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5670

나비의 여행 - 정한모

나비의 여행 - 정한모아가는 밤마다 길을 떠난다.하늘하늘 밤의 어둠을 흔들면서수면(睡眠)의 강(江)을 건너빛 뿌리는 기억(記憶)의 들판을출렁이는 내일의 바다를 나르다가깜깜한 절벽(絶壁)헤어날 수 없는 미로(迷路)에 부딪치곤까무라쳐 돌아온다.한 장 검은 표지(表紙)를 열고 들어서면아비규환(阿鼻叫喚)하는 화약(火藥) 냄새 소용돌이전쟁(戰爭)은 언제나 거기서 그냥 타고연자색 안개의 베일 속파란 공포(恐怖)의 강물은 발길을 끊어 버리고사랑은 날아가는 파랑새해후(邂逅)는 언제나 엇갈리는 초조(焦燥)그리움은 꿈에서도 잡히지 않는다.꿈길에서 지금 막 돌아와꿈의 이슬에 촉촉이 젖은 나래를내 팔 안에서 기진맥진 접는아가야오늘은 어느 사나운 골짜기에서공포의 독수리를 ..

사월에 내리는 눈 - 김정희

사월에 내리는 눈 - 김정희눈 내린 듯사월의 산야에 가득 피어난 하얀 벚꽃끝없이 펼쳐진 고운 붓질의 향기로운 수채화아름드리나무 아래로 흩날리는 꽃잎이달빛에 푸르게 빛나는 몽환 같은 밤그대와 함께 꿈을 꾸듯 다정하게 걷고 싶습니다일 년 내내 피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만은화려하게 피었다가 한순간에 떨어지는 꽃이기에더욱 아름답고도 마음은 아려 옵니다그곳에서라면 지고지순한 마음으로내 사랑을 고백해도 용납될는지내 바보 같은 사랑은 마음의 벽을 허물지 못하고그저 멀리서 바라만 보라고 합니다다시 사월이 오고 이지러진 꽃잎처럼마음엔 그리움 꽃비로 뚝뚝 떨어지는 날그대 내게로 오시렵니까사월에 내리는 꽃눈 맞으며

라일락 그늘 아래서 - 오세영

라일락 그늘 아래서 - 오세영 맑은날네 편지를 들면아프도록 눈이 부시고흐린날네 편지를 들면서롭도록 눈이 어둡다아무래도 보이질 않는구나네가 보낸 편지의 마지막한 줄무슨 말을 썼을까오늘은 햇빛이 푸르른날라일락 그늘에 앉아네 편지를 읽는다흐린 시야엔 바람이 불고꽃잎은 분분히 흩날리는데무슨 말을 썼을까날리는 꽃잎에 가려끝내읽지 못한 마지막 그한줄

벚꽃 축제 - 박인혜

벚꽃나무 - 이창훈 지나간 흔적들 중에 맑았던,아무런 치장도 그 어떤 윤색도 없이가장 아름다웠던 추억을 단 하나 꼽으라면성북동 벚꽃나무 아래서 당신을 기다렸던 일하얀 눈보라같이 아름답게 속삭이던꽃잎들 아래서 시를 읽으며 깜장 똥이 묻어나는 모나미볼펜으로 시를 끄적이면서...그렇게 마치 멎은 듯한 시간 속에서간절하게 나직나직이 부르면낮게 엎드린 가난한 집들 사이 고샅길로땅에 떨어진 꽃잎을 한 아름 안고서눈동자에 나를 담으며 서서히 다가오던 그대세상의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라는 생각조차도잊어버리게 했던 그때로 돌아가서한 그루 벚꽃나무로 서서당신을 기다리며

활짝 핀 벚꽃 아래서 - 장석주

활짝 핀 벚꽃 아래서 - 장석주 두개골 속에 꽃봉오리들이 툭, 툭, 터지는 소리가벼락치고,네 입술이 기르던 애벌레가나방이 되어 날아간다.네 입술,네 둥근 젖,네 흰 이마,네 검은 머리칼,네 젖은 어깨,네 샅,네 꽃피던 자궁,네 모든 게 천천히 지워진다, 일찍이내 이럴 줄 알았다,벚꽃 폭설 아래 나 혼자 걸으면벚꽃 흰 눈 몇 점 머리에 이고네가 나와 마주치고도저문 강 쳐다보듯 무심할 줄을.에움길 돌아 돌아가면우리가 미처 살아내지 못했던 시간들이아직도 매캐한 슬픔이 피우는연기 속에 자욱하다.숯으로 네 눈썹을 그리던푸른 밤들이 여전하다깨진 거울과 빈 밥그릇,곰팡이 슨 산수화 한 점과 함께언 호수에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묵은 가지마다 햇빛이 ..

