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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 -《오디세이아》25. ★ 그리운 이타카

Joyfule 2006. 4. 18. 07:41

호메로스 -《오디세이아》25. ★ 그리운 이타카   
 "자, 이제 섬을 가로질러 그대가 부리던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의 집으로 가라. 
그는 그대의 집안에 충성을 바치고 있는 사람이다. 
그대는 일단 그 집네 몸을 숨기고 있거라. 
그러면 나는 메넬라오스의 궁전으로 가서 텔레마코스를 불러 오겠다."
말이 끝나자마자 아테네 여신의 모습이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문득 불어온 바람 한 자락이 여신이 있었던 흔적을 대신했다. 
오뒤세우스는 내륙으로 통하는 산길로 걸음을 옮겼다.
오뒤세우스가 왕궁의 돼지우리에 이르렀을 때 에우마이오스는 문턱에 쭈그리고 앉아 
소가죽으로 신발을 만들고 있었다. 
에우마니오스가 기르고 있던 개들이 나그네의 모습을 보고는 
금방이라도 공격할 듯이 짖어댔다.
 에우마이오스가 에우마이오스가 달려나와 돌을 던져 개들을 쫓았다. 
에우마이오스는 거지꼴을 한 오뒤세우스를 친절하게 맞아들여 
자기 오두막으로 안내하고는 먹을 것과 마실 것을 내놓았다. 
에우마이오스는 실로 오래간 만에 자기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을 만남 셈이었다. 
그래서 그는, 왕이 트로이아 전쟁을 끝내고 귀국하는 길에 실종되었다는 이야기, 
불량한 귀족 청년들이 왕의 궁전을 차지하고 왕비에게 결혼을 조르고 있다는 
이야기를 두서 없이 했다. 
돼지치기는 실종된 자기네 왕을, 지금도 옛날 과 다름없이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오뒤세우스는 노인의 이야기를 끈기있게 다 듣고 나서 이런 말을 했다.
  "나도 세상을 두루 돌아다니면서 들은 소문이 있소. 그대의 주인은 살아 있어요. 
나는 그가 지금 고향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소문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에우마이오스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는 거지가 듣기 좋도록 말을 꾸며서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역시 나그네 거지를 대접하는 뜻에서 
오뒤세우스의 이야기를 끝까지 들러 주었다. 
이윽고 젊은 돼지치기들이 들판에서 놓아 먹이던 돼지 떼를 끌고 우리로 돌아왔다. 
저녁 식사때가 되자 에우마이오스는 돼지고기를 구워 배불리 먹을 수 있을 만큼 
오뒤세우스 앞에다 차려 주었다. 
식사가 끝났을 때 오뒤세우스는 트로이아 전쟁 이야기로 노인을 기쁘게 해주었다. 
두 사람은 잠들 때까지 트로이아 전쟁과 오뒤세우스 이야기는 계속했다.
그 즈음 아테나 여신은 메넬라오스 궁전에 머물고 있는 텔레마코스 곁에 있었다. 
텔레마코스는 어머니의 안부와 이타카의 형편이 궁금해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테나 여신은 텔레마코스에게 간곡하게 일렀다.
"너의 어머니도 이제 더 이상은 견딜 수 없는 모양이다. 
그래서 오래지 않아 귀족 건달들 중 하나와 결혼하기로 약속했다. 
그러니 어서 빨리 귀국해라 하지만 올 때와는 다른 뱃길로 가야 한다. 
안티노오스의 배가 사모스 섬의 절벽 밑에서 너의 배를 기다리고 있다. 
안티노오스는 너를 해치려고 거기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이타카에 도착하거든 뱃사람들은 궁전으로 보내도 좋다. 
하지만 너는 돼지치기 에우마이오스의 돼지 우리로 가거라. 
에우마이오스는 아직까지도 너와 너의 아버지를 진심으로 섬기는 사람이다."
이튿 날 아침 텔레마코스와 그의 친구 피시스트라토스는 메넬라오스와 헬레네에게 
작별을 고했다. 헬레네는 손수 만든 비단 옷 한 벌을 텔레마코스에게 안겨 주면서 
이런 말을 했다.
"이것은, 때가 되면 네 신부에게 입혀라. 그 때가 오기까지는 네 어머니에게 맡겨 두어라. 
너에게 기쁜 일만 일어나기를 빌겠다. 이 헬레네가 온 사랑을 기울여 빌겠다."
텔레마코스 일행이 떠날 차비를 하고 있을 동안 그들의 마차는 궁전 문 앞에 서 있었다. 
두 마리의 말을 어서 빨리 내닫고 싶어서 안달을 부리고 있었다. 
그런데 난데없이 독수리 한 마리가 산 위에서 날아 내려왔다. 
독수리는 가까운 풀밭에서 놀고 있던 흰 거위 한 마리를 채어, 
말의 잔등 위를 스치듯이 날아 공중으로 올라갔다.
피시스트라토스가 하나의 점이 되어 멀어져 가는 
하늘의 독수리를 올려다 보면서 중얼거렸다. 
 "좋은 징조이기는 합니다만. 전하, 저것은 전하께 좋을 일이 생길 징조입니까. 
아니면 저와 텔레마코스에게 좋은 일이 생길 징조 입니다까?"
 헬레네가 메넬라오스를 대신해서 대답했다.
  "너희 둘에게 좋은 일이 생길 징조다. 잠깐만......오뒤세우스가 오랜 방황 끝에 
조국으로 돌아와, 자기 궁전에서 살진 건달들에게 복수한다는 뜻이다."
 텔레마코스는 메넬라오스 왕과 헬레네 왕비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올리고는 
피시스트라토스와 나란히 마차에 올라 고향을 향해 길을 떠났다.
다음 날 두 사람은 퓔로스에 이르렀다. 
피시스트라토스는 마차를 항구로 몰아 거기에서 기다리던 배 앞에서 
메넬라오스의 궁전에서 받았던 선물과 함께 텔레마코스를 내려 주었다.
텔레마코스가 퓔로스의 궁전에 들르지 않았던 것은 궁전에 들르면 네스토르 왕이 
틀림없이 며칠 더 묵어 가라고 조를 것이기 때문이었다. 
텔레마코스에게는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그는 뱃사람을 모아 거기에서 바로 이타카를 향해 돛을 올렸다.
이타카 해변에 이르자 그는 아테나 여신이 가르쳐 준 대로 
뱃사람들은 마을로 올려 보내고 자신은 걸어서 돼지치기의 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