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김영철과의 대화, 국민도 최소한은 알아야 한다
입력 : 2018.02.28 03:20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27일 돌아갔다. 사흘 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서훈 국정원장,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이 그를 만났다. 그러나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는지 사실상 아무것도 밝히지 않았다. "비핵화 관련 대화가 있었다" "북한도 미국과 대화할 용의를 밝혔다"는 비공식 발표 정도다. 통일부 발표는 "남북 관계 개선 및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계속 노력하기로 했다"는 게 전부다. 야당에서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와 정보위원회를 열고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과 서훈 원장 등 출석을 요구했지만 여당 거부로 무산됐다. 사실상 대화 내용 전체를 비밀에 부치고 있는 것이다.
외교 활동, 안보 협상 같은 사안을 모두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북핵은 일반적인 외교·안보 문제가 아니다. 5200만 국민 생사(生死), 나라와 민족의 장래가 걸려 있다. 자칫 생각지도 못한 사태가 닥칠 수 있다. '정부가 알아서 할 테니 알려 하지 말라'고 할 사안이 아니다. 정부가 가진 비핵화 로드맵에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문 대통령은 작년 8월 방미(訪美) 당시 '핵 동결→핵 폐기 진행→완전 폐기'의 3단계 해법을 제시하면서 "각 단계마다 한·미가 무엇인가 (북한에) 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과거 20년간 실패했던 방식이다. 동결 발표만 믿고 제재를 풀고 지원까지 해줬지만 북한은 이를 이용해 핵과 미사일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게다가 작년 8월 이후 역대 최대 규모 6차 핵실험에 성공했고,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미사일(ICBM)도 시험 발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동결'이란 '인정'의 또 다른 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26일 류옌둥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만나 "미국은 대화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번에 북한 대표단에 기존보다 문턱을 더 낮춰서 제안한 것 아닌가.
미국 등 국제사회와 조율된 내용으로 만났는지도 의문이다. 문 대통령이 '문턱을 낮추라'고 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주지사들과 만나 "오직 올바른 조건(right condition) 아래서만 북한과 대화하겠다"고 했다. 과거 미국 대통령들을 한 명씩 비판하며 "25년 동안 아무 일도 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한·미 대통령이 같은 날 반대 방향을 가리킨 것이다. 백악관 대변인이 이날 "한·미는 빛 샐 틈 없는 공조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동시에 "어떤 논의도 비핵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한 말은 '빛 샐 틈 없이 공조해달라'는 요구로 들린다.
정부는 천안함 폭침으로 우리 장병 46명을 죽이고 구조 과정에서 다시 10명이 희생되게 한 주범을 '평화 사절단' 대표로 받아들여 국빈 대접을 했다. 같은 날 대한민국 안보를 지킨 전직 국방장관들은 정치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끝날 줄 모르는 집요한 수사다. 이 역설적인 풍경을 보는 국민은 정부가 북한과 어떤 협상을 벌이고 있느냐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중요한 건 대화 자체가 아니라 '어떤 대화'냐이다. 북이 핵보유국을 인정받으려고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것이라면 안 하는 것보다 나을 게 없다. 핵·미사일 실험 동결 역시 '폐기'까지 몇 년이 걸리는 것이라면 과거 속임수의 반복일 뿐이다. 우리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엄청난 대가가 요구됐을 수도 있다. 국민 생사가 걸린 문제다. 정부는 북한에 어떤 내용을 제안했으며 북한은 어떤 입장을 보였는지를 그 대강이라도 밝히기 바란다.
외교 활동, 안보 협상 같은 사안을 모두 구체적으로 공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북핵은 일반적인 외교·안보 문제가 아니다. 5200만 국민 생사(生死), 나라와 민족의 장래가 걸려 있다. 자칫 생각지도 못한 사태가 닥칠 수 있다. '정부가 알아서 할 테니 알려 하지 말라'고 할 사안이 아니다. 정부가 가진 비핵화 로드맵에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문 대통령은 작년 8월 방미(訪美) 당시 '핵 동결→핵 폐기 진행→완전 폐기'의 3단계 해법을 제시하면서 "각 단계마다 한·미가 무엇인가 (북한에) 줘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과거 20년간 실패했던 방식이다. 동결 발표만 믿고 제재를 풀고 지원까지 해줬지만 북한은 이를 이용해 핵과 미사일 완성 단계에 이르렀다. 게다가 작년 8월 이후 역대 최대 규모 6차 핵실험에 성공했고,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미사일(ICBM)도 시험 발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동결'이란 '인정'의 또 다른 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26일 류옌둥 중국 국무원 부총리를 만나 "미국은 대화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번에 북한 대표단에 기존보다 문턱을 더 낮춰서 제안한 것 아닌가.
