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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末 전도된 '화교 간첩 사건'

Joyfule 2014. 2. 27.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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本末 전도된 '화교 간첩 사건'

 조선 2014.02.26 05:41
강철환 조선일보 객원기자·북한전략센터 대표 사진
강철환 조선일보 객원기자·북한전략센터 대표

 

탈북자 출신 서울시 공무원 유모씨 간첩 사건으로 나라가 시끄럽다. 탈북자 리스트를 관리하는 서울시 공무원이 간첩이라는 소식을 듣고 많은 탈북자가 불안에 떨어야 했다. 하지만 더 충격적인 사실은 그가 탈북자가 아니라 중국인(북한 거주 화교)이었다는 사실이다. 어떻게 화교(華僑)가 탈북자로 위장해 서울시 공무원까지 됐는지 그 과정이 더 의혹투성이다.

탈북자들은 한국에 입국하면 정보기관의 합동 조사를 받는다. 황장엽씨를 암살하기 위해 탈북자로 위장해 침투했던 북한 정찰총국 소속 공작원도 합동 조사에서 신분이 드러났다. 그만큼 합동 조사에서 웬만한 거짓말은 통과되기 쉽지 않다. 그런데 유씨는 중국인인데도 신분을 완전히 속이는 데 성공했다. 합동 조사에서 통과될 정도면 치밀하게 무엇인가를 준비했다는 이야기다.

유씨는 탈북자로 위장해 대한민국이 제공하는 임대아파트와 정착 지원금을 받았다. 그리고 명문대에 입학해 돈 한 푼 안 내고 졸업했고 대학원까지 다녔다. 그는 대한민국을 속였고 탈북자에게 돌아가야 할 국민 세금을 가로챈 사기 범죄자다. 그가 간첩이냐 아니냐를 따지기 전에 피해를 입은 것은 유씨가 아니라 대한민국 정부와 국민, 탈북자들이다.

그런 그가 간첩 혐의를 받고 있다. 자신은 간첩이 아니고 국정원이 증거를 조작해 억울하게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는 남한에서는 대한민국 국민이고 중국에 가면 중국인이 된다. 또 화교이기 때문에 북한도 드나들 수 있다. 그가 한국 국적을 취득한 이후 한 번이라도 북한을 드나든 흔적이 있다면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아무리 화교라고 해도 북한의 허락 없이 한국 국적을 얻고 다시 북한에 갔다면 북한의 정보기관이 가만 놔둘 리 없다. 따라서 그의 모든 행동은 정상적이라고 말할 수 없다.

요즘 탈북자로 위장한 간첩이 창궐하고 있다. 그들은 예전에 노동당 소속 정예 요원으로 구성된 간첩과는 달리 국내 주민 감시를 총괄하는 국가보위부의 지령으로 움직이고 있다. 보위부는 한국 내 탈북자와 중국 거주 북한 주민을 추적하기 위한 대외 활동을 강화했다. 그중 일부를 매수해 탈북자 정보를 캐내기 위해 혈안이 돼 있고, 북한에 있는 가족을 인질로 잡고 간첩질을 강요한다. 북한 인민의 일부가 한국에 흘러들었고 이들이 북한과 연계되면서 대한민국 체제 수호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씨 사건이 터졌다. 중국인인 그는 탈북자인 것처럼 위장해 한국 정부를 속였고, 한국 국적을 얻은 뒤에도 북한을 드나들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가 무슨 목적으로 신분을 세탁했는지, 북한에 어떻게 들어갈 수 있었는지, 북한에서 어떤 활동을 했는지 의심해보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도 유씨 변호인들은 그의 주장만 옳고 국정원이 모든 것을 조작한 것처럼 몰아가고 있다. 야당도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아무리 국정원이 밉더라도 야당과 유씨 변호인들은 그를 두둔하기 전에 그의 말이 정말 신뢰가 가는지부터 따져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