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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 - 《오디세이아》18. ★ 칼립소와의 이별

Joyfule 2006. 4. 11. 03:16

호메로스 -《오디세이아》18.  ★ 칼립소와의 이별
"이렇게 말한다고 나를 원망하지 마시오. 
내 아내 페넬로페의 아름다움이 그대만 못하다는 것을 잘 압니다. 
때가 되면 죽어야 할 팔자를 타고 태어난 인간을 무슨 수로 
영원히 사는 신들이나 요정의 아름다움에 겨루겠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나는 돌아가고 싶소. 
뱃길을 가로막는 재난과 위험 앞에서 죽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끝까지 버티고 싸움으로써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오."
 다음 날, 칼립소는 목수 연장을 가져다주고는 쓸 만한 나무들을 보여 주었다. 
그는 바닷가 가까이에 서 있는 나무 스무 그루를 찍어 넘어뜨리고는 
조그만 쪽배를 만들고, 제일 길고 곧은 전나무는 배 한가운데 세워 돛대로 삼았다. 
칼립소가 가져다 준 튼튼한 무명천으로 그는 돛을 만들었다. 
칼립소가 통가죽을 가져다 주자 그는 이것을 가늘게 자르고, 
몇 개씩 모아 꼬아서 밧줄과 마룻줄을 만들었다. 
나흘 동안 준비한 그는 닷새째가 되자 쪽배 밑에다 통나무를 깔고는 
쪽배를 바다로 밀어 넣었다.
 칼립스는 물과 포도주가 가득가득 든 가죽 부대와 먹을 것을 실어 주었다. 
오뒤세우스가 험한 뱃길을 견딜 수 있도록 튼튼한 옷도 한 벌 마련해 주었다. 
이윽고 둘은 마지막 입맞춤을 나누었다. 
입맞춤이 끝났을 때 칼립소는 홀로 동굴 쪽으로 갔고, 오디세우스는 바다로 향했다. 
돛은 칼립소가 보내 준 순풍에 팽팽하게 부풀어 올랐다.
 순풍이 불어 올 동안 오뒤세우스는 키만 잡고 있었다. 
섬이나 지나가는 배는 보이지 않았다. 
낮에는 태양을 보고 방향을 잡았고 밤에는 별을 보고 방향을 잡았다. 
그는 칼립소가 가르쳐 준대로 큼곰자리를 왼쪽에다 두고 항해를 계속했다. 
그런 식으로 열 이레를 항해했다. 
열여드레째 되는 날 그의 눈에 멀리 희미한 산 그림자가 보인 듯했다.
그가 곧 낯익은 땅을 밟게 되며 힘겨운 고생도 끝나게 된다고 생각하고 있을 즈음, 
머리카락이 푸른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이디오피아에서 돌아오는 길에 그의 모습을 보았다. 
포세이돈은 자기 아들을 장님으로 만든 오뒤세우스를 
다른 신들이 도와주고 응원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화가 난 그는 무시무시한 폭풍을 일으켰다 
검은 구름장이 하늘을 덮었다.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와 쪽배를 때렸다. 
이어서 북쪽에서 광풍이 몰아쳐 왔다. 
광풍은 돛대를 부러뜨리고 돛을 찢어 바다로 내동댕이쳤다. 
키를 잡고 있던 오뒤세우스도 바닷속으로 곤두박질쳤다.

