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편지 - 임보
은사시나무들도
그들의 마지막 혈관을 뽑아
내일 떨쳐 버릴 여린 잎들을
저리도 곱게 치장하는구나
나도 이제껏
내 기억의 깊은 골방 속에
감추고 감추었던 푸른 추억들을
하나씩 끌어 올려
황금빛 치마를 입힐가 보다
이 땅이 서럽다고
바다 넘어 어느 먼 낯선 나라로
구름처럼 훌쩍 떠나간
눈이 큰 친구여
문득 밤을 새워 그대에게
긴 편지를 쓰노니
기러기야
하늘 뚫는 청둥기러기야
나도 가을이면
지상을 박차고 떠오른
한 마리 철새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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