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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 -《오디세이아》26. ★ 그리운 이타카

Joyfule 2006. 4. 19. 05:10

호메로스 -《오디세이아》26. ★ 그리운 이타카  
오뒤세우스와 돼지치기가 아침 식사를 짓기 위해 불을 지피고 있을 때였다. 
돼지치기의 집으로 오르는 길에 한 젊은이가 나타났다. 개들이 우르르 달려나갔다. 
짖어대는 개도 있었고 마당을 가로지르는 텔레마코스에게 꼬리를 흔드는 개도 있었다. 
돼지치기가 외마디 소리를 지르면 벌떡 일어났다. 
그 바람에 포도주 그릇이 엎질러졌다. 돼지치기는 젊은이에게 달려갔다. 
오뒤세우스가 젊은이 쪽을 바라보았다. 
헬레네의 말대로 젊은이의 모습은 자신은 물론이고 
아버지 라에르테스와도 너무나 흡사했다. 
그는 북받쳐 오르는 감격을 주체할 수 없었다. 
자신이 트로이아로 떠날 당시 페넬로페의 품 속에 있던 아들이었던 것이다. 
돼지치기는 오래 떠나 있던 아들은 맞아들이는 것처럼 텔레마코스를 껴안았다. 
텔레마코스는 노인의 등을 두드리면서 물었다.
  "내가 때 맞추어 온 것입니까? 
지금이라도 어머니의 결혼을 저지할 수 있겠습니까?"
돼지치기는 텔레마코스의 손을 끌고 자기 오두막으로 들어왔다. 
거지로 변장한 오뒤세우스는, 텔레마코스가 문턱을 넘는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왕자 텔레마코스는 그데로 앉아 있으라고 손짓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앉아 있어도 좋아요. 
넓어서 그대가 일어서지 않아도 불가에 앉을 수 있겠어요."
 돼지치기는 검불 한 아름을 안아다 놓고 그 위에 양의 털가죽을 깔아 
텔레마코스가 앉을 자리를 마련했다. 
세 사람은 화덕에 둘로앉아 차가운 돼지고기와 보리빵, 나무 그릇에 따른 
포도주로 아침 식사를 했다. 
식사 중에 왕자 텔레마코스와 돼지치기는 늙은 거지를 
장차 어떻게 해야할 것인지 의논했다. 
오뒤세우스는 자기 자신의 생각에 골몰해 있는 데다 어찌나 음식을 
맛있게 먹었던지 두 사람이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는 줄도 몰랐다.
 결국 두 사람은 텔레마코스가 그 늙은 거지를 궁전으로 데려가지 않는 편이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 꼴로 궁전에 들어갔다가는 귀족 건달들로부터 욕을 먹거나 모욕당하기가 
십상이기 때문이다. 늙은 거지는 돼지 우리에서 지내거 되었다. 
왕자는 늙은 거지 몫의 옷과 음식을 보내어 
에우마이오스의 짐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거지 문제가 결정되자 텔레마코스는 돼지치기를 궁전으로 보내어 
자기가 무사히 먼 여행길에서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리게 했다.
돼지치기가 오두막을 떠난 직후 개들이 일제히 짖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끙끙거리면서 꼬리를 내리고 오두막 안으로 들어와 숨었다. 
눈이 유난히 빛니는 아테나 여신이 문 앞에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텔레마코스의 눈에는 아테나 여신이 보이지 않았다. 
오뒤세우스와 개들의 눈에만 보였던 것이다. 
오뒤세우스가 오두막 밖으로 나가 여신을 맞았다. 여신은 오뒤세우스에게 말했다.
 "이제 둘 뿐이니, 아들에게 그대의 정체를 밝히는 것이 좋겠다."
 여신은 이러면서 늘 들고 다니는 황금 막대기로 오뒤세우스의 머리를 건드렸다. 
오뒤세우스는 여느 때의 모습을 되찾았다. 
그의 누더기 사슴 가죽 옷은 왕이나 입을 수 있는 으리으리한 용포로 변했다. 
그는 돌아서서 오두막으로 들어갔다. 
불가에 앉아 있던 텔레마코스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한 늙은 거지를 보고는 
벌떡 일어나면서 물었다.
 "어르신,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연세 잡수신 노인이 아니었습니까? 
그러네 어쩌면 이렇게 변하실수 있습니까? 
어르신께서는 영생불사하시는 신이신 모양이군요?"
 "신이 아니다. 네 아버지가 사람들 눈을 속이려고 
거지로 변장해서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제 아테나 여신의 도움으로 본 모습을 되찾은 것이다."
텔레마코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 아버지가 아니십니다. 내 아버지이실 리가 없습니다......"
 그리고는 잠깐 뜸을 들였다가 이렇게 말을 이었다.
 ".......부탁입니다. 내 아버지 오뒤세우스가 아니시거든 공연한 거짓말로 
슬픔에 잠겨 있는 우리 모자를 더욱 슬프게 만들지 말아 주십시오."
 "거짓이 아니다. 내 말을 믿어라. 내가 바로 오뒤세우스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있는 이 사람말고 오뒤세우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한 적도 없었다."
텔레마코스는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오뒤세우스는 아들에게 자기가 겪었던 모험 이야기이며, 
바다 요정의 동굴에 숨겨 둔 파이아케아 인들로부터 받은 보물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는 궁전에 몰려들어 행패를 부린다는 건달들은 모두 몇 명이고, 
어떤 무기를 가지고 있는지 자세하게 물어 보았다.
 "백일여덟 명입니다. 저를 배반하고 건달 패에 붙은 제 하인도 하나 있습니다. 
놈들은 어머니에게 결혼하자고 조르러 올 때도 꼭 칼을 차고 옵니다. 
무예의 수준도 상당합니다. 여느 때는 방패나 갑옷 같은 것으로 무장하지만 
어머니에게 결혼을 조를 때는 무장하지 않습니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우리는 놈들을 물리칠 수 있다. 
아테나 여신이 우리와 함께 하시기 때문이다. 
그분만 우리와 함께 하시면 무장한 적이 아무리 많아도 우리는 이길 수 있다."
두 사람은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텔레마코스는 다음 날 아침에 궁전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러나 텔레마코스에게 공격적이고 모욕적인 태도를 취할 것임에 분명했다. 
그러나 텔레마코스는 건달 패거리들과 공개적인 말썽을 피하지 않으면 안되었다.
 오뒤세우스가 아들에게 당부했다.
 "놈들과의 싸움을 자제하도록 하여라. 
네가 궁전으로 올라간 다음 날 내가 거지로 변장하고 올라가겠다. 
내가 신호를 보내거든 놈들의 무기는 연회장 벽장에 숨겨 버리도록 하여라."
 "놈들이 무기를 저희들 손 닿는 데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면 뭐라고 할까요?"
 "고기 구울 때 나는 연기에 노출되면 기름이 낀다고 해라. 
그래도 곁에 두려고 하거든,네 어머니의 손님들이 술에 취해서 
싸우면 안되기 때문에 안전한 곳에 치워 두어야 한다고 우겨라."
 두 사람이 모처럼 소리내어 웃었다.
 "또 시키실 일은 없습니까?"
 오뒤세우스가 대답했다.
 "연회장 구석자리에 앉은 거지는 거지일 뿐이라는 것을 명심하거라. 
남자에게든 여자에게든 나의 정체가 알려지게 해서는 절대로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