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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들의 침묵

Joyfule 2007. 2. 18. 01:25

 

 

 

 

FBI 수습요원 클라리스 스털링(Clarice Starling: 조디 포스터 분)은 어느 날 상관 크로포드(Jack Crawford: 스콧 글렌 분)로부터 살인 사건을 추적토록 명령받는다. 그 살인사건은 피해자가 모두 몸집이 비대한 여인들이고 피부가 도려내어져 있다는 엽기적인 사건이었다. '버팔로 빌'이라고 별명이 붙여진 살인범에 대한 아무런 단서를 잡지 못한 채 전전긍긍해 있었다.

 사건을 담당하고 있는 크로포드는 사건 해결에 결정적인 도움이 될만한 사람을 알고 있었는데, 바로 한니발 렉터 박사(Dr. Hannibal 'The Cannibal' Lecter: 안소니 홉킨스 분)였다. 살인자의 심리를 알기 위해 이 괴인 한니발 렉터 박사를 찾아가는 스털링에게 상관 크로 포드는 한니발은 남의 마음을 읽는 독심술의 대가이니 그의 수법에 휘말려들지 말라고 경고한다. 하니발 렉터는 일명 '카니발(식인종) 한니발'이라고 알려진 흉악범으로 죽인 사람의 살을 뜯어먹는 흉측한 수법으로 자기 환자 9명을 살해하고 정신 이상 범죄자 수감소에 수감 중이던 전직 정신과 의사였다. 팽팽한 신경전 속에의 첫 만남. 렉터는 스털링과 처음 만나자마자 스털링의 체취와 옷차림, 그리고 간단한 말 몇 마디로 그녀의 출신과 배경을 간파해 그녀를 놀라게한다. 그러나 내색 않고 계속 정중히 대하며, 명석한 두뇌로 침착하고 조리있게 주어진 상황을 분석하는 스털링에게 렉터는 호감을 보여 대화에 응하는데.

 [스포일러] 스털링은 대형방탄 유리를 두고 렉터와 대화를 해나가는 동안 공포감을 느끼면서도 탁월한 지식인의 완벽한 매너와 고상한 취미를 지닌 그에게 미묘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 한편, 살인자의 범행은 전국을 공포속에 몰아넣고, 이런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렉터는 자신의 수감생활을 편하게 해달라는 조건을 내세우며 수사당국의 조바심을 부추긴다. 테네시주 연방상원의원의 딸 캐더린이 납치되면서 수사당국은 빗발치는 항의를 받게 되고, 범인의 체포에 전국의 관심이 쏠리게된다. 결국 범인의 정체를 알게 해준다는 조건으로 렉터는 테네시주 멤피스로 호송되고, 스털링은 수사에서 제외된다. 절박해진 수사당국과 사건을 의뢰받은 수사요원, 그리고 이들을 자기 페이스로 교묘히 끌고가는 정신과 의사 렉터의 팽팽한 신경전 속에서도 점차 사건의 실마리는 하나씩 풀려나간다. 범죄심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있는 렉터의 날카로운 분석과 추리에 범인의 정체와 거처를 알 수 있는 단서가 잡히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렉터는 쉽사리 해답을 주질 않는다. 그리고 렉터는 후송경관의 안피(顔皮)를 벗겨내는 끔찍한 사건을 저지르면서 탈출에 성공한다.

 수사에서는 제외되었으나, 상원의원의 딸 캐더린을 죽기 전에 구출해야 된다는 집념에 사로잡힌 스털링은 홀로 수사를 계속하며, 렉터 박사와의 다급한 최종 대화에서 얻은 힌트로 범인의 은신처를 좁혀간다. 수사당국의 수색대가 허탕을 치고 있을 때 스털링은 범인의 집을 방문하고 집안을 날아다니는 나방을 목격, 진범을 확신한다. 범인은 스털링을 피해 집안으로 잠적해 버리고, 온통 애벌레와 나방들로 가득찬 범인의 은신처는 마치 지옥과도 같다. 결국 스털링은 숨막히는 범인과의 대결 끝에 범인을 살해하고, 무사히 캐더린을 구해낸다. 여성연쇄살인사건 해결 이후 훈련과정을 무사히 마친 스털링은 FBI로부터 졸업과 동시에 정식 수사관에 임명된다. 이때 렉터 박사로부터 축하의 전화를 받게 되는 스털링.

 

 

 

영화화가 불가능한 소설이란 평가를 받았던, 범죄 전문 기자 출신 토머스 해리스(Thomas Harris)의 원작을 바탕으로 컬트 영화의 거장 조나단 데미가 연출하고 조디 포스터와 안소니 홉킨스가 열연한 공포 스릴러. "10년에 한번 나올 만한 수작"이라는 평가와 함께 92년 아카데미 주요 5개 부문(작품, 감독, 남우주연, 여우주연, 각색상)을 석권해 이 해 가장 주목받는 영화가 되었다.

