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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괴테 6.

Joyfule 2009. 12. 1. 09:33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 괴테 6.  
그 대신 아이들은 장난치지 않고 얌전히 있겠다는 약속을 해야만 했지.
우리는 제각기 자리에 앉았어. 여자들은 인사를 나눈 다음, 
서로의 옷맵시, 특히 모자에 대한 이야기를 몇 마디 주고받은 후, 
그 날 저녁 무도회에 참석하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네. 
그 이야기 도중에 로테는 마차를 세우게 하고 동생들을 내리게 했네. 
아이들은 로테의 손에 다시 한번 입을 맞추고 싶어하더군. 
큰 아이는 15세 소년다운 정감이 어린 키스를 했으나, 작은아이는 후딱 해치워 버리더군. 
로테는 동생들에게 얌전히 잘 있으라는 말을 다시 한번 하였고, 
우리가 탄 마차는 달려가기 시작했지. 
내 파트너의 사촌동생이, 일전에 보내 준책을 다 읽었느냐고 로테에게 물었네. 
"아뇨"하고 로테는 대답했네. 
"그 책은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돌려 드리겠어요. 그전의 책도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았
어요" 
"어떤 책인데요?"하고 내가 묻자 어떤 책이름을 댔는데, 
나는 그 대답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네.
나는 그녀가 하는 모든 말에서 착실한 성품을 감지할 수 있었네. 
그녀가 한마디 할 때마다 새로운 매력, 새로운 정신이 그 얼굴에서 번뜩이는 걸세. 
그리고 그녀의 모습은, 자기 말을 내가 이해해 준다는 사실에 만족하여 
점점 더 부드러워져 가는 것 같았다네.
"좀더 어렸을 때는"하고 로테는 말했네. 
"저는 소설을 제일 좋아했었어요. 어떻게나 재미있는지, 
일요일이면 방 한구석에 앉아서 미스 제니라든가 
그런 주인공의 행운과 불운에 정신없이 빠져들곤 했었지요. 
지금도 그런 책에 마음이 끌린다는 것을 부정할 생각은 없어요. 
그렇지만 요즘은 좀처럼 책을 읽을 기회가 없기 때문에, 
이왕에 읽을 바엔 제 취향에 맞는 책을 읽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는 작가란 그 작품 속에서 저 자신의 세계를 발견할 수 있고, 
저와 같은 처지의 생활묘사로 친근감이 가고 흥미 있는 이야기를 쓰는 그런 작가예요.
 저희 가정생활이 물론 천국과 같지는 않지만, 
아무튼 뭐라 표현할 수 없는 행복의 원천이지요" 
이 말을 듣고 나는 마음속의 감동을 감추느라고 무척 애를 섰다네. 
그러나 그렇게 오래도록 감추고 있을 수는 없었네. 
그녀가 골드스미드의 소설 <웨이크필드의 목사>를 비롯한 몇몇 소설에 언급하면서, 
그것들에 대해 아주 정확한 견해를 피력하는 것을 들었을 때, 
나는 그러다가 얼마 후에 로테가 다른 사람에게로 
말머리를 돌렸을 때에야 비로소 나는 깨달았네. 
다른 두 여자들이, 그 사이에 줄곧 
자기네들이 완전히 무시당하는 것이 
기가 막히다 는 듯이 눈이 휘둥그래져 있었다는 사실을 ...... 
그 사촌동생이란 여자는 몇 번이나 콧등에 잔주름을 지으며 비웃듯이 나를 쳐다보았는데, 
나는 그런 것을 조금도 개의치 않았네.
화제는 댄스의 즐거움에 대한 것으로 바뀌었네 
"이런 열정이 결점이라고 하더라도"하고 로테는 말했네. 
"서슴없이 고백하겠어요. 저는 무엇보다도 댄스를 좋아합니다. 
뭔가 걱정거리가 있을 때라도, 피아노 앞에 앉아서 
엉터리로나마 무곡을 치고 있으면 그런 대로 기분이 풀리곤 해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에도 
나는 그야말로 홀린 듯이 그녀의 그 검은 눈을 쳐다보고 있었다네. 
그 생동하는 입술, 그 발갛게 상기된 볼이 내 마음을 여지없이 사로잡았네. 
