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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진 노년, 이렇게 준비하자

Joyfule 2006. 3. 20. 12:51
길어진 노년, 이렇게 준비하자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돈 걱정 없는 노후 30년’ 
‘마흔에서 아흔까지’ 등 실버 출판물 잇달아


2000년대로 접어들며 우리 사회가 당면한 문제 중 하나가 고령화다. 출판계에서도 단군 이래 처음으로 실버 출판물이 선보였는데,

흥미로운 것은 실버 출판물을 실버 세대가 소비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버 출판물로 분류됐던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58’이나

‘나이듦에 대하여’의 독자가 실버 세대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은 독자 대부분은 30~40대였다. 이런 현상은 일본도

마찬가지다.

실버 잡지에 소개되는 인물이나 이야기는 주로 70~80대 노인의 생활이지만

실제로 잡지를 읽는 독자는 50~60대였다.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실버 세대를 준비하는 마흔 이후의 연령층에 대한

개념이 정리되지도 않은 것이 사실이다. 최근 노년의 삶을 가이드하는 책이 여럿 선보이고 있지만 이 책들 역시 막연하게 ‘은퇴 후 30년’ ‘노후’ ‘중년 이후’ 같은 두루뭉수리한 표현을 쓰고 있다. 그러다가 최근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이라는 책 속에서 ‘서드 에이지(third age)’라는 개념을 발견했다. 저자 윌리엄 새들러는 인생을 네 단계로 나누고 있다. 퍼스트 에이지(first age)는 배움을 위한 단계로서 출생 후 학창시절까지 학습행위가 중심이 되는 기간을 말한다. 10대에서 20대 초반까지의 나이로 이 시기에는 학습을 통해 1차 성장을 이룬다. 세컨드 에이지(second age)는 직업을 갖고 경제활동을 하며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는 시기를 말한다. 20~30대가 여기에 속한다. 서드 에이지(third age)는 2차 성장을 통해 자기실현을 추구하는 시기다. 40대에서 70대까지가 여기에 속한다. 마지막으로 포스 에이지(forth age)는 노화의 단계로 최대한 건강하게 오래 살다가 죽는 것이 목표인 시기이다. 윌리엄 새들러가 말하는 서드 에이지는 무려 30년이 되며 인간의 생애 중 가장 긴 기간을 차지한다. 과거 세대에는 서드 에이지라는 시간이 뚜렷하게 존재하지 않았다. 장수혁명으로 인간에게 30년이라는 보너스 생애가 주어진 것이다. 이 30년을 두고 우리는 노후, 은퇴 후 30년, 중년 이후 등으로 부르며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18세기 사람의 평균수명은 40세 정도였고, 1900년에는 47.3세였다. 그러나 1993년에는 평균수명이 75.5세로 급속히 신장됐으며 바야흐로 인생 80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일본에서 정년을 65세로 정했을 당시만 해도, 또 독일에서 은퇴를 65세로 못 박았을 때만 해도 인간의 평균 수명이 그 정도였고 연금 수령이 가능한 사람은 모두 65세 이전에 세상을 떠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에 비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마흔 이후 30년을 일컫는 서드 에이지에 대한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인간이 그토록 바라던 수명 연장에 대한 소망이 실현되고 있지만 이를 그저 축복이라고만 여길 수는 없다. 준비되지 않은 서드 에이지는 재앙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 출간된 서드 에이지 관련서는 우리에게 주어진 30년의 축복과 도전을 어떻게 준비하고 사용할 것인가에 포커스를 맞춘다. 그 중에서도 경제적 준비를 어떻게 할 것이냐를 강조한다. 평균수명이 대폭 연장되므로 경제활동이 가능한 시기에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비참한 노후를 맞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모의 노후를 책임졌던 지금의 30~40대는 정작 자신이 노년이 되었을 때는 자식에게 큰 도움을 기대할 수 없다. 혹자는 “유전자의 염기서열이 비슷하고 오랜 공동생활로 서로를 좀더 이해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엄격히 말해 자식도 남이라는 사실을 하루 빨리 깨닫는 것이 현명하다” 는 말까지 한다. 또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등 사회보장제도에만 기댈 수 없는 현실과 체감 정년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것도 노후 경제를 준비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다. ‘ 돈 걱정 없는 노후 30년’ ‘30대부터 준비하는 은퇴 후 30년’ 등과 같은 책은 노후 자금의 규모를 산정하고 전략을 세우며 젊을 때부터 차근차근 자금계획을 세울 것을 충고한다. 좀더 포괄적인 이야기를 다룬 책으로는 ‘마흔 살부터 준비해야 할 노후대책 일곱 가지’와 ‘마흔에서 아흔까지’가 있다. ‘마흔 살부터 준비해야 할 노후대책 일곱 가지’는 노후 생활을 위해 준비해야 할 일곱 가지 키워드로 건강, 자금, 자녀, 배우자, 사회참여, 취미, 죽음을 꼽고 각각에 대한 개략적인 지침을 전한다. ‘마흔에서 아흔까지’ 역시 중년과 노년을 재앙이 아닌 선물로 만들기 위한 구체적인 지침을 전한다. 이런 종류와 달리 은퇴 이후의 삶을 콩트 형식으로 절박하게 보여주는 책도 있다. 박혜란씨의 ‘소파전쟁’이다. 자식 키워서 대학 보내고 결혼시킨 후 부부 둘만 남은 시기를 담았다. 젊은이들은 부부가 그 나이까지 살았는데 무슨 문제가 있을까 싶지만 처음으로 하루 종일 남편과 아내가 함께 집에 머물면서 예상치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 그저 콩트라고만 생각할 수 없는 부모세대의 현실 이야기이다. 마지막으로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은 장수혁명으로 맞이한 30년의 세월을 늙은이로 살지 말라고 충고한다. 젊음이 칭송되는 사회에서 포도주가 아닌 다음에야 나이 든다는 게 아무런 부가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지난 세기 여성이 자신에게 주어진 그릇된 성역할을 벗어버리기 위해 투쟁했듯이 연령에 맞는 역할도 문화의 산물임을 인식하라고 권한다. 20세기가 아동기와 청년의 시대였다면 바야흐로 21세기는 중년과 장년의 시대라 할 만하다.

 

한미화 출판칼럼니스트

Anna German/Walking alone(나홀로 길을 걷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