미국 등 국제사회와 조율된 내용으로 만났는지도 의문이다. 문 대통령이 '문턱을 낮추라'고 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주지사들과 만나 "오직 올바른 조건(right condition) 아래서만 북한과 대화하겠다"고 했다. 과거 미국 대통령들을 한 명씩 비판하며 "25년 동안 아무 일도 되지 않았다"고도 했다. 한·미 대통령이 같은 날 반대 방향을 가리킨 것이다. 백악관 대변인이 이날 "한·미는 빛 샐 틈 없는 공조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동시에 "어떤 논의도 비핵화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한 말은 '빛 샐 틈 없이 공조해달라'는 요구로 들린다.
정부는 천안함 폭침으로 우리 장병 46명을 죽이고 구조 과정에서 다시 10명이 희생되게 한 주범을 '평화 사절단' 대표로 받아들여 국빈 대접을 했다. 같은 날 대한민국 안보를 지킨 전직 국방장관들은 정치 사건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끝날 줄 모르는 집요한 수사다. 이 역설적인 풍경을 보는 국민은 정부가 북한과 어떤 협상을 벌이고 있느냐는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중요한 건 대화 자체가 아니라 '어떤 대화'냐이다. 북이 핵보유국을 인정받으려고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것이라면 안 하는 것보다 나을 게 없다. 핵·미사일 실험 동결 역시 '폐기'까지 몇 년이 걸리는 것이라면 과거 속임수의 반복일 뿐이다. 우리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엄청난 대가가 요구됐을 수도 있다. 국민 생사가 걸린 문제다. 정부는 북한에 어떤 내용을 제안했으며 북한은 어떤 입장을 보였는지를 그 대강이라도 밝히기 바란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27/2018022702978.html
워커힐호텔 두 곳서 지낸 김영철의 숙식비 계산해보니
입력 : 2018.02.28 15:43 | 수정 : 2018.02.28 15:44
‘과잉의전’ 논란을 일으킨 북한 김영철 일행(8명)의 2박3일 방남 일정의 총 비용은 얼마나 될까.
정부는 현재 김영철 일행에 들어간 경비를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측 인사들의 방남 비용은 일반적으로는 다른 단체에서 일단 계산하고 정부예산으로 ‘사후정산’한다”며 “아직 남북 실무회담이 남아있고 평창 동계 패럴림픽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김영철 일행 방남 비용은 추후 정산할 계획”이라고 했다.
디지털편집국 기동팀이 이들의 일정을 근거로 비용을 추산해봤다.
정부는 현재 김영철 일행에 들어간 경비를 아직 밝히지 않고 있다. 통일부 관계자는 “북측 인사들의 방남 비용은 일반적으로는 다른 단체에서 일단 계산하고 정부예산으로 ‘사후정산’한다”며 “아직 남북 실무회담이 남아있고 평창 동계 패럴림픽이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김영철 일행 방남 비용은 추후 정산할 계획”이라고 했다.
디지털편집국 기동팀이 이들의 일정을 근거로 비용을 추산해봤다.
◇숙박/워커힐 애시톤 하우스, 본관 17층 숙소 두곳 빌려
김영철 일행은 서울 광진구 워커힐 호텔 내 두 곳을 제공받았다.