그녀의 멋들어진 말에 넋을 빼앗겨 나는 몇 번이나 그녀의 말을 잘못 듣곤 했다네. 
나를 잘 알고 있는 자네니까 능히 짐작할 만하겠지. 
아무튼 무도회장 앞에 이르러 마차에서 내렸을 때, 
나는 마치 몽유병 환자처럼 저물어 가는 세계 속으로 꿈결처럼 빨려 들어갔고, 
불이 밝혀진 홀에서 울려 나오는 음악소리도 내 귀에는 거의 들르지 않을 지경이었네.
두 신사, 아우드란 씨와 다른 한 사람 모씨는, 
이름 따위를 어떻게 일일이 다 기억하겠는가? 
우리 마차가 있는 곳까지 와서 우리를 맞이하여 주었는데, 
그들은 내 파트너의 사촌동생과 로테의 댄스 파트너로서 
각자 자기의 상대 여성을 무도회장으로 인도해 갔네. 
나도 내 파트너와 함께 안으로 들어갔지.
우리는 이리저리 뒤얽히며 메누엣을 추었네. 
나는 잇달아 다른 여자에게 같이 추기를 청했었는데,
반갑쟎은 상대일수록 한번 어울리면 좀처럼 떨어져 나가려 하지 않더군. 
로테와 그 파트너는 영국식 댄스를 추기 시작했네. 
이윽고 차례를 따라 그들이 우리 조와 한데 어울려 선회를 시작하였을 때, 
내가 얼마나 기뻐했는지는 자네도 짐작할 만하겠지. 
그녀가 춤추는 모습을 자네에게도 보여 주고 싶네! 
그녀는 몸과 마음을 온통 춤에만 집중시켜 그 속에 몰두해 버리는 걸세. 
몸전체가 하나의 화음일세. 아무런 근심도 거리낌도 없으며, 
오직 춤만이 전부요, 춤 이외의 일은 생각조차도 하지 않는 것 같다네......
그 순간에는 다른 모든 것이 그녀에게서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네. 
나는 로테에게 두 번째 대무곡의 상대가 되어 주기를 청했네. 
그녀는 세 번째 대무곡에서 상대가 되어 주겠노라고 약속을 하고는, 
그지없이 사랑스럽고 솔직한 태도로,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것은 독일식 댄스라고 분명히 말하는 것이었네. 
"여기서는"하고 로테는 말을 계속했다네. 
"한 조를 이루고 있는 두 사람은 독일식 댄스를 출 때에도 그대로 짝을 짖는 것이 관례예요. 
그런데 제 파트너는 왈츠를 잘 못 추니까, 
그걸 안 춰도 되면 좋아할 거예요. 
선생님의 파트너도 왈츠는 출 줄을 모르고 또 좋아하지도 않아요. 
영국식 댄스를 출 때 보니 선생님은 왈츠를 잘 추시더군요. 
그러니까 독일식 댄스의 상대로 저를 희망하신다면, 
선생님께서 제 파트너에게 그렇게 이야기해 주세요. 
저는 선생님의 파트너에게 이야기할께요" 
나는 그러겠노라고 약속의 악수를 했네. 
그리하여 우리가 짝을 지어 춤추는 동안, 
로테의 파트너인 그 신사는 내 파트너의 상대가 되어 주기로 이야기가 되었지.
드디어 춤이 시작되었네. 
우리는 얼마 동안 팔을 이리저리 바꿔 가며 춤을 즐겼지. 
그녀의 춤추는 모습은 경쾌하고 매력적이었네. 
이윽고 왈츠가 시작되어 천계의 별들처럼 서로의 주위를 선회하기 시작하자 
그걸 제대로 출 줄 아는 사람은 극소수였으므로 처음에는 다소 어수선했네. 
우리는 혼란이 진정되기를 느긋하게 기다렸지. 
그리하여 서투른 사람들이 물러가고 홀에 거치적거리는 대상이 없어졌을 때, 
우리는 가볍게 춤추기 시작했네, 
우리 조와 아우드란 조만이 오래도록 춤을 추었지. 
일찍이 그토록 경쾌하게 춤추어 본 적은 없었네. 
마치 꿈속을 해 메는 것 같았네. 
그지없이 사랑스러운 여인을 품에 안고 번개처럼 춤추며 돌아가다 보니, 
내 주위의 모든 것이 다 사라져 버리는 걸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