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상익 변호사 에세이 - 검은 은혜 기억의 빙하에서 떨어져 나온 고통의 기억들이 마음속 강물 위를 둥둥 떠내려오고 있다. 마주하는 첫번째 고통의 얼음덩어리 속에는 이십대가 스산하게 저물어갈 무렵의 내가 들어 있었다. 나는 부천에서 서울로 가는 시외버스의 맨 뒷좌석에서 차창 밖을 보고 있었다. 짙은 절망감이 검은 안개처럼 온 몸에 퍼지고 있었다. 어찌할 수 없이 나의 꿈을 접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남들이 대학생이 되어 즐겁게 어울려 놀 때 어둠침침하고 쿰쿰한 냄새가 나는 고시원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사랑대신 야망을 품고 암자의 뒷방에서 뒹굴었다. 더 이상 앞길이 보이지 않았다. 들판에 홀로 남겨진 허수아비처럼 나만 덩그라니 혼자 남아 지나가는 바람에게 절망을 호소하고 있었다. 나는 처음부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