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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의 사랑 - 막스뮐러 19

Joyfule 2010. 8. 31. 09:09
 

   
독일인의 사랑 -  막스뮐러 19  
  산봉우리마다 깃든
  고요,
  미풍 한 점
  없는
  나뭇가지들.
  숲 속 새들도 노래를 그쳤다.
  기다리라.   그대 또한
  쉬 쉬게 되리니.
이렇게 그가 노래할 때 높다란 전나무 위로 광대무변한 세계가, 
지상이 줄 수 없는 안식이 펼쳐지는 것 같지 않아요?   
워즈워드의 경우에는 이같은 배경이 늘 자리잡고 있지요.   
조소하는 이들이야 뭐라 하든간에, 그것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인간의 마음을 끌고 감동 시키는 초지상적인 무엇입니다.   
미켈란젤로 이상으로 지상의 그 아름다움을 
잘 이해했던 사람이 또 어디 있겠어요? 
- 그가 그럴 수 있었던 것은,
그에겐 지상의 아름다움이 곧 초지상적인 아름다움의 반영이었기 때문이랍니다.  
그 사람의 소네트를 당신도 알지요.
  소네트
  아름다움이 나를 몰아 하늘을 향하게 한다.
  (세상에 내 마음에 드는 것이 아름다움 말고 무엇이 있으리.)
  그러면 나는 현존의 몸으로 영들의 전당으로 들어선다.
  죽어야만 하는 인간에게 이 얼마나 드문 축복이랴!
  작품 안에는 이렇듯 창조주가 자리하고 있어,
  나는 작품의 영감을 받아 창조주를 향한 순례의 길을 떠난다.
  아름다움에 취한 내 마음을 움직이는,
  그 숱한 생각들을 형태로 만들기 위하여,
  이렇듯 나는 알고 있다.   
  내 저 아름다운 눈에서 시선을 떼지 못함은,
  신의 낙원으로 가는 길을 비추는 광채가
  그 눈에 깃들어 있기 때문임을.
  그 눈의 광채를 받아 나의 가슴이 타오르면
  내 고귀한 불꽃 속에는
  하늘을 다스리는 온화한 기쁨이 찬연히 반영된다.
그녀는 기진맥진하여 입을 다물었다 - 
이 침묵을 어찌 깰 수 있으랴!  
서로의 생각들을 허심탄회하게 주고받은 후 
흐믓한 느낌으로 입을 다문 상태를 
우리는 천사가 하늘을 날고 있다고 표현한다.  
과연 나는 평화와 사랑의 천사가 
살그머니 날개짓을 치는 소리를 머리 위에서 들은 것 같았다.   
또 내 시선이 그녀에게 머무는 동안, 
그녀의 사랑스런 자태도 여름밤의 어스름 빛 속에서 성스럽게 변용되는 느낌이 들었다.   
다만 내 손에 잡혀 있는 그녀의 손만이 현실감을 주었다.
그때 그녀의 얼굴 위로 한 줄기 환한 빛이 비취었다.   
그녀도 빛을 느낀 듯 눈을 반짝 뜨더니 의아하다는 듯 나를 보았다.   
반쯤 감긴 속 눈썹이 베일처럼 덮고 있는 
그녀의 신비스런 안광이 번개처럼 번쩍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침 만월이 두 언덕 사이로 성치를 마주 보며
찬연히 떠올라 호수와 온 마을을 다정한 미소로 비춰 주고 있었다.  
그토록 아름다운 자연, 
그토록 아름다운 그녀의 얼굴을 나는 일찍이 본 적이 없었다.   
이토록 복된 평안이 내 마음에 흐른 적이 없었다.
마리아! 하고 나는 입을 떼었다.
이처럼 내 마음이 깨끗해진 순간에 있는 그대로 
내 온 마음의 사랑을 고백하게 해 주십시오.   
우리가 초지상적인 것을 이처럼 가까이 절감하고 있는 지금, 
우리를 다시는 갈라 놓지 않도록 영혼의 약속을 맺읍시다.  
사랑이 어떤 것이든간에, 마리아,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그리고 느끼고 있습니다.   
마리아 당신은 나의 것이라는 것을, 
왜냐하면 나는 당신의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는 그녀의 눈을 쳐다볼 엄두를 못 냈다.  
다만 내 입술이 그녀의 손에 살그머니 키스를 했다.   
그러자 그녀는 처음에는 머뭇머뭇하더니 급기야 단호히 손을 뺏다.   
눈을 들어 보니 그녀의 얼굴에 고통스러운 표정이 서려 있었다.   
그녀는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마침내 
깊은 한숨을 토해 내며 몸을 일으키고는 입을 열었다.
오늘은 이만 됐어요.   
당신은 내 마음을 괴롭히셨어요.   
그렇지만 그건 내 탓이지요.   
창문을 닫아 주세요.   
낯선 손이 건드린 것처럼 소름이 끼치는군요.   
내 곁에 있어 주세요.   
아니, 가셔야 해요. 안녕히 가세요. 편히 주무세요.   
하나님의 평화가 우리와 함께 하기를 기도드리세요.   
우리 또 만나요 - 네?   내일 저녁에 - 기다릴께요. 
아, 천국과 같은 평안은 돌연 어디로 갔는가?  
나는 그녀가 괴로워 하는 모습을 보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얼른 떠나는 길뿐이었다.   
영국 부인이 불려 왔고, 그리고 나는 어두운 마을 길을 홀로 걸었다.   
그리고도 한동안 호숫가를 서성거리며 
조금 아까까지도 그녀와 같이 있던 불 켜진 창을 바라보았다.   
마침내 창문의 마지막 불빛도 꺼졌다.   
달은 점점 높이 솟아오르고, 
그 선경 같은 조명을 받아 모든 첨탑과 지붕밑 방의 창, 
낡은 성벽의 장식들이 선명히 떠올랐다.  
바로 그곳 밤의 정적 속에 나는 홀로 서 있었다.   
머릿 속의 뇌소가 기능을 잃은 것 같았다.   
아무런 생각도 떠오르지 않고, 다만 이 세상에는 나 혼자라는 것, 
나를 상대해 줄 아무도 없다는 것만 느끼고 있었다.   
지구는 무슨 관 처럼 보였고, 검은 하늘은 관을 덮는 보자기 같았다.   
나 자신 살아 있는지 죽었는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러고 나서 나는 문득 별들을 보았다.   
별들은 반짝거리는 눈을 뜨고 차분히 자기 궤도를 가고 있었다.   
그러자 그 별들은 오직 인간을 비춰주고 위로해 주려고 존재하는 듯 여겨졌다.   
이어서, 예기치 않게 어두운 하늘에 뜬 두 개의 별을 생각했다 - 
그러자 감사의 기도가 내 마음에서 새어 나왔다.   
나의 천사의 사랑에 대한 감사의 기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