렇게 되고 난 뒤에도 페넬로페는 이런 저런 핑계로
결혼 상대자를 선택하는 일을 미루는 데 온 힘을 다 쏟았다.
하지만 건달들의 요구는 나날이 거세어지고 거칠어져 갔다.

올림포스의 신들 중에 눈이 유난히 밝은 신이 있었다.
바로 지혜의 여신 팔라스 아테나 여신이었다.
평소에 오뒤세우스를 좋아하던 아테나 여신은 저 높은 올림포스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다가
이타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아테나 여신은 오뒤세우스를 대신해서 신들에게 하소연했다.

"지금 오뒤세우스는 요정 칼립소의 섬에 있는데 붙잡혀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신세입니다.
오뒤세우스를 사랑하는 칼립소는 오뒤세우스의 사랑을 얻고 싶어합니다만
그가 사랑하는 것은 조국과 백성들입니다.
그런데도 칼립소는 자꾸만 오뒤세우스가 자기 조국과 백성들을 잊어 주었으면 하고 바랍니다.
그런 사이 오뒤세우스의 궁전에서는 건달들이 그의 재산을 축내고
그의 아내를 도둑질하려고 합니다.
나는 이타카로 내려가 텔레마코스를 설득해 보려고 합니다.
헤르메스 신께 부탁드립니다. 칼립소에게 가시어 신들의 뜻을 좀 전해 주세요.
오뒤세우스를 잃는 일이 칼립소에게는 견딜 수없이 슬픈 일이기는 하겠지만,   
이제 오뒤세우스를 떠나보내 제 갈 길로 가게 해주는 것이 바로 신들의 뜻이라고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을 제외한 모든 신들이 아테나 여신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
포세이돈의 동의를 받아낼 수 없었던 것은 이 바다의 신이 마침 사람들 문제를 해결하러
오디오피아에 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테나 여신은 별똥별처럼 빠른 속도로 이타카로 내려갔다.
그리고는 사람들 사이에 섞이기 쉽도록 오뒤세우스의 친구 멘테스로 변장한 뒤
오뒤세우스의 궁전으로 들어갔다.

궁전 앞 현관에는 무수한 젊은이들이 황소 가죽을 깔고 앉아 공기놀이를 하고 있었고
그들이 데리고 온 하인들은 저녁 식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자기 집 현관인데도 불구하고 텔레마코스는 그 자리 하나 차지하지 못하고
거기에서 떨어진 곳에 홀로 서 있다가 나그네를  보고는 안으로 안내했다.
그 나그네가 바로 변장한 아테나 여신이라는 것을 텔레마코스가 알았을 리 만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