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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영화 "리턴"

Joyfule 2006. 9. 4. 04:44
영화 ‘리턴’ 돌아온 아버지와의 여행 두 소년에게 남은 건…
한겨레  
바닷가에 높이 솟은 철탑. 친구들한테 배척당하는 게 싫은 형 안드레이(블라디미르 가린)는 바닷 속으로 풍덩 뛰어든다. 하지만 겁도, 의심도 많은 동생 이반(이반 도브론라보프)은 탑 위에서 옴짝달싹 못한다.
다음날 이 일로 한 바탕 싸움질을 벌인 두 형제가 서로 먼저 엄마한테 이르기 위해, 시합이라도 하듯 뜀박질을 한다. 하지만 엄마는 “아빠가 자고 있으니 소란 피우지 말라”고 대꾸한다. 놀란 형제들. 방문을 열어 보니, 한 남자가 잠들어 있다. 형제는 계단을 뛰어오르고, 낡은 가족사진 속에서 한 남자의 얼굴을 확인한다. “맞아, 저 사람이야.”
 

러시아 신인감독 안드레이 즈비아진세프의 <리턴>은 이렇게, 바닷 속으로 뛰어든 형과 뛰어들기를 거부한 동생의 대립, 12년만에 불쑥 가족을 찾아 온 아버지로부터 시작한다. 곧이어 아버지는 두 아들만 데리고 여행을 떠난다. 하지만 아버지의 행동은 수상하기 짝이 없다.

 

그는 미안해 하기는커녕 고압적이고 폭력적이다. 어딘가로 계속 전화를 걸고, 아이들에게 의아한 명령을 내리고, 따르지 않으면 손찌검을 한다. 초반 드러난 두 형제의 캐릭터는 속을 알 수 없는 검푸른 바다같은 아버지와 관계맺는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안드레이는 아버지의 명령에 순종하며 친해지려 애쓰지만, 이반은 아버지를 의심하며 반항한다. 이 과정에서 형제 사이에도 불협화음이 생긴다.

 

 

 

 

‘아버지는 12년 전에 왜 떠났던 걸까, 갑자기 나타난 이유는 뭘까, 뭐 하는 사람일까, 행동은 또 왜 그럴까? 두 아들을 데리고 왜, 어디로 가는 걸까?’

 

형제가 품은 이 많은 궁금증들은 관객들에게도 강렬한 호기심을 유발하며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여행의 종착지인 외딴 섬에서도 아버지의 미심쩍은 행동은 계속된다.

아버지는 낡은 오두막 바닥을 파헤쳐 여행의 목적처럼 보이는 작은 상자를 찾아낸 뒤 돌아갈 채비를 서두른다. 한 가지 더 보태지는 질문. ‘상자 안에는 도대체 무엇이 들어있는 걸까?’

 

<리턴>은 소란스럽지 않지만 아주 엉뚱하고 충격적인 결말을 던진다. 답이 주어지지 않음에도 풀리지 않음에도 충격과 함께 수면 아래로 가라앉고, 아버지를 둘러싼 형제의 갈등도 봉합된다. 형제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리턴>은 수많은 질문을 떠올리게 하고, 이를 통해 관객의 고삐를 틀어쥐고 영화를 끌고가면서도 끝까지 아무런 답도 주지 않는다. 하지만 관객은 ‘왜?’를 쫓아가면서 어느새 아버지와 두 아들의 여행기 한편을 보게 된다. 그 여행기에 담긴, 단순해 보이는 만큼 여백이 커서 되레 풍성할 수 있는 부자 관계의 묘사와 여행기 전체의 서사적 구성미가 ‘왜?’의 의문을 밀어내고 있음을 새삼 알게 된다. 한 외국 평론가의 말처럼 스릴러에서 시작해 비극적 우화로 끝나는, ‘우아한 단순성’의 포용력이 만만치 않다.

 

<리턴>은 신인 감독의 첫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제60회 베니스영화제(2003년)에서 황금사자상 등 5개 부문을 휩쓸었다. 1962년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가 <이반의 어린 시절>로 황금사자상을 받은지 40년 만에 러시아 영화에 돌아간 영광이었다. 또 전세계 각국에서 개봉돼 대중적으로도 호응을 받았다. 9월1일 서울 필름포럼에서 개봉한다.

전정윤 기자 ggum@hani.co.kr, 사진 위드시네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