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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산더의 리더십

Joyfule 2006. 9. 6. 01:53


알렉산더는 통합의 리더십’으로 세계를 정복했다 
20세에 왕이 됐고 문명세계의 90%를 통일했으며, 
33세의 나이로 요절한 역사상 가장 뛰어난 영웅, 
알렉산더 대왕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알렉산더(감독 올리버 스톤, 2004년)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장면은 기원전 331년 실제로 벌어졌던 이수스 평원의 전투다. 
4만의 마케도니아 군을 이끌고 20만이 넘는 페르시아 군을 무찌르는 장면인데, 
2억4000만 달러라는 사상 최대의 제작비를 쏟아 부은 
어마어마한 스케일이 화면 가득 채워진다. 
특히 이 장면은 알렉산더가 어떻게 대왕이란 칭호를 얻게 됐는지 
생생하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알렉산더가 나타나기 전까지 전투는 보통 양측의 군대가 
정면으로 맞부딪치는 형태였다. 
이는 병사 수가 많은 쪽이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소수의 병사로 대군을 상대해야 했던 알렉산더는 기병대를 늘려 
속도전을 통해 측면을 공격하는 방식을 택한다. 
기존에 기병과 보병의 비율이 1 대 10이었다면 알렉산더의 군대는 
기병대의 숫자를 1 대 6으로 늘렸다. 
영화의 장관은 알렉산더가 기병대를 직접 이끌고 쉴새없이 움직이면서 
수십만의 페르시아 군대를 흔들어 놓는 장면이다. 
아울러 대열이 흐트러진 사이를 직접 헤집고 들어가 적장인 다리우스를공격한다. 
다리우스가 군대의 중앙에서 전투를 지휘하는 역할에 머문다면 
알렉산더는 직접 적진에 들어가 육박전을 치른다. 
알렉산더는 지휘하는 리더가 아니라 전장의 최전선에서 
싸우고 부딪치는 현장형 리더라는 사실을 박진감 있게 보여준다. 
알렉산더는 20살에 왕이 된 이후 죽을 때까지 
그렇게 13년간의 삶을 전장에서 보낸다.
 영화는 또 그가 통합의 리더라는 점도 부각시킨다. 
거대한 영역을 통치하기 위해 그는 이민족 여인과 직접 결혼하고, 
문화 교류를 장려한다.
 이를 이해 못하는 사람들에게 “나의 주장에 동조하지 못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우월적 시각으로 다른 민족의 문화를 폄훼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결국 알렉산더가 세계 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속도전과 
통합의 리더십을 통한 것이었음을 보여 준다. 
영화 속 위기의 시작은 알렉산더와 참모, 
그리고 병사들이 공유했던 비전을 잃으면서 시작된다. 
알렉산더는 계속 원정여행을 하고 싶어 하지만, 병사들과 참모들은 모두 지쳤다. 
그들은 도무지 8년 동안에 350만km의 정복전쟁을 해야 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참모 중 한 명은 알렉산더에게 “살육에 탐닉하고 있으니 
이성을 찾으라”고 조언할 정도다. 
아울러 영화는 알렉산더가 폭력적인 아버지 필립,
 정치적인 야심가인 어머니 올림푸스 사이에서 인간적인 고뇌로 고통스러워하고, 
헤파이션이라는 전우이자, 생의 동반자(알렉산더가 
동성애자였다는 암시도 보여줌)의 죽음에 크게 상심하는 모습도 보여 준다. 
결국 영화는 제국의 정체성에 대한 혼돈, 성공신화 뒤에 오는 절망, 
개인적인 고민으로 흔들리는 리더의 모습을 통해 
제국의 붕괴를 암시하며 끝을 맺는다. 
박일한 기자(ilhan@er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