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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 -《오디세이아》15. ★ 텔레마코스, 아버지를 찾아나서다

Joyfule 2006. 4. 8. 03:50


호메로스 -《오디세이아》15.  
★ 텔레마코스, 아버지를 찾아나서다
 이윽고 귀족 건달들이 저녁 식사가 준비된 식탁으로 몰려들었다. 
텔레마코스는 나그네를 식탁 옆에 있는 또 하나의 조그만 식탁으로 따로 불러 
조용히 저녁을 먹을 수 있게 해주었다.
이윽고 하인들이 음식을 날라와 식탁에 차리자 텔레마코스는 
귀족 건달들 귀에 들리지 않게 나지막한 소리로 이런 말을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줄 알고 아버지의 궁전에서 저렇게들 못되게 군답니다. 
사실은 저도, 아버지가 돌아가셨을까 봐 두렵습니다. 
그것은 그렇고, 존함은 무엇이며, 이타카에는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
 그러자 멘테스로 변장한 아테나 여신이 대답했다.
 "나는 오뒤세우스 왕의 오랜 친구 멘테스라고 하오. 
구리를 사로 퀴프로스로 가는 길인데 오뒤세오스 왕이 틀림없이 돌아와 있을 것 같아서 
이렇게 들렀소이다. 트로이아 전쟁 때 무사 했고, 트로이아에서 고향으로 떠났으니 
마땅히 돌아와 있을 줄 알았지요……."
 텔레마코스의 얼굴이 밝아졌다. 텔레마코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음에 분명했다. 
아테나 여신은 텔레마코스의 얼굴에서 그것을 확인하고 나서 덧붙였다.
 "이타카 사람들을 모아, 저 건달들이 얼마나 무례하게 구는지 가르쳐 주도록 하시오. 
그리고 배를 한 척 짓게 하고 다 지어지거든 그대가 손수 바다로 나가 
오뒤세우스 장군에 대한 새로운 소식과 정보를 모아들이시오."
 아테나 여신은 이런 말을 남기고는 올림포스 산으로 돌아갔다. 
텔레마코스는 난생 처음으로 가슴속에서 용기가 용솟음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 날 젊은 왕자는 백성들을 불러모으고는 왕자답게 자기 생각을 털어 놓았다. 
그 자리에 모인 백성들은 텔레마코스를 동정하고 
그가 처해 있는 입장을 이해하고 있기는 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힘있는 건달들에게 저항할 능력이 없었다.
 그 날 밤 아테나 여신이 다시 한 번 아버지의 친구 멘테스로 변장하고 
텔레마코스 앞에 나타났다. 
여기에서 용기를 얻은 텔레마코스는 노 스무 개짜리 갤리온 선을 지으라고 명령하고는, 
건달들에게는 공개적으로 자기는 아버지의 소식을 들으러 네스토르 왕과 
메넬라오스 왕을 찾아간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어머니 페넬로페에게는 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텔레마코스가 뱃길에 먹을 양식과 포도주를 준비해 준 사람은 텔레마코스의 유모이자 
아버지 오뒤세우스의 유모였던 에우뤼클레이아였다. 
에우뤼클레이아는 왕실의 곳간 열쇠를 관리하는 왕비의 심복이기도 했다.
그로부터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밤 
아테나 여신은 포도주 빛 바다 위로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바람을 보냈다. 
텔레마코스 일행은 그 바람에 돛을 부풀리고 이타카를 떠났다.


한편, 텔레마코스의 당도한 행동에 한편으로는 겁을 집어먹고 
한편으로는 당황한 건달들은 텔레마코스를 제거할 음모를 꾸몄다. 
건달들의 우두머리 중 하나인 안티노오스가 나섰다.
 "나에게 배 한 척과 뱃사람 스무 명만 주시오
이타카와 시모스 섬 사이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텔레마코스가 귀국할 때 덜미를 잡아, 
텔레마코스의 뱃길 여행을 아주 끝장내 버리겠소."
 다음날 정오에 텔레마코스 일행이 탄 배는 네스토르 왕이 다스리는
 퓔로스의 모래톱에 이르렀다. 
늙은 네스토르 왕은 텔레마코스를 따뜻하게 영접했지만 
텔레마코스가 알고 있는 이상의  소식은 전해줄 수가 없었다. 
그 다음 날 텔레마코스는 다시 길을 떠났다. 
네스토르 왕은 왕궁의 전차 한 대를 내어 주고는, 트로이아 전쟁당시 
자기의 전차를 몰았던 아들 피시스트라토스를 붙여 주었다. 
이틀 동안 전차를 타고 달린 그들은 해질 무렵 스파르타의 가파른 산길로 접어 들었다. 
텔레마코스와 피시스트라토스는 메넬라오스의 궁전밖에 있는 별채에서 밤을 보냈다.
텔레마코스가 찾아간 것은, 메넬라오스 왕과 비의 헬레네가 스파르타에 도착한 직후였다. 
그들도 트로이아를 떠난 이래 길고 오랜 뱃길 여행에 지칠 대로 지쳐 있었다. 
텔레마코스 일행이 들어간 것은 메넬라오스가 고향에 돌아온 것을 자축하여 
잔치를 벌이고 있을 때였다. 
그는 텔레마코스 일행에게 이름을 묻지 않았다. 
손님이 충분히 먹고 마시기도 전에 그런 것을 묻는 것이 실례였기 때문이었다. 
메넬라오스는 하인들에게 따뜻한 물과 깨끗한 옷을 준비하게 했다. 
이윽고 두 사람이 따뜻한 물로 몸을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자 
자기 식탁으로 불러 함께 잔치를 즐기게 했다.
식사가 끝났을 때 자기 방에 있던, 뺨이 고운 미녀 헬레네가 들어왔다. 
여전히 아름다웠다. 
헬레네 뒤로는 황금 물레가락과 실톳대를 든 하녀 둘이 따라 들어왔다. 
물레가락과 실톳대에는 짙은 보라색 양털실이 걸려 있었다. 
왕의 발치에 앉아 실을 감던 헬레네의 눈길이 화로 위를 지나 
텔레마코스의 얼굴 위에서 멎었다. 
헬레네는 메넬라오스 쪽으로 몸을 기울이면서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