 식인, 피부 도려내기, 여장남자 등 기이한 소재와 복잡한 내용의 완성도 높은 이 작품은 스릴러물로는 의외로 당시 아카데미에서 빅 5라 불리는 주요 5개 부문 후보에 올라 하나도 놓치지 않고 모두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빈틈없는 각본과 냉철한 신참 FBI요원을 연기한 조디 포스터와 안소니 홉킨스의 상상을 초월하는 엽기적인 식인 살인마의 연기로 완벽한 구도를 이룬 고급 심리 스릴러물이다.

 인간사의 사소한 사건 또는 기억에서 사라진 과거의 흔적이 현재, 그리고 미래에까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가를 보여주고 있는 이 영화는 뭐니뭐니 해도 안소니 홉킨스의 소름끼치는 연기가 압권이다. 그가 연기한 한니발 렉터 박사가 뿜어내는 전율스런 눈빛은 관객들을 얼려버리기에 충분했으며, 그가 등장하는 장면마다 관객들은 긴장감에 휩싸이게 된다. 특히 조디 포스터와 안소니 홉킨스의 첫 대면에서 그녀의 냄새를 맡는 장면은 영화 사상 가장 고요한 동작으로 가장 오싹한 전율을 자아낸 연기로 평가되고 있다. 조디 포스터는 이 장면을 찍으면서 안소니 홉킨스의 눈빛에 겁이 났었다고 후에 고백을 하기도 했다.

 이번 영화는 <맨헌터> 이후에 일어나는 일이다. 두 영화 모두 몇몇 등장 인물들이 겹치지만 두 영화 모두에 출연하는 배우는 단 두 명이다. 하지만 두 배우 모두 각각의 영화에서 다른 배역을 맡게 되는데, 프랭키 페이슨(Frankie Faison)은 <맨헌터>에서 피스크(Fisk) 부서장을, <양들의 침묵>에서 바니(Barney)를 연기했고, 댄 버틀러(Dan Butler)는 <맨헌터>에서 FBI 지문 감식 전문가로, <양들의 침묵>에선 곤충학자로 각각 출연했다.

 한니발 렉터 역은 여러 사람에게 제안되었다. 우선 1986년의 <맨헌터>에서 그 역을 맡았던 브라이언 칵스가 있었고, 또 진 해크만은 한니발 렉터 역과 감독을 맡을 계획도 있었다. 또 로버트 듀발 역시 한니발 렉터 역으로 고려되어었고, 제레미 아이언스는 제안 받았을 때 거절했다. 한편 여주인공의 경우, 조나단 드미 감독이 연출직을 넘겨 받았을 때 그는 클라리스 역을 미쉘 파이퍼와 멕 라이언에게 제안했었다.

 많은 부분의 촬영은 피츠버그에서 이루어졌다. 이 도시는 매우 다양한 배경과 건축물들이 있어서 나라 안의 여러 장소를 표현하는데 적합했다고 한다. 건물 내부는 피츠버그의 한 버려진 공장에 세워져 촬영되었다. 한편, 영화에 등장하는 '담배 뿔 나방(tobacco horn worm moth)'는 제작자에 의해 귀빈 대접을 받았다. 특별히 마련된 운반기에 담겨서 일등칸에 모셔져 날랐으며, 알맞게 조절된 습도와 열기를 갖춘 방에서 살았고, 색칠된 의상이 입혀졌다고.

 이 영화는 아카데미에서 작품, 감독, 남우주연, 여우주연, 각본상 등 주요 5개 부문을 휩쓴 세 번째 영화가 되었다. 이전 두 편의 영화는 프랭크 카프라의 <어느 날 밤에 생긴 일>(34)<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75)이다.

 스콧 글렌이 맡은 잭 크로포드는 탐정인 존 더글라스라는 실존 인물을 바탕으로 한 것인데, 더글라스는 글렌을 코치해 주었다고 한다. 또 브룩 스미스는 캐더린 마틴 역을 위해 25파운드(약 11kg)을 찌웠다고 한다. 한편, 이 영화에는 최소 6명의 감독들이 출연한다. 일단 조디 포스터, 안소니 홉킨스, 카시 레몬스, 로저 코맨(FBI 국장역), 댄 버틀러, 조지 로메로(카메오) 등이다. 이 영화의 감독인 조나단 드미도 영화 끝 부분에 파란색 모자를 쓰고 카메오 출연한다.

 한니발 렉터는 연쇄 살인번 앨버트 피시에 영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버팔로 빌은 실존하는 세 명의 연쇄 살인마를 조합해 낸 것이다. 에드 게인(Ed Gein)은 희생양의 가죽을 벗겨낸 장본인이고, 테드 번디(Ted Bundy)는 여성들을 자신의 밴에 밀어 넣기 위해 한 손을 깁스 했었으며, 게리 하이드닉(Gary Heidnick)은 납치해 온 여성을 자신의 지하에 있는 구덩이에 감금해 두었었다.

