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비인 줄 알았는데 ‘대장암 말기’…완치 특효약은 ‘긍정 에너지’ [병을 이겨내는 사람들]
민병욱 고려대 구로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와 노승덕 씨가 말기 대장암 완치 2년을 기념하며 커피로 건배하고 있다. 노 씨는 세 번의 수술과 항암 치료를 이겨내고 7년 만에 대장암을 극복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하지만 1997년 들이닥친 외환위기를 극복하지 못했다. 폐업의 후유증은 컸다. 우선 사는 게 힘들어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내와도 이혼해야 했다. 취직했다. 매일 12시간 넘게 운전대를 잡았다. 끼니를 거르는 것은 다반사였다. 퇴근하면 술로 공허한 마음을 달랬다. 없을 만큼 아팠다. 2014년 초 동네 병원에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의사는 진료의뢰서를 써 주며 큰 병원에 가라고 했다. 의사는 암을 입에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노 씨는 진료의뢰서에 적혀 있는 ‘cancer(암)’라는 단어를 똑똑히 봤다. 하늘이 노랗게 변했다.
오상철 고려대 구로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말기 대장암이라도 항암 치료와 수술을 통해 완치할 수 있다며 투병 의지를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암은 이미 간으로 전이돼 있었다. 게다가 간의 여러 부위에 넓게 퍼져 있었다. 흔히 말기라 부르는 4기 대장암이었다.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데 모두 동의했다. 먼저 항암 치료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오 교수는 “항암 치료 결과가 좋지 않으면 완치를 기대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민 교수 또한 “솔직히 완치를 기대할 수 없을 만큼 상태가 안 좋았다”며 “작은 기적이라도 바라는 심정이었다”고 말했다. 노 씨는 “의료진의 선택을 믿고 따르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치료 성적표를 확인할 시간. 컴퓨터단층(CT) 검사를 했다. 놀랍게도 간으로 전이됐던 암 세포의 크기가 줄어들었다. 미지수였다. 그래도 최선의 방법이었다. 의료진은 간의 60%, 대장의 30%를 절제하는 수술을 동시에 진행하기로 했다. 그해 8월 노씨는 수술대에 올랐다.
최새별 고려대 구로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는 다학제 진료에 참여해 노승덕 씨의 간 절제 수술을 담당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먼저 최 교수가 간 절제술을 시행했다. 최 교수는 “수술 전부터 출혈을 가장 우려해 그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항암 치료를 오래하면 지방간염이 심해진다. 이 경우 수술 도중 출혈이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지혈을 하느라 2시간이면 끝날 간 절제 수술이 5시간으로 길어졌다. 이어 대장 절제 수술을 할 차례였다. 하지만 수술을 더 진행하면 환자가 위험해질 수 있었다. 결국 대장 수술은 시도하지도 못했다. 미안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노 씨는 “알아서 최적의 판단을 한 것 아니냐”며 의료진에 전적인 신뢰를 보냈다. 민 교수가 집도했고, 대장의 30% 정도를 잘라냈다. 이로써 암 세포가 있는 간과 대장 수술이 모두 끝났다. 간에서 작은 암 세포가 발견된 것이다. 이때가 2016년 2월이었다. 마지막 수술도 잘 끝났다. 이어 10개월 동안 진행된 마지막 항암 치료도 무사히 끝났다. 노 씨에게 완치 판정을 내렸다. 이후 그는 암 재발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1년마다 추적 검사를 받고 있다.
4기 대장암 환자였던 노승덕 씨는 “의료진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긍정 에너지를 잃지 않는다면 말기 암도 극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사실 암 진단을 받으면 많은 환자들이 절망에 빠진다. 일단 이 점에서 노 씨는 확실히 달랐다. 민 교수는 “노 씨는 암 환자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항상 쾌활했고 에너지가 넘쳤다”고 말했다. 세 번의 수술을 받은 것에 대해서도 “그게 내 팔자라고 생각했다. 좋은 결과를 얻으려고 그랬던 것”이라며 웃었다. 소화가 잘 안 되면 소화제를 먹었다. 민 교수는 “암 환자들이 잘 못 먹는 반면 노 씨는 외부에서 음식을 공수해서라도 먹었다”며 “그런 적극적인 투병 의지가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어린 손녀의 입맞춤을 아직도 기억한다. 그 이후로 더 살고 싶다는 바람이 한층 강렬해졌단다. 이젠 간단한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수준이 됐다. 또한 65세 이상 노인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강의도 한다. 때문이다. 이 때문에 운동을 시작했다. 제자리팔벌려뛰기를 틈틈이 한다. 날이 풀리면 야외 산책도 할 계획이란다.
민병욱 고려대 구로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일주일에 1, 2회 육류를 먹어도 대장암 발병 확률이 높아지지 않는다며 단백질 보충을 위해 고기를 충분히 먹어줄 것을 당부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노 씨 또한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95㎏이던 체중이 60㎏까지 빠졌다. 괜찮은 걸까. 민 교수는 “대장암 재발을 걱정하며 커피를 안 마실 필요는 없다. 여러 잔을 마시면 문제가 되겠지만 하루에 두 잔 정도까지는 괜찮다”고 말했다. 고기가 주식(主食)인 서양인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민 교수에 따르면 밥을 주로 먹는 한국인은 매주 1, 2회 고기를 먹어도 대장암 발병이나 재발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걱정 때문에 고기를 기피하는 게 오히려 문제가 될 수 있다. 단백질이 부족해지면서 각종 질병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민 교수는 “특히 수술 후 회복 단계에는 고기를 먹어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그럴 때면 넉넉히 먹으라고 한다”고 말했다. 요컨대 특정 음식을 피하기보다는 균형 있는 식사를 하는 게 암에 맞서는 식단이라는 것이다. 가급적 적게 먹거나 피하는 게 좋다. 특히 술은 절대 먹어서는 안 된다. 대장암에서 해방됐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알코올 성분이 대장암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막걸리는 괜찮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막걸리 또한 술이다. 노 씨 또한 한때는 매일 술을 먹는다 해서 ‘노상술’이란 별명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한 잔도 입에 대지 않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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