 파도가 그의 몸을 삼켰다. 칼립소로부터 받았던 옷의 무게가 그에게는 죽음과 같았다. 
그러나 그는 필사적으로 파도위로 떠올라 공기를 마시거나 
수면 아래서 마신 소금물을 뱉거나 했다. 
쪽배의 파편을 찾아 허우적거리던 그는 마침내 쪽배의 몸체에 기어오를 수 있었다. 
그러나 다시 밀려든 파도에 쪽배는 갈매기 깃털처럼 일렁거렸다.
 오뒤세우스가 쪽배의 몸체에 달라붙어 파도와 필사적으로 
싸우고 있는 것을 본 바다의 여신 이노가 험한 파도를 헤치고 왔다. 
바다의 여신 이노는 흡사 물 속에서 속구 치는 갈매기 같았다. 
이노는 빛나는 너울을 벗어 오뒤세우스에게 던져 주면서 소리쳤다.
 "옷을 벗어요. 그 옷의 무게 때문에 몸이 자꾸만 가라앉고 있어요. 
대신 그 너울을 허리에 감으세요. 그 너울이 그대를 지켜 줄 거예요. 
그리고 쪽배는 버리고, 아까 본 육지를 향해 헤엄쳐 가세요. 
육지에 이르거든 내 너울을 바다로 던지세요. 
고개는 육지로 돌리고 너을을 뒤로 던져야 해요."
 바다의 여신 이노는 이 말을 남기고는 바닷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순간 산 같은 파도가 덮쳤다. 쪽배는 산산히 부서져 사방으로 흩어졌다. 
오뒤세우스는 쪽배에서 떨어져 나온 나무 하나에 의지해서 옷을 벗어 던지고는 
너울을 허리에 감았다. 그리고는 다시 바다에 몸을 맡기고는 헤엄을 치기 시작했다.
 이 때 아테나 여신이 그를 도우러 왔다. 
아테나 여신은 북풍만 두고 다른 바람은 모두 잠재웠다. 
북풍을 잠재우지 않는 것은 그 바람이 머나먼 육지 쪽으로 
헤엄쳐 가는 오뒤세우스에게 도움을 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틀 밤 이틀 낮 동안이나 아테나 여신의 북풍이 
오뒤세우스의 몸을 육지 쪽으로 밀고 갔다. 
사흘째 되는 날 육지가 가까워지면서 바람이 자기 시작했다. 
오뒤세우스는 바위섬을 향해 계속해서 헤엄쳐 갔다. 
하지만 바위섬에 이른 순간, 
바위섬에 부딪쳤다가 튀어 오르는 파도가 그를 휩쓸어 버렸다. 
그가 바위 한 귀퉁이에 매달려 몸을 도사리지 않았더라면 
바다에 떠다니던 나무 조각처럼 산산조각이 났을 터였다. 
그가 바위에 매달려 있는데도 불구하고, 바위섬에 부딪쳤다가
 다시 바다로 나가는 파도는 자꾸만 그의 몸을 바다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는 세 차례나 역류에 휩쓸려 바다로 끌려 나갔다가는 
다시 헤엄쳐 와 바위에 붙어야 했다. 
마침내 그는 그 바위 위로 오르는 것을 포기하고 한동안 
해안선을 따라 헤엄치면서 접근하기 쉬운 지점을 찾았다. 
그러다 넓은 강이 바다와 합류하는 잔잔한 해변을 만났다. 
곧 그의 발이 부드러운 모래에 닿았다.
 그는 비틀거리며 물에서 나와 얼굴을 모래에 댄 채로 해변으로 올랐다. 
하지만 그는 자기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의식하지 못했다.
 겨우 정신을 차림 그는 이노로부터 받은 너울을 허리에서 풀어 바다에 던졌다. 
이노가 가르쳐준 대로 바다로부터 돌아선 채 던졌다. 
그리고는 강변을 따라 육지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오래 걸을 힘은 없었다. 
오래지 않아 올리브 나무 고목의 가지가 뒤엉켜 있는 숲에 이르렀다. 
곧은 가지와 잔가지가 지붕처럼 뒤엉켜 바람을 막아주는 곳이었다. 
그는 그 가지 밑으로 기어 들어갔다. 바닥에는 낙엽이 켜켜이 쌓여 있었다. 
그는 거기에 드러누워 낙엽으로 몸을 덮었다. 그의 의식이 다시 가물거렸다.
 아테나 여신이 와서 그의 눈을 감겼다. 그는 그대로 곯아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