 클라리스 스탈링(조디 포스터)이 렉터와 처음 만났을 때 렉터는 그의 감방 벽에 있는 그림을 이탈리아 플로렌스의 '벨비디어에서 바라 본 두오모'로 묘사했다. 스탈링은 나중에 버팔로 빌이 오하이오의 벨비디어에 사는 것을 알게 된다. 즉 렉터는 사실 클라리스와의 첫 만남에서 버팔로 빌의 위치를 알려 준 것.

 조나단 드미가 렉터와 클라리스가 처음 만나는 장면을 찍을 때, 안소니 홉킨스는 카메라가 그의 시선으로 회전하면 똑바로 바라봐야 했다. 그는 마치 렉터가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으로 묘사되어야 하는 것으로 느꼈다고 한다.

 안소니 홉킨스는 한니발 렉터의 목소리를 트루만 카포테(Truman Capote)와 캐더린 헵번 목소리의 조합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한니발 렉터의 빠르고 껄떡거리는 소리를 만들어냈는데, 이것은 그가 세트 안에서 자발적으로 만들어낸 것이라고 한다. 감독 조나단 드미는 이것에 불쾌해 했는데, 모든 사람들이 이것에 대해 굉장히 좋은 반응을 보이자 드미는 짜증낸 것을 부인했다고.

 전편 <맨헌터>를 제작했던 디노 드 로렌티스는 영화가 망하자 이 영화의 판권을 오라이온 픽처스에 무상으로 넘겨 버렸다. 하지만 이번 속편이 흥행에 크게 성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재정적으로 위기에 처해있는 오라이언 영화사를 구하지 못했는데, 이미 영화사가 영화에 대한 배급과 제작을 금지 당했기 때문이었다.

 재미있는 사실들. 한니발 렉터의 임시 감방에는 'Bon Appetit(유명한 요리잡지)'라는 책이 보인다. / <양들의 침묵> 원작자인 토마스 해리스는 자신의 집필에 영향을 끼칠까봐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고 한다. / 이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한니발 감방 씬을 보면 카메라 시점에 바뀌어도 한니발과 클라리스가 각각 유리에 비친 반사 등을 이용하여 항상 두 사람이 모두 화면에 나온다. / 이 영화의 포스터는 아주 기괴하다. 자세히 보면 포스터에 나오는 나비에는 중간에 해골 모양이 보인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최소 3명의 벗은 여인들도 구성되어 있다. / 희생자와 살인마 역의 브룩 스미스(캐더린 마틴)와 테드 레빈(버팔로 빌)은 실상 세트에선 매우 친했다고 한다. 그래서 조디 포스터는 브룩 스미스를 '패티 허스트(Patty Hearst: 자신을 납치한 납치범과 사랑에 빠지는 여인을 일컫는 말)'라고 불렀다고 한다.

 옥의 티. 이 영화에서 사용된 거의 모든 차량은 피츠버그시에 등록된 검사 딱지를 앞 유리에 붙이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장소적 배경은 대부분의 촬영이 피츠버그에서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그 곳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 클라리스는 버지니아 대학에서 범죄학과 심리학을 전공한 것으로 나오는데, 그 대학에는 범죄학이 개설된 적이 없다. / 법의학 전문가에 의하면 부검 장면에서 최소 8가지 이상의 착오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는 희생자 손톱 아래의 증거를 채취하지도 않은 채 지문을 찍어 낸 것은 문제가 있다고 한다. 왜냐면 지문을 찍기 위해 칠해진 잉크가 증거를 없애 버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정도 상태의 시신에서는 지문을 얻어 낼 수도 없다고 한다. 그리고 또 한가지는 검시관도 없이 수사관들이 계속 조사를 하는데, 만약 이것이 실제였다면 그들 모두 직업을 잃게 되는 것은 물론 형사상 고소를 당할 수도 있다고. / 이 영화가 이탈리아어로 번역되었을 때 테이트 수사관이 보고 하는 대사가 "두 명의 경관이 사살되었다(Two officers down.)."에서 "두 경관이 아래층에 있다(Two officers downstairs.)."로 바뀌어졌다고 한다. / 클라리스가 지하실을 검사하는 장면에서 처음 다가서는 문은 경첩이 왼쪽에 붙어 있었고, 그녀를 향해 열렸는데, 그녀가 문을 연 다음에는 그 문은 경첩이 오른쪽에 있었고 그녀 앞 방향으로 열리게 되어 있었다. / 한니발 렉터가 말한 라틴어 'quid pro quo'는 영어로 'something for something'라고 하는데 풀이하면 영화에서처럼 '내가 너에게 무언가를 주면 너도 나에게 뭔가를 주어야 한다.'라는 뜻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