벚꽃이 필때면 - 천준집

벚꽃이 필때면 - 천준집 벚꽃이 필 때,문득 그리운 얼굴 생각나거든 꽃잎을 보라.그리고 마음껏 그리워하라그도 지금 벚꽃을 보며나를 그리워할지도 모르잖아.벚꽃이 필 때,애써 기억을 지우려 하지 말라.그도 지금쯤 지친몸으로 나를 기억 밖으로밀어버리고 있는지도 모르잖아.누군들,아픈 상처 하나쯤 없겠냐마는벚꽃이 필 때 가슴 한쪽이 덩그렇게 비었다면저 꽃잎을 보라.그도 혼자서 울고 있을지 모르잖아벚꽃이 피던 날너를 보내고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그래서 벚꽃이 눈처럼 날리는지도 모르잖아그도 지금 저 날리는 꽃잎을 보고 있을까벚꽃이 우수수 떨어질 때는 그것이내 눈물인 줄 알라.

봄 햇살 날개에 누워서 - 김용관

봄 햇살 날개에 누워서 - 김용관봄 햇살은 아무데나 주저앉아보이지 않는 현으로천상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뾰쪽한 청 솔잎 위에서외줄 타는 광대마냥 출렁거리기도 하고활엽수 한 가운데 머물러흔들어도 떨어질 줄 모르는 여린 몸짓어디든 다가가면가슴 활짝 펴고 맞이하는 사물들임보다 더 좋은 것이 네 얼굴이니마음대로 춤을 추어라마음대로 노래를 불러라바다 위에서는 살아있는 생명체로 춤을 추고바위 위에서는 부서진 시체로 떨어져커다란 화판이듯 물감으로 스며드는 봄 햇살네가 음영(陰影)을 가리지 않고 내려오듯나 아무데나 누워서 한 이불로 삼고가슴이 으스러지도록 꼭 껴안아봄의 현에 춘면곡(春眠曲)을 녹여보리라

봄날은 온다 - 김영길

봄날은 온다 - 김영길입춘이 돌아 왔다고 티브이에서 봄의 첫 날이라전해 준다. 엄동설한 속에 나무들은 입춘이 왔다는소식을 이미 알고 있는 듯 땅속의 따뜻한 온기가겉으로 표출되고 뿌리는 줄기와 가지에 쉴 새 없이피를 공급하며 빠르게 돌고 있다.햇님 햇살에 양지바른 곳에 자리 잡은 목련은꽃을 피우기 위해 콩알만 한 꽃망울이 져있고남쪽으로부터 훈훈한 봄바람이 불어오기를손꼽아 기다리고 있다.천지간 만물지중이 자연의 순리의 섭리 따라꽃 피고 잎이 무성하고 새로운 새 봄의 활력소의기운을 받아 생명력이 살아 숨 쉬는 생동의계절이 다가오고 있다.참고 견디며 인내하고 극복하는 기다림 속의희망과 꿈이 있었기에 영하의 눈보라의 엄동설한을 참고 견디는 원동력이 되어 화창한꽃 피는 ..

봄 길을 걷노라니 - 김인숙

봄 길을 걷노라니 - 김인숙개나리 벚꽃양쪽 길가에 모두 나와손 흔들며 반가운 눈길아낌없이 보내줍니다살랑이며 가녀린 허리 굽혀인사까지 보내니황송함과 으쓱함이공주인 듯 왕비인 듯봄 길을 누빕니다아~봄!그대는 왜 이렇게바보 같은 모습조차좋아하고하염없이 사랑스러운눈길을 보내주는지요초라한 눈물마저해맑은 꽃잎이라 속삭여준나의 그대 봄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