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성을 위한 ━━/에세이

엄상익 변호사 에세이 - JMS의 기억1

Joyfule 2023. 7. 26. 19:41





  엄상익 변호사 에세이 - JMS의 기억1



이천사년 싸늘한 냉기가 돌던 봄날 저녁이었다. 텔레비전에서 여덟시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남자 앵커가 방송인 특유의 높은 톤으로 빠르게 말하고 있었다.

“한 신흥 종교단체에서 탈퇴하려 했던 이십대 여성이 납치당했습니다. 이 여성은 겁에 질려 있으면서도 종교단체에서 겪은 일을 조심스럽게 털어놨습니다. 대전방송 김상기 기자의 보도입니다.”

잠시 후 마이크를 든 기자의 모습이 보이고 뒤에는 산자락 아래 웅장한 전각이 들어서 있는 JMS의 본부가 있었다. 기자의 말이 흘러나왔다.

“어젯밤 아홉시쯤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으슥한 골목길에서 이십대의 여성이 승합차로 납치되어 사라졌습니다. 그 행선지는 종교집단의 본부였습니다. 납치된 황양은 전치 3주의 폭행을 당했습니다. 여기는 황양이 있던 종교단체의 성전입니다. 황양은 이곳에서 머물면서 종교를 믿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교주의 기이한 행동에 염증을 느껴 탈퇴를 결행했고 갖은 회유와 협박에 시달려온 끝에 납치를 당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납치극을 벌인 신흥종교집단은 본부 안에 백 명이 넘는 여신도를 거주시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 며칠 후 그 종교단체의 내부를 폭로하는 시사프로그램이 화면에 나오고 있었다. 수십명의 여자들이 황홀경에 빠져 춤을 추고 있었다. 그 여자들 사이에서 눈부실 정도의 하얀 양복을 입은 남자 한 명이 신이 들린 듯 몸을 흔들고 있었다. 이어서 하얀 옷을 입은 남자가 수천명의 신도 앞에서 손을 흔드는 모습이 나타났다. 그 집단을 폭로하는 신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우리를 죽일지도 몰라요. 교주는 성전에 있는 여자들을 강간했어요. 그리고 그 사실을 폭로하면 가만히 두지 않아요.”

섬뜩한 느낌의 화면들이 이어진 후 시사프로그램의 사회자가 나와서 긴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방송이 나가면서부터 지금 방송국 전체의 업무가 마비되고 있습니다. 교주의 광신도들이 방송국을 침입해서 난동을 부리고 있습니다.”



그 며칠 후 고교 동창인 곽교수가 누런 서류봉투를 들고 나의 법률사무소를 찾아왔다. 고등학교 시절 하숙을 같이 했던 친구다. 그가 사무실의 책상 앞 의자에 앉자마자 입을 열었다.

“사교 집단에서 내 제자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어. 제자는 박사과정에 있는 대학원생인데 분노로 완전히 돌아버렸어. 제자가 먼저 사건을 맡겼던 젊은 변호사가 있는데 그 변호사도 사교 집단에게 완전히 당해 버렸어. 그리고 현실적으로 수사기관이나 언론에서 모두 종교쪽은 손을 대지 않으려고 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야”

그렇게 말하면서 곽 교수는 가지고 온 서류봉투를 주면서 덧붙였다.

“여기에 있는 자료들을 먼저 봐 줘.”

곽교수가 돌아간 후 나는 그가 남긴 서류봉투를 열었다. 디스크와 언론기사 그리고 다양한 자료들이 들어 있었다. 그중에 일본 자료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일본의 시사주간지 ‘포커스’는 이라는 큰 제목과 그 아래 작은 제목으로 이라고 하면서 이런 내용의 기사를 보도했다.


“그 집단은 처음에는 미녀 여대생만을 유혹했던 것 같습니다. 영적인 성장을 추구한다는 유혹에 성실한 학생일수록 유혹에 잘 넘어간 것 같아요. 교리는 기독교 계통으로 M이라는 한국인 교주를 ‘메시아의 재림’으로 보는 거죠. 그는 성서를 독자적으로 해석해서 독자적인 커리큘럼을 만들고 그것을 기본적인 교리로 신자들을 철저히 세뇌 시키는 겁니다. 일본인 신자 중에는 M의 명령으로 서울로 불려가 성적인 관계를 강요받은 사람도 있습니다. 문제는 그런 정보가 말단 신자에게는 전혀 알려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나도 처음에는 교주가 그 나이까지 미혼이고 동정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이 컬트 집단에서 탈퇴한 신자나 그들의 가족과 상담을 해 온 다찌가와 교회의 아이다와 목사는 이렇게 말한다.

