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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문 - 앙드레 지드.5

Joyfule 2010. 2. 16. 09:58
  좁은 문 - 앙드레 지드.5   

우리가 빠리에 돌아오자마자 한 장의 전보가 
어머니를 다시 르아브르로 불러 갔다. 
외숙모가 도망쳐 버렸다는 것이다.
"어떤 남자하고요?"
나는 어머니가 나를 맡기고 간 미스 아슈뷔르똥에게 물었다.
"얘야, 그것은 어머니께 여쭈어 봐라. 난 뭐라 대답할 게 없다."라고 
이번 사건을 완전히 어리둥절해 진 이 노부인은 대답했다.
이틀 후에 그녀와 나는 어머니를 좇아 떠났다. 
그날은 토요일이었다. 
그 다음날 교회에서 사촌누이들을 만나기로 되었는데 
그 생각만 내 마음을 사로잡고 있었다. 
어린 내 마음으로는 우리가 이런 장소에서 만난다는 것으로써 
우리들의 재회가 신성화된다는 것이 대단히 대견스러웠던 것이다. 
어쨌든 아주머니 생각은 별로 하지 않았으며 
어머니에게 묻지 않는 편이 좋으리라 생각했다.
그날 아침 작은 교회당에는 사람들이 별로 많지 않았다. 
보띠에 목사는 아마도 의식적으로, 
좁은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라는 
그리스도의 말씀을 묵도의 주제로 삼은 것 같았다.
알리싸는 나보다 조금 앞자리에 앉아 있었다. 
나는 그녀와 옆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는 데 정신이 팔려 있었기 때문에
주의 깊게 듣고 있던 그 말씀도 그녀를 통해 듣는 듯 싶었다. 
삼촌은 어머니 곁에 앉아 울고 있었다.
목사는 먼저 전체 구절을 내리 읽었다. 
'좁은문으로 들어가기를 힘쓰라,
 멸망으로 인도하는 문은 크고 그 길이 넓어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작고 협착하여 찾는 이가 드무니라.' 
그러고 나서 주제를 명백하게 분류하면서 
목사는 먼저 넓은길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나는 멍하니 정신이 나간 채 꿈속에서처럼 아주머니 방을 다시 그려 보았다. 
누워서 웃고 있는 아주머니가 보였고 
번쩍이는 복장을 입은 장교가 웃고 있는 것도 보였다. 
웃음이라든가 기쁨 자체가 불쾌하고 모욕적인 것으로 생각되고 
추악한 죄악의 과장인 것처럼 보였다.
'그리로 들어가는 자가 많고...' 보띠에 목사는 계속했다. 
그러고도 자세히 설명해 나갔다. 
나는 빈들빈들 히히덕거리며 앞으로 나가면서 
행렬을 이루는 화려한 차림새의 군중을 보았다. 
그들과 발을 맞추어 한 걸음 나가자면 알리싸에게서 떨어져야 하기 때문에 
나는 그런 행렬에 낄 수도 없고 또 끼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그러자 보띠에 목사는 인용문의 첫구절을 되풀이했다. 
나는 힘써 들어가야 할 그 좁은 문을 보았다. 
잠겨있던 꿈속에서 나는 그 문을 흡사 압연기처럼 상상하고
 나 자신이 그 사이로 애써 들어가며 말할 수 없는, 
그러나 하느님의 축복의 예감이 섞여 있는 그러한 고통을 느낀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이 문은 바로 알리싸의 방문이 되는 것이었다. 
나는 그리로 들어가려고 스스로를 억제하며 
내 속에 이기심으로 남아 있는 모든 것을 비워버리는 것이었다.
'생명으로 인도하는 문은 작고 협착하여' 보띠에 목사는 계속했다. 
그리고 모든 고난, 모든 슬픔 너머네 또 다른 하나의 말고 신비롭고 거룩한 기쁨, 
내 영혼이 이미 갈망하기 시작한 다른 하나의 즐거움을 나는 상상하고 예감했다. 
그 기쁨은 날카로우면서도 부드러운 바이올린과 같았고 
또한 알리싸의 마음이 녹아 버리는 맹렬한 불꽃처럼 상상되었다.
우리는 다같이 묵시록에 적혀 있는 것 같은, 
휜 옷을 입고 손에 손을 잡고 꼭같은 목표를 향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었다...
이러한 어린애의 갖가지 꿈이 미소를 자아낸들 어떠랴. 
나는 그것을 꾸밈없이 이야기할 뿐이다. 
혹시 분명치 않은 점도 있겠지만 그건 단지 
아주 정확한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한 언어와 불완전한 비유로 말미암은 것이다.
'이를 찾는 이가 드무니'라고 보띠에 목사는 끝을 맺었다. 
'찾는 이가 드무니라'... 나는 그 중의 한 사람이 되리라.
설교 끝난 무렵 내 마음은 너무나도 긴장되어 예배가 끝나자 
나는 사촌 누이를 찾아보려 하지도 않은 채 뛰어나왔다.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벌써부터 나의 결심을(나는 이미 결심한 바가 있었던 것이다) 
시련에 던져 보고 싶었으며, 
이렇게 곧 그녀에게서 떨어져 나옴으로써 
더욱 그녀에게 적합한 인간이 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