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福이란 무엇일까 - 엄상익 변호사 에세이

Joyfule 2023. 6. 1. 23:16





    福이란 무엇일까 - 엄상익 변호사 에세이 


이따금씩 지하철을 타고 경로석에서 젊은 사람들을 바라본다. 마치 시간의 이쪽에서 세월의 언덕 저쪽을 되돌아보는 느낌이다. 이어폰을 끼고 스마트폰의 화면을 보는 대부분의 얼굴들이 찌들고 힘들어하는 표정이다. 젊었던 시절 나도 그렇게 얼굴에 벌레가 기어 다녔다. 그 시절 다니던 교회의 목사님이 하던 말이 지금도 뇌리에 잔상으로 남아 있다. 젊음 자체만으로도 복인 줄 알라고. 나는 속으로 코웃음쳤다. 하나님께 부탁해서 절박한 현실을 벗어나게 해 주지는 않고 관념 같은 엉뚱한 말만 하는 것 같았다. 내가 얻고 싶은 것만 얻을 수 있다면 그까짓 젊음과 바꿀수 도 있을 것 같았다. 절박했던 그때 점쟁이들을 찾아가는 친구들이 있었다. 점쟁이들은 미래에 부자나 권세를 얻을 것이라고 하면서 돈을 받고 순간의 위로를 팔기도 했다.

영원할 것 같던 젊음이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리고 머리와 눈썹에 하얀 눈이 내렸다. 그토록 받고 싶던 복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한다. 젊은 시절 행복해 보이는 사람들이 사는 숲이 멀리서 봐서 그런지 아름답게만 보였다. 변호사를 하면서 그들이 사는 행복의 숲을 들어가 볼 기회가 있었다.

부자들을 여러 명 봤다. 주위에 살을 뜯어 먹으려는 배고픈 하이에나 떼가 들끓었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의 비리를 찾아 협박을 하려는 존재들이 눈에 불을 켜고 있었다. 투자를 하라는 사기꾼들이 몰려왔다. 세금폭탄을 맞으면 그걸 내기 위해 은행 대출을 받으러 다녔다. 가진 재산에 영혼까지 묶여 꼼짝달싹 못하는 모습들을 많이 봤다. 한평생 노동이 뭔지 모르고 그냥 백수로 살아온 재벌집 아들도 봤다. 술에 쩔어 사는 그가 복을 받은 것일까? 빨래줄에 매달린 알맹이 없는 옷같이 그는 공허한 것 같았다. 명리학으로 이름이 알려진 사람이 있다. 그는 대한민국 부자들의 사주팔자를 많이 봐 주었다고 했다. 그는 재산이 많은 사람들에 대해 이런 결론을 내렸다.

“돈이 많은 사람들을 대할 때 표정이 밝고 좋은 사람들을 거의 보지 못했어요. 전부 근심 걱정이 가득찬 찡그린 얼굴들이었죠. 제가 보기에 천억 이상 돈을 가진 사람은 복이 아니라 재앙이예요. 그런 사람들은 평균 두세개의 소송은 걸려 있을걸요?”

이십 억원을 받는 복권에 당첨된 사람이 있었다. 그는 복권에는 복이 들어있지 않더라고 했다. 그 다음으로 권력은 복일까? 어느 날 대통령의 아들이 나의 법률사무소를 찾아온 적이 있다. 충성을 다짐한 그 많은 장관들 그리고 부하들이 모두 도망을 가고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것이었다. 대통령은 우리에 갇힌 호랑이같이 감옥 안에서 어쩔 줄을 모르고 있었다. 그 대통령은 강원도 한 리조트의 방에서 병으로 온몸이 마비된 채 앓다가 죽었다. 어깨에서 반짝거리던 별들이 상징한 장군이 복이었을까? 대통령직이 복이었을까? 잘 모르겠다. 그 전 대통령은 재가 되어도 아직 땅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마약같은 권력이 복만은 아닌 것 같다. 마약이 깬 후 허망함같이 잠시 권력에 취했던 사람들의 금단현상은 지독한 고통 같아 보였다. 대통령뿐 아니라 장관 차관 마지막으로 아파트 주민대표에 이르기까지 자리를 잃으면 박탈감에 괴로워 하는 것 같았다. 돈이나 높은 자리는 복이 아니었다. 부자나 권력가가 사는 숲은 그 속으로 들어와 옆에서 보니까 아름답지 않았다. 듬성한 겨울나무 사이에 내가 혼자 서 있는 것 같았다. 어떤 사람들은 너는 전문직이니까라고 말하기도 하고 연금을 가지고 실버타운에 묵는 사람들을 복받았다고 하기도 한다. 살펴보면 모두 겨울나무 같이 외롭게 서 있다. 진짜 복이 있는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왜 하나님이 주신 가장 소중한 것들을 그때 깨닫지 못했을까. 정말 복 받은 사람은 자신을 아는 사람이 아닐까. 그 때 젊은 나를 알지 못했다. 한쪽 눈의 시력을 잃고 나서야 남은 한쪽 낡은 눈이 얼마나 귀한 지 깨닫는다. 영원히 함께 있을 것 같은 어머니가 저 세상으로 간 뒤에야 그 귀함을 깨달았다. 아내도 그럴 것이다. 예수는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상태를 역설적으로 복이 있다고 했다. 그 의미가 뭘까. 미래의 영원한 세계를 보장받는 게 복이 아닐까. 자신을 알고 내적 존재가 커져서 달관한 인격에 도달하는 게 가장 큰 복이라는 생각을 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