호텔 측에 따르면 북한 고위급대표단은 방남 첫날인 25일에는 별채인 ‘애스톤 하우스에 묵었다. 애스톤 하우스는 1박에 1500만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금과 봉사료를 포함하면 1815만원이다. 이 곳은 발렌티노 같은 명품 신제품 행사가 열리고, 김희선 등 연예인이 결혼식을 올린 곳이다. 워커힐 호텔 본관 윗쪽 아차산 언덕에 위치한 애스톤 하우스는 복층 빌라 형식으로 앞마당에서는 한강이 보인다. 독채형식으로 일반인 접근이 어려운데다 프라이버시를 지킬 수 있어 ‘소규모 모임’장소로 애용되기도 한다.
워커힐호텔 17층은 25~27일 2박3일간 통째로 빌렸다. 17층에는 7개의 객실이 있는데 모두 스위트룸 이상이다. 워커힐 호텔이 공시한 요금표에 따르면 이 층에는 프레지덴셜 스위트룸(700만원), 프리미어 스위트(500만원), 로열 스위트(220만원)가 하나씩 있고, 그랜드 스위트(110만원)는 4실이 있다. 최고급 방인 ‘프레지덴셜 스위트룸’에는 침실, 거실과 집무실이 마련돼있다. 호텔 관계자는 “17층을 ‘전세’ 냈을 경우 세금과 봉사료를 포함해 2박에 약 4500만원이 든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애스톤 하우스 1박 요금(1815만원)까지 합하면 모두 6315만원에 이른다.
물론 실제 비용은 이 보다 덜 들었을 가능성도 있다. 통상 정부 행사로 빌릴 경우 ‘할인’을 해주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워커힐호텔 홍보실은 “호텔 요금도 극비사항이라 홍보실도 알수가 없다”고 했다.
◇교통/특별열차 덕소에 배치
김영철 일행은 25일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에 참석했다. 이를 위해 우리 측은 경의중앙선 덕소역에 임시편성 KTX열차를 배치했다. 덕소역은 KTX가 정차하지 않지만 김영철 일행의 편의를 위해 평창(진부역)까지 임시로 운영한 것이다.
코레일에 따르면 8명의 북한일행은 열차의 3량(142석)을 사용했다. 이들 좌석의 편도요금은 약 340만원. 돌아오는 상행선도 임시편성 KTX열차를 탔기 때문에 이날 왕복요금은 680만원이다. 김영철이 탄 검은색 제네시스 EQ900은 정부소유차량으로 비용 계산에 넣지 않았다.
◇식사/김영철, 5끼니 호텔에서 해결
김영철 일행은 방남 이후 우리 땅에서 6끼를 해결했다. 이 중 5끼는 워커힐 호텔에서 했다. 본지 취재팀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김영철 일행은 26일 오전 9시 워커힐 호텔에 1700호에 모여서 아침을 먹었고, 이날 호텔 중식당 ‘금룡’에서 우리 정부 관료들과 오찬을 가졌다. 김영철 등은 16층 라운지에 모여 저녁을 먹었다.
26일 오찬을 제외하고는 주로 룸서비스를 이용해 음식을 주문했다. 룸서비스에는 세트·코스메뉴가 없고 갈비탕 같은 4만원대 단품메뉴가 대부분이었다. 음료 등을 시키지 않은 최소한의 식비는 192만원 정도로 추정된다.
◇김여정은 2억4000만원 비용 들어
북한 인사의 방남에 드는 비용은 통일부 예산이나 남북협력기금으로 충당한다. 김정은 동생 김여정이 방남 당시에는 통일부 일반예산으로 이들의 여비를 댔다. 지난 9~11일 사이 김여정 등 북측 고위급 대표단 22명은 워커힐 호텔을 이용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약 2억4000만원(숙박비 1억3000만원·교통비 5000만원·식비 5000만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지난달 21~22일 현송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장이 이끄는 사전점검단(8명)의 방남 때는 2700만원이 든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이들은 서울~강릉역 KTX 열차를 임시 편성했 고, 전세버스도 대절했다. 이 비용은 남북협력기금에서 집행됐다. 김영철 일행까지 방남 비용을 모두 더하면 3억 3887만원으로 추산된다.
1인 1박 비용 기준으로는 김여정 일행이 약 364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김영철 일행 299만원(추정), 현송월 일행 169만원 순이었다. 현송월은 상대적으로 숙박비가 저렴한 강릉 스카이베이 경포호텔에 묵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8/02/28/20180228017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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