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이자 동역자이며 친구였던 리더
지난 30년간 사랑의교회에서 부목사로 섬긴 김명호 목사는 국제제자훈련원이 최근에 출간한 신간 <나는 잇는다>를 통해서 자신의 삶에 영향을 끼친 리더 옥한흠 목사를 다음과 같이 소개합니다.
“그는 나의 멘토이자 동역자이며 친구였다.”
처음 이 문구를 읽을 때, ‘멘토’라는 단어에는 수긍하지만 그 뒤의 두 단어에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습니다. ‘아니, 어떻게 자기가 30년간 모신 어른을 동역자, 친구라고 부를 수 있지?’ 하지만 <나는 잇는다>를 읽는다면 김명호 목사가 말한 이 말이 무슨 의미인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명호 목사는 이 세 단어를 통해 자신이 개인적으로 경험한 옥한흠 목사의 리더십을 표현한 것입니다.
멘토 : 한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는 리더
“내 삶의 결정적인 전환점마다 그분은 핵심적인 ‘키 메이커’였다. 목회자의 길을 열어 주고, 전문 사역자의 길을 제한한 사람도 그분이었다. 유학의 기회를 제공해 주고 새로운 학문의 영역에 눈뜨게 해준 사람도 목사님이었다.”
<나는 잇는다>에서 김명호 목사는 옥한흠 목사를 자신의 인생의 ‘멘토’로 표현합니다. 김명호 목사는 옥 목사가 자신의 모든 중요한 결정의 순간마다 멘토가 되어 주었다고 고백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담임목사와 부교역자의 관계를 뛰어넘어 멘토와 멘티의 관계가 될 수 있었을까요? 김명호 목사는 이렇게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교회의 담임목사와 부교역자는 지시를 하고 지시를 받는 수직적인 관계이지만, 옥 목사님과 나는 단순히 그런 관계는 아니었던 것 같다. 나뿐만 아니라 옥 목사님과 함께 일했던 사랑의교회 부교역자 대부분이 그렇게 느꼈다. 그것은 옥 목사님의 개인적인 스타일 때문이기도 하고, 그분의 목회철학 때문이기도 했으며, 삶을 대하는 그분의 태도 때문이기도 했다.”
김명호 목사는 옥 목사의 스타일에 대해서 이렇게 증언합니다.
“옥 목사님은 외부에서 준비된 사람을 데려다 쓰는 손쉬운 방법보다는 비전을 갖고 있는 내부의 인력을 직접 키우는 방식을 선호했다.”
옥한흠 목사가 사람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사람을 키우는 리더였던 것은 그가 갖고 있었던 제자훈련 목회철학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지시를 받아서 사역하는 부교역자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멘토링을 해주는 목사가 바로 옥한흠 목사였던 것입니다.
동역자 : 사역을 위임할 줄 아는 리더
<나는 잇는다>에서는 “세컨드 바이올린”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것은 김명호 목사 자신이 옥한흠 목사라는 수석연주가 곁에서 함께 사역하는 ‘동역자’였음을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여기서 동역이란 말에 대해 김명호 목사는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옥 목사님은 어떤 사역을 진행해야 할 때 그 일을 맡길 사람을 선정하고 그 사람과 함께 일할지를 결정하기까지는 너무도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분이었다. 하지만 일단 함께 일하기로 마음을 먹었으면 전적으로 상대방을 믿고 일을 맡기는 스타일이었다. 이때 ‘일을 맡긴다’는 말은 일반적인 의미의 ‘맡긴다’와는 좀 다른 개념이다. 옥 목사님이 ‘일을 맡긴다’는 말은 영어의 ‘empowerment’에 해당한다……옥 목사님은 일을 위임할 때 단순히 일만 위임하는 게 아니라 그 일을 할 수 있는 힘도 부여해 주었다. 담당자가 일을 감당할 수 있도록 역량을 길러주고, 일 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공급해 주며, 일을 잘할 수 있도록 멘토링하고, 어디부터 어디까지 일을 해야 하는지 그 영역과 한계선을 분명히 그어 주었다. 이것은 분명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위임과는 좀 다른 것이다.”
김명호 목사는 동역자 옥한흠 목사에 대해 이렇게 말을 이었습니다.
“나는 단 한번도 내가 옥 목사님의 일을 한다거나, 혹은 시키는 일을 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난 늘 내 일, 하나님의 사역을 한다고 느꼈고 다만 옆에서 옥 목사님이 그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멘토링 해 주는 것이라고 느꼈다. 그것이 바로 옥 목사님의 동역 방식이었다.”
친구 : 열린 마음으로 들어줄 줄 아는 리더
김명호 목사가 바라본 리더 옥한흠 목사의 세 번째 모습은 바로 ‘친구’입니다. 그런데 어떻게 감히(?) 김 목사는 옥 목사를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일까요? 그에 대해 김명호 목사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리더로서 옥 목사님은 열린 커뮤니케이터였다. 늘 타인의 의견에 귀를 열어 두는 개방형 리더십의 소유자였다. 목사님은 부교역자의 의견이나 나이 어린 사람의 견해라고 해서 결코 무시하는 법이 없었다. 본인의 견해와 다르다고 해서 배척하는 법도 없었다. 때때로 견해가 충돌해 논쟁이 벌어지더라도 곰곰이 생각해 보고 자신의 의견이 잘못되었다면 비록 상대방이 부교역자라도 반드시 사과했다. 그리고 상대방의 의견을 따랐다.”
열린 마음으로 아랫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줄 줄 아는 리더였던 옥한흠 목사. 그렇기에 김명호 목사는 그와의 동역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사실 나는 상당히 ‘반골 기질’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다른 사람의 의견에 맞춰 가며 일하거나 시키는 대로 일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어떻게 보면 까다롭고 모난 성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옥 목사님과 30여 년을 동역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목사님 덕분이었다. 옥 목사님이 열린 커뮤니케이터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벌써 관계가 틀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김명호 목사는 옥 목사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이렇게 고백합니다.
“단순히 당회장으로서 그분의 권위를 인정한 것이 아니라, 목회의 선배로서, 경험이 풍부한 동역자로서, 삶의 어려운 고비마다 조언을 구하고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카운슬러로서, 내면의 고민을 털어 놓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친구로서 나는 그분을 존경했다.”
이제 당신의 차례다
김명호 목사는 이 책에서 단순히 이미 세상을 떠난 리더에 대한 그리움과 그에 대한 회한만을 늘어놓지 않습니다. 그는 옥한흠 목사가 자신에게 던져 놓고 간 숙제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내게는 그분이 남겨 준 숙제가 있다. 그것은 그분이 평생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부었던 제자훈련의 사역을 이어가며 더욱 발전시키는 일이다. 그것은 주님의 제자이자 나의 멘토였던 옥한흠 목사님이 걸었던 길이고, 그분을 멘토로 삼았던 내가 걸어야 할 길이기도 하다…작은 예수가 되라고 가르쳤던 옥 목사님은 진정으로 작은 예수였다. 비록 그분이 붙잡았던 주제는 자신을 늘 긴장하게 만들고 고민하며 살게 만드는 고약한 부분이 있었지만 그분은 기꺼이 그 주제에 집중하고 씨름하며 살았다. 그래서 쉽게 살지 않고 치열하게 살았다. 그리고 그분의 모범은 남은 우리에게 그렇게 살라고 요구하고 있다.”
지난 몇 년 간, 한국교회는 거목과도 같은 리더들을 잃는 슬픔을 겪었습니다. 이제 누군가는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옥한흠 목사와 같은 리더들이 또 나타났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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