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 마디 실수로 평생 교수직을 떠난
Coleman Silk교수의 일생을 다룬
영화 "Human Stain"
빌 클린턴 대통령과 모니카 르윈스키의 섹스 스캔들로 떠들석한 1998년 미국. 메사추세츠 아테나(Athena) 대학의 고전문학 교수 '콜만 실크'는 강의 도중 사용한 말 한마디(spook)로 인종차별의 논란에 휩싸인다.
저명한 지식인이자 존경 받는 학자였던 콜만은 따가운 비난을 받게 되고 학교측은 그에 대한 징계를 결정한다. 설상가상으로 사랑하는 아내마저 심장마비로 죽자, 콜만은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빠져든다.
실의에 빠져 지내던 콜만은 어느 날 젊고 아름다운 여인, '퍼니아'를 우연히 만난다. 처음 본 순간부터 그녀의 신비한 매력에 빠진 콜만은 그녀의 유혹에 강한 애욕에 사로잡혀 격정적인 사랑을 나누게 되고 위태로운 관계를 지속한다. 나이와 신분의 격차에도 불구하고 서로의 육체를 탐닉하게 된 콜만과 퍼니아. 그들의 관계가 점차 주위에 알려지면서 콜만은 사회로부터 차가운 냉대를 받게 된다.
평생동안 쌓아 온 모든 것으로부터 철저히 소외된 콜만은 퍼니아와의 욕정에 더욱 집착하게 된다. 어느날 그녀에게 위험한 과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지만, 자신 또한 치명적인 과거를 있음을 말한다. 동병상연의 사랑이 그들을 더욱 사랑하게 한다. 이런 그들을 세인들은 이해하려 하지도 않지만 잘못된 것이라 얘기한다. 어찌보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들의 상처를 알지 못하기에. 눈이 그득하게 온 날 단순한 차량사고로 그들은 죽는다.
콜만은 첫 사랑에 실패한다. 서로 원했지만 연인은 콜만이 겉은 백인이지만 흑인의 피가 흐른다는 것을 알고 괴로워하며 떠난다. 그는 그것을 자신의 치명적인 약점이라 여기며 가족과 연을 끊는다. 자유를 얻고자 스스로 감옥에 갇히는 선택을 한다. 강의 도중 한 '스쿠프'란 인종차별적 이중 언어로 그동안 대학교수이자 학장으로 쌓아온 명망을 잃는다.
흑인의 피가 흐르는 그로서는 결정적인 반론을 펼 수 있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 일로 상처한 그는 무심한 세월을 산다. 어느날 우연히 퍼니아를 만난다. 젊은 그녀의 유혹에 나이에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고 일순 망설이지만 섹스에 빠지게 된다.
그녀는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 양부가 그를 성희롱하고 14살 땐 겁탈하려 하여 가출한다. 어려운 삶을 살고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다 설상가상 두 아이들을 화재로 잃는다. 출옥한 남편은 스토커처럼 그녀를 따라다니며 괴롭힌다. 그녀의 과거는 오점이 되었다. 세가지 직업으로 바쁘게 살며 고통을 잊으려 하지만 괴로움에 줄담배를 피워대며 섹스에 몰입한다.
우연히 만나 살을 섞지만 그녀는 그의 사회적 신분이 그녀와 맞지않는다 생각한다. 하나 그는 젊은 그녀가 늙은 그를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 섹스는 만족을 주고 정을 잉태한다. 섹스 이외의 생활은 살아온 방식의 차이로 오해를 주고 받는다. 갈수록 쌓아지는 그리움과 애듯함이 누구에게도 얘기하지 못한 서로간의 치명적인 오점을 털어 놓는다. 그리곤 진정한 사랑을 느끼며 서로간의 상처를 감싸준다. 하나 그들 사랑을 누구도 이해하지 못한다.
계급간의 혹은 인종간의 보이지 않는 선을 넘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 콜먼과 포니아는 자신들의 정사가 지극히 개인적인 사생활이라고 생각하지만 '계급, 연령, 성별, 인종'의 선은 그들의 벌거벗은 육체 위에도 투영되게 마련이다. 그 어떤 로맨스도, 그 어떤 인간도 인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러나 인간은 흔히들 자신만은, 자신들의 사랑만은 예외라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평생 거짓 속에 살아가야 하는, 그리고 결국 그로 인해 평생 쌓아 올린 자신의 인생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봐야 하는 등장인물들의 참담함을 보면 정답을 알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릴 때는 나만 특이하고 나만 특별한지 알았다. 나이가 들면서 주름살 말고도 얻은 게 있다면 세상에는 알지 못하는 그러면서도 똑같지 않은 무궁무진한 다양성이 존재한다는 깨달음이다. 또한 모든 사람이 특별하다는 사실도. 찰나적인 무상한 세월에 잘 나아가면 잘 나가는 대로 못 나가면 못 나가는 대로 저마다 크고 작은 오점들을 안고 산다. 내 오점은 무엇일까?
콜먼 실크 역의 앤소니 홉킨스, 그의 친구이자 소설가인 네이선 주커먼 역의 개리 시니즈, 그의 젊은 연인 포니아 팔리 역을 연기하는 니콜 키드먼, 그리고 그녀의 전 남편 레스터 역할을 맡은 에드 해리스 그리고 젊은 시절의 콜먼 역을 연기하는 엔트워스 밀러는 모두 연기력이 출중하다. 무엇보다도 니콜 키드만을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되었다. 다른 영화에서는 그녀의 미모에 묻혀 연기가 보이지 않았으나 이 영화에서는 미모 속에 연기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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