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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 -《오디세이아》17. ★ 칼립소와의 이별

Joyfule 2006. 4. 10. 01:50

호메로스 -《오디세이아》17.  
★ 칼립소와의 이별
레마코스가 메넬라오스의 궁전에 머물고 있을 동안 신들은 심부름꾼인 헤르메스를 
요정 칼립소에게 보내기로 했다. 
헤르메스 신은 날개 달린 신발을 신고 칼립소의 섬으로 날아갔다. 
헤르메스 신이 칼립소가 사는 동굴 앞에 사뿐이 내렸을 때 칼립소는 동굴 안에서
베를 짜고 있었다. 칼립소가 이리저리 손을 놀릴 때마다 순금으로 만든 북이 
베틀 위에서 반짝거리고는 했다. 화로에서는 불길이 오르고 있었다. 
동굴 속에서는 삼나무와 백단나무 타는 향기가 진동했다. 
동굴 주위에는 오리나무, 백양나무, 향긋한 냄새가 나는 향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새매나 올빼미가 앉아 있는 나뭇가지는 생명을 새로 얻기나 한 것처럼 흔들거렸다. 
잘 익은 포도가 달린 포도 덩굴이 동굴 입구에 이르기까지 나란히 뻗어 있었다. 
네 개의 샘에서 물이 흘러 꽃이 만발한 풀밭을 적셨다. 
인간이 사로잡혀 있을 만한 곳으로는 그보다 나은 곳은 없을 것 같았다.
 헤르메스가 이르렀을 때 오뒤세우스는 동굴 안에 없었다. 그는 해변에 나가 있었다. 
그는 7년 동안이나 틈만 나면 그 곳으로 나가, 이루어질 수 없는 항해의 꿈에 잠기고는 했다. 
조국의 바위산을 생각할 때마다 그는 가슴이 아려 왔다.
 헤르메스 신이 들어가자 칼립소는 베틀에서 일어나 그를 맞아들였다. 
아름다운 천이 깔린 의자를 권하고는 신들만 먹는 먹거리. 마실 거리인 
넥타르와 암브로시아를 내놓았다.
 칼립소가 헤르메스 신에게 인사했다. 
"황금 지팡이를 드신 헤르메스 신이시여. 
어느 신께서 오신들 저의 마음이 이렇게 반가움으로 가득하겠습니까? 
그런데 어떤 일로 오셨는지요? 
헤르메스 신께서 일없이 저희 집에 오신 것은 아닐 것입니다. 말씀해 주십시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면 기꺼이 하겠습니다. 
하지만 말씀하시기 전에 먼저 앞에 놓인 것을 드시고 좀 쉬십시오."
헤르메스 신은 앞에 놓인 것을 먹고 마심 뒤에 자기가 온 까닭을 이렇게 설명했다.
"나를 이리 보내신 분은 신들의 아버지이신 제우스 신이시랍니다. 
나는 트로이아에서 9년동안이나 싸워 이긴 영웅 오뒤세우스 일로 심부름을 왔어요. 
그대가 오뒤세우스를 이 곳에 머물게 하고 있다지요? 
트로이아에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도중에 오뒤세우스 일행은 신들의 미움을 샀답니다. 
처음에는 포세이돈 신의 미움을 샀고, 두 번째로는 태양신 휘페리온의 미움을 샀답니다. 
두 분 신들은 오뒤세우스 일행을 괘씸하게 여겨 폭풍 같은 재난으로 
그들을 괴롭히신 것이랍니다. 그 결과 패거리는 모두 죽고 말았지요. 
오로지 오뒤세우스만 바람과 물결을 타고 그대의 섬으로 온 것이랍니다. 
그대는 때가 되면 죽어야 하는 인간을 7년이 라는 세월 동안 이 곳에다 두셨지요? 
이제 제우스 신께서는 그대가 이 자를 풀어 주어 제 갈길로 가게 하기를 바라십니다. 
오뒤세우스는 여기에서 살다가 죽을 운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먼저 간 뱃사람들과는 운명이 다르기 때문이랍니다. "
그러자 킬립소는 슬픔과 분노에 사로잡힌 나머지 
바람 부는 날의 백양나무 가지처럼 떨며 소리쳤다. 
 " 너무하십니다. 저를 질투하시다니. 저 높은 올림포스 산에 사시느라고 차가운 비도, 
인간 세상의 슬픔도 모르시는 신들께서는 정말 너무하십니다. 
저는 해변으로 밀려와 기진맥진해 있는 오뒤세우스를 거두어 이 동굴로 데려왔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있는 힘을 다해 그를 사랑하고 그를 거두어 왔습니다. 
오뒤세우스가 바랐다면 저는 때가 되어도 죽지 않는 생명을 베풀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분을 풀어 주어야겠군요. 신들의 뜻이니 이루어져야 겠지요. 
다스리시는 분들은 신이시니 저는 복종해야겠지요? 
이제 그분에게 가고 싶은 곳으로 가도 좋다고 말씀드리렵니다. 
필요한 것이 있으면 무엇이든 드리겠다고 말씀드리렵니다. "
" 그러세요. 한시바삐 그러세요. 서둘러 그렇게 하세요. 
제우스 신께서 기다리시다가 화를 내시는 일이 없도록, 한시바삐 말입니다. "
화로 곁에 앉아 있던 헤르메스는 이렇게 말하고는 흔적도 없이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칼립소는 슬픔을 억누르며 바닷가로 나갔다. 
오뒤세우스는 늘 그래왔듯이 바위에 앉아 두 손에 얼굴을 파묻은 채 
바다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눈이 흐리고 벌겋게 핏발이 서 있는 것으로 보아 울고 있었음에 분명했다. 
칼립소가 우뒤세우스의 어깨에다 가볍게 순을 올려 놓으며 말했다. 
 " 이제는 우실 필요도 없고, 이 곳에서 세월을 허비하실 필요도 없습니다. 
이제 제가 그대를 풀어드릴 때가 왔습니다. 
이제 그대를 기다리는 여인에게로 돌아가실 때가 되었습니다. 
내가 바라든 바라지 않든, 나는 신들의 뜻에 따라 이렇게 해야 합니다.
기왕 그렇게 할 바에야 나는 온 마음고 정성을 다해 그대를 보내렵니다. "
오뒤세우스가 무거워 보이는 고개를 들고는 물었다. 
"그대가 나를 놓아 준다고 하나, 내가 이 곳을 떠날 방법이 도무지 없지 않소?"
" 내가 연장과 나무를 마련해 줄 테니 쪽배를 하나 지으세요. 
쪽배를 지으면 거기에다 빵과 물과 포도주를 실어 드리겠어요. 
그리고 순풍을 보내어 쪽배의 돛을 부풀게 하겠어요……."
칼립소는 슬픔을 견딜 수 없다는 듯이 한숨을 푹 쉬고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대의 집 화로 앞에 앉기까지 수많은  재난이 그대 앞을 
가로 막을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겠지요? 
그것이 두려우시면 내 집에서 나와 함께 머물러도 좋습니다. 
나는 그대가 날마다 아내를 그리워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만. 
그렇게 하면 그대의 아내는 다시 만날 수 없게 됩니다."
오뒤세우스가 그 말에 응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