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기쁨..중에서 - 피에르 신부
내가 여덟 살쯤 되었을 때의 일이다.
하루는 몰래 잼을 훔쳐 먹었다.
잼이 없어진 사실이 발각되었을 때
형 중의 한 명이 의심을 받았는데도
나는 자수해서 형의 결백을 밝히지 않았다.
결국 범인이 나라는 것이 밝혀져 나는 벌을 받았다.
"벌로서 너는 가족파티에 참석하지 못한다."
아주 부자여서 기막힌 장난감들이 넘쳐나는
친척집에서 모이는 파티였다.
저녁이 되어 가족들이 돌아왔을 때 형이 내게로 달려오더니
신이 나서 말했다.
"진짜 신났어. 기막힌 장난감도 있고..."
그 말에 빈정대며 응수하던 내 목소리가
마치 오늘 아침에 일어난 일인양 지금도 귀에 쟁쟁하다.
"좋으면 뭐 해. 내가 안 갔는데?"
그렇게 말한 뒤 나는 등을 돌리고 나와 버렸다.
잠시 후 아버지께서 오셔서 내 손을 잡고는
야단을 치지도 벌을 주지도 않고 나를 방으로 데려가시더니
근심어린 표정으로 그저 이렇게 말씀하셨다.
"네가 좀 전에 형에게 한 말을 들었다.
그런 끔찍한 말이 어디있느냐. 너는 너밖에 모르느냐?
너는 다른 사람이 행복해 하는 걸 보고
기뻐해 줄 줄 모른단 말이냐?"
그 말을 듣자 나는 마치 순식간에 한 세계가 무너지고
다른 세계가 그 자리를 대체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내가 어두운 방에 있는데 갑자기 거센 바람이 불어와
덧문과 창문을 열어젖히는 바람에
새로운 지평선을 보게 된 것만 같았다.
아버지의 슬픔과 근심에서
나는 사랑과 선의와 분배라는 새로운 차원의 현실을 보았다.
'네가 행복하면 나도 행복하고
네가 고통받으면 나도 고통받는다.' 라는
진리를 발견한 것이다.
이 일은 내 마음속 깊이 각인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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