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영상시산책 5799

외로운 사람에게 - 조병화

외로운 사람에게 - 조병화 외로운 사람아,외로울 땐 나무 옆에 서 보아라.나무는 그저 제자리 한 평생묵묵히 제 운명, 제 천수를 견디고 있나니나무는 그저 제 자리에서 한 평생봄, 여름, 가을, 겨울 긴 세월을하늘의 순리대로 살아가면서상처를 입으면 입은대로 참아내며가뭄이 들면 드는대로 이겨내며홍수가 지면 지는대로 견디어내며심한 눈보라에도 폭풍우에도 쓰러지지 않고의연히 제 천수를 제 운명대로제 자리를 지켜서 솟아 있을 뿐나무는 스스로 울질 않는다.바람이 대신 울어준다.나무는 스스로 신음하지 않는다.세월이 대신 신음해 준다.오, 나무는 미리 고민하지 않는다.미리 근심하지 않는다.그저 제 천명 다하고 쓰러질 뿐이다

길 - 신경림

길 - 신경림 사람들은 자기들이 길을 만든 줄 알지만길은 순순히 사람들의 뜻을 좇지는 않는다사람을 끌고 가다가 문득벼랑 앞에 세워 낭패시키는가 하면큰물에 우정 제 허리를 동강내어사람이 부득이 저를 버리게 만들기도 한다사람들은 이것이 다 사람이 만든 길이거꾸로 사람들한테 세상 사는슬기를 가르치는 거라고 말한다길이 사람을 밖으로 불러내어온갖 곳 온갖 사람살이를 구경시키는 것도세상 사는 이치를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그래서 길의 뜻이 거기 있는 줄로만 알지길이 사람을 밖에서 안으로 끌고 들어가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는 것을 모른다길이 밖으로가 아니라 안으로 나 있다는 것을아는 사람에게만 길은 고분고분해서꽃으로 제 몸을 수놓아 향기를 더하기도 하고그늘을 드리워 사람들이 땀을 식히게도 한다그것을 알고 나서..

작은 기도 - 이해인

작은 기도 - 이해인 아침부터눈물이 난다서로서로사랑하며 살기에도시간이 부족한데사계절이 아름다운이 조그만 나라에서일어나는 일들이결국은 다 내탓이고우리 탓인데지도자들끼리 백성들끼리계속 남의 탓만 하다불행과 비극을 좌초하는우리는 누구이며이 나라는 무엇인가?예수님이 태어날겸손한 구유는 어디 있는가?하늘이시여 부디우리를 가엾이 여기소서자비를 베푸소서!남쪽 바닷가에서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며한숨 쉬는 작은 이가엎디어 울고 있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