“문제는 권유하는 방법이 사기성을 띠고 있다는 것입니다. 컬트집단이라는 걸 숨기고 영어 회화등으로 유혹해서 교리를 가르칩니다. 그 과정에서 마인드 콘트롤을 사용하고 있죠. 어쨌든 대학에 입학한 신입생들을 조심해야 합니다.”

일본의 저널리스트인 나카무라는 일본에 퍼지는 한국의 컬트집단 종교를 추적해서 이런 내용을 발표했다.

‘천구백삼십년대의 조선에서는 신비주의적 신흥종교가 속속 등장했다. 그중 ‘피나눔교’라는 종파가 있었다. 그들은 신과 영적으로 하나가 된다는 것은 남녀가 하는 섹스의 경지와 일치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여성 신도가 교주와 섹스를 하기 이전에는 다른 남자와의 접촉을 금지했다. 개인적으로 섹스 전도를 했던 교주가 집단결혼식으로 처음으로 의식화했다. 사람 수가 늘어나자 교주 혼자서 모든 여성을 감당해 낼 수가 없자 그 방법을 바꾸었다. 집단결혼식에 참가한 여신도의 손을 교주가 잡아줌으로써 섹스 대용 행위를 암시하게 했던 것이다.’

일본은 우리보다 치밀하게 JMS에 대해 분석하고 있었다. 자료속에는 피해여성의 아버지가 쓴 이런 내용의 진정서도 있었다.



검찰이 교주에 대한 수사를 하고 변호사인 나는 그 교주를 상대로 그의 불법행위에 대한 법적인 배상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었다.

당시 교주는 추종자들에게 ‘무덤기간’이라는 것을 말했었다. 자신이 세상에서 핍박을 받아 감옥살이를 하다가 다시 일어나 교단을 부흥시킬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교주는 십년이 넘는 감옥생활을 했다. 그리고 그 교단을 다시 일으켜 세운 것 같았다.

지난해 그 교단의 신세대 신도가 된 여성 몇 명이 나의 법률사무소를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들은 교주의 여신도 성추행을 믿지 않는 것 같았다. 그 집단 내부의 따뜻함이나 도덕성과 엄격한 수행 생활을 보면 도저히 믿을 수 없다고 했다. 그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여성들인 것 같았다. 이십년 만에 그들은 수채가의 독초처럼 다시 자라 올랐고 다시 제초제가 뿌려졌다. 넷플릭스에서 방영한 ‘나는 신이다’라는 프로가 그것이었다. 그 교주의 반복된 성추행이 사회적으로 뜨거운 이슈가 되고 있다.

넷플릭스의 프로그램 첫 장면에서 나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들어보니까 내가 법정에서 교주의 추행을 증인을 통해 증명하고 있는 순간이었다. 이번의 프로그램은 당시 대학원생이던 사람이 투쟁 끝에 눈물 어린 성과를 이루어낸 것 같았다. 그가 아니면 교주의 행위는 음습한 그늘에서 한없이 이어져 수많은 영혼을 파괴했을 것이 분명하다. 교주에 대한 그의 분노와 증오 그리고 복수심이 승리를 이끌어 낸 것 같았다. 언론이 내가 겪은 체험을 요구하고 있다. 그들의 내막을 일부 말했다가 중지한 적이 있다. 그들의 폭력성과 모략 공작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번기회에 변호사의 입장과 시각에서 경험했던 것들을 얘기하는 조연 역할 정도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종교가 뭔지 잘 모르겠다. 기성의 종교집단들도 포장만 정통일 뿐 그 내막은 컬트집단과 다르지 않은 경우도 많이 봤다. 왜 그들은 신의 모습으로 위장해 인간을 영혼을 갈기갈기 찢어버리는지 나는 알 수 없었다. 청록색 안개 낀 기억의 저편에 있는 그 사건을 떠올리며 틈나는 대로 작은 글로 보충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