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고백 - 김종제
바람이 어디에서 불어오는지 궁금한 적이 있었다
어머니가 나를 낳기 전 아버지가 바람처럼
만주로 사라졌다고 하는 걸 어렸을 때 듣고
나는 아버지가 바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아버지가 흙먼지 풀풀 날리는 금수강산에 돌아오셨을 때
혹시 부서진 아버지의 몸이 바람처럼
어디로 빠져 달아나지 않을까 더듬어 만져 본 적이 있었다
아버지의 몸이 어느새 딱딱하게 굳어가고 있었다
바람도 저렇게 뼈가 있고 살갗도 있어서
언젠가 아버지처럼 병들고 늙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어스름 산사의 마당에 서니 대나무숲이 흔들리고 있었다
나무도 잎들 무성한 계절에 몸속 가득 바람을 숨겨 두었다가
창문 열어 놓고 달빛 심심치않게 풀어놓는가 보다 바람을 뒤좇아 간다
아버지의 몸이 바다에 가 닿는다
고요하게 잠들어 있는 어머니 물 같은 살갗이 소름처럼 일어난다
어머니는 늘 바람이 잠자기를 기다려왔다
바람이 불어오는 날에는 어김없이
부엌 같은 어머니의 가슴에서 눈물의 파도가 치고 해일이 일어났다
어두운 겨울 바다에서 허리 꺾여진 채
쓰러진 아버지를 본 순간 나도 바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어머니의 가슴에 나도 한 줄기의 바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