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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 -《오디세이아》16. ★ 텔레마코스, 아버지를 찾아나서다

Joyfule 2006. 4. 9. 02:06

호메로스 -《오디세이아》16.  ★ 텔레마코스, 아버지를 찾아나서다
"세상에…… 저기 저 손님들에게 이름이 무엇인지, 어디에서 오셨는지 묻지 않으셨군요?"
 "아직 묻지 않았소. 먼길 여행에 너무 지친 것 같아서 하룻밤 더 쉬게 한 뒤에 
내일 아침에 물을 생각이었지요."
메넬라오스 왕이 대답했다. 헬레네가 두 나그네를 보고 웃으면서 이런 말을 했다. 
 " 두 분 중 한 분은 내일 아침까지 기다리지 않고도 알 것 같네요. 
두 분 중 젊은 분은 우리의 옛 친구 오뒤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일 거예요. 
보세요. 저렇게 닮았는데도 모르시겠어요?"
조금 전과는 달리 텔레마코스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던 메넬라오스가 소리쳤다.
 "이제 알겠다. 정말 닮았구나.세상에, 웃어야 할지, 부둥켜안고 울어야 할지‥‥‥."
처음 만난 사람들과 사귀는 데 익숙하지 않은 텔레마코스는 소녀처럼 얼굴을 붉혔다. 
그는 수줍음 때문에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피시스트라토스가 텔레마코스를 대신해서 말했다.
"그렇습니다. 오뒤세우스 왕의 아들이 맞습니다. 
아버지의 소식을 들으려고 이렇게 왔습니다. 
저는 길동무로 함께 온 네스토르 왕의 아들 피시스트라토스이고요."
 모두가 한데 어울려 반갑게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붙잡고 울기도 했다. 
헬레네는 텔레마코스에게, 오뒤세우스가 거지로 변장하고 
트로이아의 보물을 훔치러 들어왔을 때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메넬라오스는 오뒤세우스가 목마를 만들 때의 이야기를 들려 주면서 바로 
그 목마 덕분에 전쟁에서 이길 수 있었다는 말을 덧붙였다.
 다음 날 텔레마코스는 메넬라오스에게 이타카가 건달들의 횡포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아버지 오뒤세우스의 소식을 물었다. 
그러자 메넬라오스가 대답했다.
"네가 묻는 것에 대해 몇 가지 얘기는 들려 줄 수 있다. 
참으로 희한한 이야기라서 네가 믿을지 모르겠다만 이것이 진실이라는 것은 
신들이 보증할 것이다. 
트로이아를 떠나 고국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길을 잃고 온갖 나라를 다 돌아다녔다. 
퀴프로스에도 갔고 이집트에도 갔고 포에니키아에도 갔다. 
심지어는 아프리카 북부의 리뷔아라는 나라에도 들렀다. 
일 년 전에는 폭풍에 떠밀려 파로스 항구까지 간 적도 있다. 
나일강 어귀에서는 불과 하루 뱃길이다. 양식이 떨어져 거의 굶다시피 했다.
하지만 그 섬에는 <바다의 노인>이라고 불리는 프로테우스 신의 따님이 사시더구나. 
그녀는 우리의 형편이 딱한 것을 알고는, 어느 날 내가 혼자 바닷가를 걷고 있을 때 
나에게 오셨더구나. 고국으로 배를 몰고 가자면 바람이 있어야 하고, 바람을 얻자면 
신들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무슨 수로 신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인가? 
나는 그 때 그걸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프로테우스 신의 따님께서는 
'신들의 도움을 받는 방법은 우리 아버지만 아십니다. 그러니까 내가 시키는 대로 하세요. 
매일 정오가 되면 아버지께서는 바다에서 해변으로 나오셔서 물개들에 둘러싸인 채
 낮잠을 주무십니다. 그러니까 우리 아버지를 사로잡으셔야 합니다.
 어렵고 어려운 일이지요. 아버지는 그대의 손에 사로잡히시는 순간 
그대의 손길에서 벗어나려고 온갖 것으로 다 둔갑하실 테니까요. 
무엇으로 둔갑하든 놓치지 말고 꽉 잡고 있으면 아버지는 본 모습으로 돌아가 
그대가 묻는 것에 순순히 대답하실 것입니다'라고 하시더구나.
프로테우스 신의 따님께서는 나와 내 부하 셋이 숨어 있을 만한 모래밭의 조그만 
구덩이까지 가르쳐 주셨다. 그리고 우리가 들어가자 물개 가죽으로 덮어 숨겨 주시더구나.

오디세우스 섬에 갇히다
정오가 되자 바다의 노인 프로테우스 신께서 물개 무리와 함께 바다에서 나오시더니. 
파도가 무늬를 그려 둔 모래밭에 누워 잠을 청하시더구나. 
신께서 잠이 드는 순간 우리는 그분을 덮쳐 있는 힘을 다해 꽉 붙잡았다. 
그분은 처음에는 사자로 둔갑하시더니. 이어서 멧돼지, 표범, 구렁이, 흐르는 물, 
커다란 꽃나무로 둔갑하더라. 우리가 꽉 붙잡고 놓지 않자. 
마침내 본 모습을 되찾고는 나에게. 도대체 바라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시더라. 
나는 고향으로 가는 배의 돛을 부풀릴 바람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랬더니 나일 강 어귀로 나가 신들에게 제물을 바치면 순풍을 타고 무사히 
고향으로 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나는 내친 김에 내 친구들과 친척들 일까지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나의 형 아가멤논은 자기 궁전에서 살해되었다고 대답하시더라. 
이 일은 너도 들어서 잘 알고 있을 게다. 
그분은 마지막으로 오뒤세우스의 안부를 일러 주었다. 
오뒤세우스는 먼 바다의 외로운 섬에 사는 요정 칼립소에게 붙잡혀 있다고 하시더라. 
칼립소가 오뒤세우스를 사랑해서 도무지 놓아주지 않는다는 거야. 
오뒤세우스가 그 섬에 산 지가 벌써 7년째라는구나. 
오뒤세우스는 자기의 조국, 자기의 백성들 품으로 돌아가고 싶어하지만, 
외딴 섬이라 지나는 배가 없어서 그럴 수가 없었다더라‥‥‥."
메넬라오스가 긴 이야기를 마치고 나자. 텔레마코스가 물었다.
"어떻게 하면 그 섬을 찾을 수 있겠습니까?"
"방법이 없구나. 하지만 신들이 아직까지도 살려 놓고 있는 것을 보면 너의 아버지에게 
고통을 주고자 하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뱃사람들은 모두 죽었지만 너의 아버지 혼자 살아 있는 것이 그 증거 아니겠느냐? 
그러니 언젠가는 돌아오시지 않겠느냐?"
텔레마코스는 메넬라오스의 이런 대답에 만족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